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컴퓨터의 변천사: 책상 위에서 내 손 안으로(2)
장용전
이전 챕터를 미리 읽은 독자들은 이제 절대로 홈쇼핑의 1테라바이트 하드디스크에 낚이지 않을 거라고 강력하게 믿어본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2. 컴퓨터를 학습하는 나로부터 나를 학습하는 컴퓨터로
서언에 밝힌 바가 있는데 컴퓨터라는 녀석 처음 배우기가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하물며 시각장애인이었으며, 또 하필 한국에 태어나 삼재가 따로 없었다. 컴퓨터 하나를 배워도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연습해야 했던 불운의 연속. 키보드 워리어(악성 댓글러)도 쉽지가 않았다.
내가 처음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특정의 컴퓨터 명령어를 직접 타이핑해야만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는 도스(DOS) 방식을 사용했었다.
그렇다 보니 파일 하나를 지우려고 해도 ‘delete’라는 명령어를 알아야 했고 심지어 파일명과 확장자까지 외워서 절대 단 하나의 오타를 용납하지 않고 키보드를 눌러줘야 했다.
어쩌면 도스 시절의 컴퓨터 사용자에게 있어 프로그래밍을 학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프로그래밍은 오차를 용납하지 않으니까! 실제로 버리는 시간만은 아니었는지 당시 배웠던 지식이 도움이 되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운영체제가 바뀐다. 운명의 윈도우! 바로 아이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명령어를 메뉴로 나열해서 마우스로 클릭할 수 있었으니 외울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았겠는가? 게다가 툴팁(커서를 옮기면 컴퓨터 화면에 바로 뜨는 도움말)이라고 하여 친절하게 설명도 달려 있다.
어렵게 배워야만 다룰 수 있던 컴퓨터가 윈도우 운영체제로 바뀌면서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매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조만간 바뀌게 될 시대는 빅데이터 기반이라고 한다.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여 적절한 제안을 하거나 미리 알고 실행한다.
치킨집에 주문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내 주소를 이미 알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입력방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키보드를 활용한 데이터 입력방식에서 마우스를 활용한 클릭, 그리고 현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인공지능)가 꽃피고 있다.
최근 AI를 기반으로 하는 음성인식 스피커가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출시되고 있는데 주목해야 할 것은 사용자를 학습한다는 것이다. 내가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말투나 생활패턴을 학습해서 적절한 답변과 행동을 예측한 실행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 켜줘 혹은 음악 틀어줘 등등. 심지어 사투리도 이해한다.
보안이 확보된 컴퓨터에서는 방문한 사이트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여 다음부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게 한다든지 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되었다.
사실 컴퓨터라는 것의 출발이 바로 사용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파일 항목에 두고 delete 키를 누르면 ‘지우시겠습니까?’를 물어보고 포커스는 ‘yes’에 향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컴퓨터 어렵게 배우지 않아도 될 시대가 머지않았다. 아이폰이 시리를 앞세워 말로 명령하는 컴퓨터의 첫 포문을 열었고 그 이면에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품은 AI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기회에 AI를 품은 나만의 음성비서 한 대 경험해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일이 되겠다.
3. 작아져서 모바일, 더 작아져서 웨어러블
세계를 통틀어 인류 최초의 컴퓨터는 1946년도에 만들어진 애니악이다. 하지만 이게 크기가 2층 건물만 하다. 무게는 30톤, 진공관을 8천 개 사용했고, 전력을 15만 와트(W)를 소비한다. 코끼리 한 마리가 5톤 정도인데 대략 비교가 되려나? 참고로 나 포장이사 갈 때 5톤 트럭 한 대 분량을 넘긴 적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컸던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러고도 사칙연산(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밖에 못 했다니! 재미있는 건 요놈 시연할 때 같은 주의 전력공급이 불안해져서 단전이 되었다나?
