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처 안마시설 기준, 현실에 부합해야 한다!
배학진(전 은광학교 교사)
우리나라 안마술의 역사를 고찰하면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안마술이 대중화가 된 것은 일제치하 경성 제생원에서 맹인의 직업교육의 하나로 안마침술을 교육해 사회에 안마사를 배출하면서부터라고 보아야 하겠다.
초기 안마술은 질병을 예방하고 나아가 치료하는 동시에 건강을 유지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당시의 안마사들은 독특한 피리를 불면서 밤거리 뒷골목을 돌아다니다 가정에서 안마를 요청하면 집안으로 들어가 안마를 하고 수가를 받았다. 이것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무렵의 전형적인 안마의 모습이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안마시술소가 우후죽순처럼 번창하면서부터 안마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기가 직접 안마시술소로 가서 목욕도 하고 안마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알려진 바와 같이 시술소 안마가 안마의 순기능보다는 윤락이라는 역기능으로 변하면서 급기야 사회악으로까지 팽창하자 보다 못한 당국에서는 해결책의 하나로 바우처 안마를 제도화하기에 이르렀다.
바우처 안마! 지금은 다수의 안마사들이 말썽 많은 시술소 안마를 떠나 자부심을 가지고 안마방이나 경로당에서 유사한 이름으로 지자체의 지원을 받으며 바우처 안마에 종사하고 있다.
윤락을 막아보자고 제도화한 바우처 안마가 이제는 안마의 순기능을 사회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 노약계층의 질병 예방과 건강 유지 증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동전에도 앞면과 뒷면이 있는 것처럼 바우처 안마제도에도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문제가 하나 있으니, 바로 현실과 동떨어진 바우처 안마의 시설 기준이다.
현재 33제곱미터로 넓이를 규정하고 있는 바우처 안마의 시설 기준은 아무리 보아도 과잉 규정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안마는 모름지기 시술자와 피시술자 두 사람이 움직이는데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충분하다. 물론 시설이 넓으면 넓을수록 좋고 시설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자칫 과잉시설은 부정적인 안마시술소를 연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될 것이라면 굳이 열악한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의 얇은 주머니를 털어 필요 이상의 시설 기준을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상당수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현재 바우처 안마를 하고 싶어도 과잉 시설기준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없어 바우처 안마를 하고 싶어도 어쩌지 못하고 전전긍긍 한숨만 짓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한다.
차제에 순기능 안마로 노약자와 취약계층의 건강 유지 증진과 시각장애인의 직업 안정과 복지, 그리고 국민보건 향상 등 다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바우처 안마를 하려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진입을 터무니없는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바우처 안마의 시설기준은 하루 빨리 현실에 부합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만일 개정의 때를 놓치면 모처럼 일어난 순기능 안마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 당국은 곧바로 개정 작업을 서두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