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신혼여행 대군단 출동!
강시연
두 사람 모두 전맹 시각장애가 있는 우리 부부.
신혼여행지를 결정하면서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능력 있는 가이드를 섭외해 해외여행에 도전해보느냐, 아니면 그냥 말 안 통할 걱정 전혀 없는 국내로 가느냐.
그러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결혼 준비만으로도 이미 파김치가 돼버린 데다 말까지 안 통하는 낯선 곳에 가서 이것저것 신경 쓰고 긴장하기 싫은 ‘귀차니즘’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바로 제주도.
그날부터 제주도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숙소는 어디에 어떤 형태로 예약할지, 관광지는 어디를 둘러볼지, 맛집은 어디를 가볼지 등등.
3박 4일이라는 기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기 위해 많은 것을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전 가장 큰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가이드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부부 둘만으로는 비록 말이 통할지라도 익숙하지도 않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지인을 가이드로 섭외해 여행을 할 것이냐 아니면 지인에게 부탁해 여행을 할 것이냐 고민을 해야 했다.
결국 남편의 대학 동창들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고 마침 나와도 친한 친구들이었던지라 신혼여행을 단둘이 아닌 넷이 함께 떠나게 되었다. 아니다. 당시 우리와 함께하던 안내견 탄실이와 지미까지 하면, 모두 여섯의 대군단이 떠난 아주 특별한 신혼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앞에서도 밝혔듯 우리 멤버 중에는 안내견도 있었기 때문에 숙소를 정하는데 다소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호텔이나 리조트, 일반 펜션에서는 아무리 안내견이라 해도 동물의 출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결국 눈치 보지 말고 마음 편하게 쉬자는 생각으로 숙소는 애견펜션을 예약했더랬다.
여행 날짜에 맞춰 국내 대형 항공사에 비행기를 예약하고 제주도에서의 편한 이동을 위해 렌터카도 알아보았다. 제주도에 자주 방문했던 친구가 마침 잘 아는 업체가 있어 사람 넷에 안내견 둘까지 편하게 탈 수 있는 승합차를 선택하고 예약과 관련된 각종 예약금을 이체했다.
사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저녁 시간까지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가 없어 함께 가는 친구들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렌터카를 이용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여행코스를 알아보니 제주도에는 정말 가볼 만한 곳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을 마치고 제주도에 도착한 순간부터 결혼식에 대한 피로가 우리 부부를 사정없이 덮쳤기 때문에 관광이고 뭐고 일단 좀 쉬자는 마음으로 여행 목적을 급변경해, 결국 휴양만 실컷 하다 돌아왔더랬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제주도에서 돌아본 곳은 월정리 해변과 레일바이크, 비자림 자연휴양림, 가족과 지인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들린 면세점과 동문시장 정도가 전부다.
남들은 ‘무슨 신혼여행을 단둘이 가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가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잔존 시력이 전혀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 둘이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닐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절친한 지인들이 여행길 내내 함께하며 좋은 곳도 소개시켜주고 틈틈이 사진도 찍어주고 맛있는 것도 사다 챙겨주며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더욱 편하고 즐겁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동이나 관광, 먹을 것, 선물 구매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하나도 긴장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부부와는 다르게 신혼여행을 단둘이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 부부라면 우리가 포기했던 제주도의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니면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 역시 굉장히 의미 있고 행복할 것이다.
어찌 그렇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꿈에 그리던 가정을 이루고 둘만의 여행을 떠나는 길이니 어딘들 좋지 않을까.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자질구레한 고민 없이도 언제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무장애 여행이 좀 더 보편화되고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신혼여행지를 결정하면서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능력 있는 가이드를 섭외해 해외여행에 도전해보느냐, 아니면 그냥 말 안 통할 걱정 전혀 없는 국내로 가느냐.
그러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결혼 준비만으로도 이미 파김치가 돼버린 데다 말까지 안 통하는 낯선 곳에 가서 이것저것 신경 쓰고 긴장하기 싫은 ‘귀차니즘’이 무엇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우리의 신혼여행지는 바로 제주도.
그날부터 제주도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다. 숙소는 어디에 어떤 형태로 예약할지, 관광지는 어디를 둘러볼지, 맛집은 어디를 가볼지 등등.
3박 4일이라는 기간을 최대한 알차게 보내기 위해 많은 것을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결정하기 전 가장 큰 고민이 있었으니, 바로 가이드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부부 둘만으로는 비록 말이 통할지라도 익숙하지도 않은 제주도를 여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현지인을 가이드로 섭외해 여행을 할 것이냐 아니면 지인에게 부탁해 여행을 할 것이냐 고민을 해야 했다.
결국 남편의 대학 동창들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고 마침 나와도 친한 친구들이었던지라 신혼여행을 단둘이 아닌 넷이 함께 떠나게 되었다. 아니다. 당시 우리와 함께하던 안내견 탄실이와 지미까지 하면, 모두 여섯의 대군단이 떠난 아주 특별한 신혼여행이라 할 수 있겠다.
앞에서도 밝혔듯 우리 멤버 중에는 안내견도 있었기 때문에 숙소를 정하는데 다소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호텔이나 리조트, 일반 펜션에서는 아무리 안내견이라 해도 동물의 출입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결국 눈치 보지 말고 마음 편하게 쉬자는 생각으로 숙소는 애견펜션을 예약했더랬다.
여행 날짜에 맞춰 국내 대형 항공사에 비행기를 예약하고 제주도에서의 편한 이동을 위해 렌터카도 알아보았다. 제주도에 자주 방문했던 친구가 마침 잘 아는 업체가 있어 사람 넷에 안내견 둘까지 편하게 탈 수 있는 승합차를 선택하고 예약과 관련된 각종 예약금을 이체했다.
사실 처음에는 제주도에서 운영하는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할까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저녁 시간까지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가 없어 함께 가는 친구들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렌터카를 이용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여행코스를 알아보니 제주도에는 정말 가볼 만한 곳이 많았다. 그런데 막상 결혼식을 마치고 제주도에 도착한 순간부터 결혼식에 대한 피로가 우리 부부를 사정없이 덮쳤기 때문에 관광이고 뭐고 일단 좀 쉬자는 마음으로 여행 목적을 급변경해, 결국 휴양만 실컷 하다 돌아왔더랬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제주도에서 돌아본 곳은 월정리 해변과 레일바이크, 비자림 자연휴양림, 가족과 지인들의 선물을 사기 위해 들린 면세점과 동문시장 정도가 전부다.
남들은 ‘무슨 신혼여행을 단둘이 가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가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잔존 시력이 전혀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 둘이 잘 알지도 못하는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생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닐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절친한 지인들이 여행길 내내 함께하며 좋은 곳도 소개시켜주고 틈틈이 사진도 찍어주고 맛있는 것도 사다 챙겨주며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더욱 편하고 즐겁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이동이나 관광, 먹을 것, 선물 구매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하나도 긴장하지 않고 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부부와는 다르게 신혼여행을 단둘이 오붓하게 보내고 싶은 부부라면 우리가 포기했던 제주도의 생활이동지원센터 차량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니면 가이드와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 역시 굉장히 의미 있고 행복할 것이다.
어찌 그렇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꿈에 그리던 가정을 이루고 둘만의 여행을 떠나는 길이니 어딘들 좋지 않을까.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자질구레한 고민 없이도 언제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무장애 여행이 좀 더 보편화되고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18. 10. 15. 제101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