그에 비해 현재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애니악은 1초에 5천 번의 연산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은 1초에 5조 번의 연산을 수행한다. 약 10억 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비교가 무색하지만 굳이 계산하면 코끼리 60억 마리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어휴 말이 그렇다는 거다. 비유가 적절치는 않았다.
모바일의 뜻은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동성을 의미하는 것인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성능은 한 수 접어주어야 했다. 들고 다니려면 가벼워야 했고 가벼우려면 작아야 했으니 부품 라인이 완벽히 달라야 했던 것이고 역시 가격이 비쌌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화두가 완전 180도 달라졌다. 작은 것이 더 이상 느리지 않다. 지금만 해도 난 노트북으로 동영상 작업을 하고 글을 쓰는데 전혀 느리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에는 연산을 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 사람으로 치면 두뇌)가 들어가 있는데 이전만 해도 CPU가 한 개씩만 들어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고도로 집적화된 회로를 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하나에서 두 개, 두 개에서 네 개가 되더니 이제는 옥타코어 즉 연산을 하는 CPU가 8개까지 늘어났으니 이미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의 계산은 아닌 게 되어버렸다.
좀 더 복잡하고 많은 계산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캐러멜 크기의 스틱 PC마저 등장했다.
결론적으로 데스크톱 컴퓨터를 책상에서 볼 수 없게 되는 날이 머지않다. 이동과 관리가 편한 노트북이 성능마저 좋으니 말이다. 게다가 최근 휴대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워치가 출시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쇼핑을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얼마 전처럼 어느 순간 워치로 내가 하는 말을 인식하여 영화를 보여주고 책을 읽어주며 쇼핑을 도와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뭐 당장은 아니겠고 일단은.
최근 애플워치 4세대의 제원이 공개되었는데 낙하감지센서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워치를 착용한 사람이 넘어져서 일어나는 동작이 없으면 근처 병원으로 응급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지겠지?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2. 컴퓨터를 학습하는 나로부터 나를 학습하는 컴퓨터로
서언에 밝힌 바가 있는데 컴퓨터라는 녀석 처음 배우기가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나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하물며 시각장애인이었으며, 또 하필 한국에 태어나 삼재가 따로 없었다. 컴퓨터 하나를 배워도 두 가지 언어를 모두 연습해야 했던 불운의 연속. 키보드 워리어(악성 댓글러)도 쉽지가 않았다.
내가 처음 컴퓨터를 사용할 때는 특정의 컴퓨터 명령어를 직접 타이핑해야만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는 도스(DOS) 방식을 사용했었다.
그렇다 보니 파일 하나를 지우려고 해도 ‘delete’라는 명령어를 알아야 했고 심지어 파일명과 확장자까지 외워서 절대 단 하나의 오타를 용납하지 않고 키보드를 눌러줘야 했다.
어쩌면 도스 시절의 컴퓨터 사용자에게 있어 프로그래밍을 학습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지 모른다. 프로그래밍은 오차를 용납하지 않으니까! 실제로 버리는 시간만은 아니었는지 당시 배웠던 지식이 도움이 되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운영체제가 바뀐다. 운명의 윈도우! 바로 아이콘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명령어를 메뉴로 나열해서 마우스로 클릭할 수 있었으니 외울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았겠는가? 게다가 툴팁(커서를 옮기면 컴퓨터 화면에 바로 뜨는 도움말)이라고 하여 친절하게 설명도 달려 있다.
어렵게 배워야만 다룰 수 있던 컴퓨터가 윈도우 운영체제로 바뀌면서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매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조만간 바뀌게 될 시대는 빅데이터 기반이라고 한다. 사용자의 패턴을 학습하여 적절한 제안을 하거나 미리 알고 실행한다.
치킨집에 주문하려고 전화를 했더니 내 주소를 이미 알고 있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컴퓨터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입력방식의 변화라고 할 수 있는데 키보드를 활용한 데이터 입력방식에서 마우스를 활용한 클릭, 그리고 현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인공지능)가 꽃피고 있다.
