점자를 통해 본 세계
김정원(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재활훈련생)
우리 인간들은 태어나서 살아가는 동안 주어진 환경 속에서 수많은 도전들 앞에 서게 된다. 그 도전들은 현실을 뛰어넘는 미래를 보게 한다.
미래가 절망적이라고 생각될지라도 처해진 환경 속에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미래는 결코 두려움과 염려의 대상이 아님을 나는 확신한다.
점자는 내게 있어서 이런 의미이다. 이곳 상일동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점자를 배우면서 나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다. 지하철과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보았던 암호와도 같이 생긴 점자가 이제는 의미가 되어 나의 뇌와 마음에 전해지고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복지관에서의 첫 소양교육 때 관장님은 인간과 개의 차이를 말씀하셨다. 인간들은 눈에 100% 의지하고 살기 때문에 시력을 잃는 순간 인생을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개는 시각, 청각, 후각이 골고루 사용되어서 시각을 잃더라도 생활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왔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 인간을 얼마나 섬세하게 만드셨는지 하나님의 그 섬세하심을 생각해 본다. 세상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점자를 통해서 글을 읽고 쓰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보통 생활이 이어질 수 있다.
복지관에서 여러 시각장애인들을 만나면서 나는 계속 놀라운 일들을 접했다. 특히 눈이 안 보이고 귀가 안 들리고 손가락이 없어도 절망하지 않고 점자를 배우고 학교를 졸업한 뒤 지금은 복지관에 취직해서 남들을 위해 살 수 있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고백하신 어느 분의 고백은 정말 감동이었다.
우리에게 점자를 가르쳐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면서도 나는 많은 감동을 받았다. 점자를 가르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것들의 가치와 그것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모르고 있다가 잃고 난 후에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를 잃었다고 절망 속에서 살지 않고 내게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하며 남을 위해 사는 사람은 정말 현명한 사람 같다. 점자를 통한 새로운 세계를 나는 오늘도 힘차게 달려간다.
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분명 하나님의 선물임이 틀림없다.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천국에 대한 산 소망이 내 앞에 있는 것처럼 점자를 통해 밝은 내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