최근 AI를 기반으로 하는 음성인식 스피커가 꾸준한 관심과 더불어 출시되고 있는데 주목해야 할 것은 사용자를 학습한다는 것이다. 내가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말투나 생활패턴을 학습해서 적절한 답변과 행동을 예측한 실행을 하는 것이다. 컴퓨터 켜줘 혹은 음악 틀어줘 등등. 심지어 사투리도 이해한다.
보안이 확보된 컴퓨터에서는 방문한 사이트 로그인 정보를 저장하여 다음부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게 한다든지 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되었다.
사실 컴퓨터라는 것의 출발이 바로 사용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파일 항목에 두고 delete 키를 누르면 ‘지우시겠습니까?’를 물어보고 포커스는 ‘yes’에 향해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컴퓨터 어렵게 배우지 않아도 될 시대가 머지않았다. 아이폰이 시리를 앞세워 말로 명령하는 컴퓨터의 첫 포문을 열었고 그 이면에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품은 AI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기회에 AI를 품은 나만의 음성비서 한 대 경험해 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일이 되겠다.
3. 작아져서 모바일, 더 작아져서 웨어러블
세계를 통틀어 인류 최초의 컴퓨터는 1946년도에 만들어진 애니악이다. 하지만 이게 크기가 2층 건물만 하다. 무게는 30톤, 진공관을 8천 개 사용했고, 전력을 15만 와트(W)를 소비한다. 코끼리 한 마리가 5톤 정도인데 대략 비교가 되려나? 참고로 나 포장이사 갈 때 5톤 트럭 한 대 분량을 넘긴 적이 없다. 도대체 얼마나 컸던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그러고도 사칙연산(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밖에 못 했다니! 재미있는 건 요놈 시연할 때 같은 주의 전력공급이 불안해져서 단전이 되었다나?
그에 비해 현재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애니악은 1초에 5천 번의 연산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은 1초에 5조 번의 연산을 수행한다. 약 10억 배 이상 빨라진 것이다. 비교가 무색하지만 굳이 계산하면 코끼리 60억 마리를 손에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어휴 말이 그렇다는 거다. 비유가 적절치는 않았다.
모바일의 뜻은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동성을 의미하는 것인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성능은 한 수 접어주어야 했다. 들고 다니려면 가벼워야 했고 가벼우려면 작아야 했으니 부품 라인이 완벽히 달라야 했던 것이고 역시 가격이 비쌌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화두가 완전 180도 달라졌다. 작은 것이 더 이상 느리지 않다. 지금만 해도 난 노트북으로 동영상 작업을 하고 글을 쓰는데 전혀 느리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에는 연산을 담당하는 CPU(중앙처리장치: 사람으로 치면 두뇌)가 들어가 있는데 이전만 해도 CPU가 한 개씩만 들어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고도로 집적화된 회로를 구성할 수 있게 되면서 하나에서 두 개, 두 개에서 네 개가 되더니 이제는 옥타코어 즉 연산을 하는 CPU가 8개까지 늘어났으니 이미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의 계산은 아닌 게 되어버렸다.
좀 더 복잡하고 많은 계산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게 되었고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캐러멜 크기의 스틱 PC마저 등장했다.
결론적으로 데스크톱 컴퓨터를 책상에서 볼 수 없게 되는 날이 머지않다. 이동과 관리가 편한 노트북이 성능마저 좋으니 말이다. 게다가 최근 휴대폰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워치가 출시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게임을 하고 쇼핑을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었던 얼마 전처럼 어느 순간 워치로 내가 하는 말을 인식하여 영화를 보여주고 책을 읽어주며 쇼핑을 도와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뭐 당장은 아니겠고 일단은.
최근 애플워치 4세대의 제원이 공개되었는데 낙하감지센서가 추가되었다고 한다. 워치를 착용한 사람이 넘어져서 일어나는 동작이 없으면 근처 병원으로 응급 메시지를 보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지겠지?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2018. 10. 15. 제1011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