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귀찮게만 생각됐던 결혼준비, 그 진정한 의미
강시연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아주버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혼사인 시부모님과는 달리, 첫 번째 혼사였던 친정 부모님은 준비 기간 내내 많은 것이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가장 예민한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예물과 예단에 대해서는 더더욱 신경을 쓰시는 눈치였는데, 그리 넉넉지 못했던 형편 탓에 혹시라도 능력 이상의 것을 준비해야 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을 많이 하신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시부모님이 여러모로 배려해주신 덕에 최대한 간소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결혼반지는 평소에 착용하기 무난한 디자인으로 골랐다. 예복은 서로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남편은 이미 좋은 점자시계가 있었고, 나는 평소 시계를 착용하지 않아 예물시계는 생략하기로 했다. 나는 남편에게 애플사의 고가 PC를 선물하기로 했다. 후일담이지만 PC는 남편과 내가 살림을 합치면서 카드대금을 함께 갚았기 때문에 “이게 무슨 예물이냐”며 남편은 가끔씩 투덜거리곤 한다. 또 어머님이 선물해주신 귀한 반지는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긴장되는 마음에 그냥 얌전히 모처에 보관하고 여태껏 단 두 번밖에 못 봤다는 사실은 웃고 넘어가기로 하자.
결혼준비를 하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물품을 새로 장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나처럼 자매와 옷, 액세서리 등을 공유했던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출가하는 쪽이 그 역할을 떠안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온전히 내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신혼집에 들어가면서 동생과 공유하던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을 가지고 가는 건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양말 한 짝부터 평상복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것들을 준비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기력을 소모해야 했다. 자매끼리 체형이 비슷해 물건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이렇게 복병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예물과 예복을 고르는 틈틈이 시부모님께 드릴 예단도 함께 준비했다. 사전에 남편을 통해 미리 조율된 대로 예단 안에 넣을 것을 준비하고 예단 봉투며, 예단함이며, 보자기까지 직접 남대문 시장에 방문해 신중히 골랐다. 반상기나 침구 같은 것은 모두 생략하라고 해주신 덕분에 최대한 간소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예단.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버님께 드릴 예단 주와 시댁 친지께 드릴 예단 떡까지 모두 준비했다. 드디어 예단이 들어가기로 한 당일. 정성스럽게 포장한 예단을 드리며 부끄럽지만 직접 삐뚤빼뚤 묵자로 적은 편지 한 장을 함께 전해드렸다. 시각장애인 며느리를 맞기까지 고민하셨을 그 마음과 두 사람의 미래를 걱정하실 마음 역시 잘 알기에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드린 편지 한 장에 무척이나 기뻐하시던 시부모님, 나 또한 그 모습에 걱정과 긴장을 내려놓고 시부모님과의 저녁 식사를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예단의 답례인 함이 들어올 날이 다가왔다. 남들처럼 함지기를 앞세워 “함 사세요~!” 하고 크게 외치는 시끌벅적한 광경은 없었지만 시어머님이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함과 시고모님이 준비해주신 큰 과일바구니를 가지고 친정집으로 방문한 남편을 온 가족이 반갑게 맞이했다. 함을 열어 하나하나 물건을 확인하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것들을 신경 써 준비해주신 마음에 한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값비싸고 귀한 예물과 언제 다 쓸지 모를 만큼 없는 게 없는 화장품 세트, 광장시장에서 함께 맞춘 고운 한복과 원앙 한 쌍, 오곡 주머니까지. 아들 내외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라는 두 분의 마음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사실 결혼이라는 것이 당사자들만 좋다고 해서 순탄이 흘러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양가가 모두 얽힌 탓에 한 번 틀어지기 시작하면 어디로 공이 튈지 알 수 없기 마련이다. 실제로 결혼을 준비하며 들락날락하던 인터넷 카페나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심지어는 스쳐 지나가는 뉴스 속에서조차 결혼준비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감정싸움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던지라 긴장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남편과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기도 했고 좌충우돌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긴 했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우리 부부와 양가가 서로 조심스레 맞춰나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듯싶다. 결혼을 준비하며 순간순간 찾아오는 많은 갈등을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해나가느냐 하는 것이 낯선 두 사람과 그 가족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문득 자문해보게 된다.
결혼반지는 평소에 착용하기 무난한 디자인으로 골랐다. 예복은 서로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남편은 이미 좋은 점자시계가 있었고, 나는 평소 시계를 착용하지 않아 예물시계는 생략하기로 했다. 나는 남편에게 애플사의 고가 PC를 선물하기로 했다. 후일담이지만 PC는 남편과 내가 살림을 합치면서 카드대금을 함께 갚았기 때문에 “이게 무슨 예물이냐”며 남편은 가끔씩 투덜거리곤 한다. 또 어머님이 선물해주신 귀한 반지는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긴장되는 마음에 그냥 얌전히 모처에 보관하고 여태껏 단 두 번밖에 못 봤다는 사실은 웃고 넘어가기로 하자.
결혼준비를 하며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대부분의 물품을 새로 장만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나처럼 자매와 옷, 액세서리 등을 공유했던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출가하는 쪽이 그 역할을 떠안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 온전히 내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신혼집에 들어가면서 동생과 공유하던 지극히 개인적인 물건을 가지고 가는 건 뭔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양말 한 짝부터 평상복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것들을 준비하느라 엄청난 시간과 기력을 소모해야 했다. 자매끼리 체형이 비슷해 물건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이렇게 복병이 되어 돌아올 줄이야!
예물과 예복을 고르는 틈틈이 시부모님께 드릴 예단도 함께 준비했다. 사전에 남편을 통해 미리 조율된 대로 예단 안에 넣을 것을 준비하고 예단 봉투며, 예단함이며, 보자기까지 직접 남대문 시장에 방문해 신중히 골랐다. 반상기나 침구 같은 것은 모두 생략하라고 해주신 덕분에 최대한 간소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예단.
그래도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드리고 싶었다. 아버님께 드릴 예단 주와 시댁 친지께 드릴 예단 떡까지 모두 준비했다. 드디어 예단이 들어가기로 한 당일. 정성스럽게 포장한 예단을 드리며 부끄럽지만 직접 삐뚤빼뚤 묵자로 적은 편지 한 장을 함께 전해드렸다. 시각장애인 며느리를 맞기까지 고민하셨을 그 마음과 두 사람의 미래를 걱정하실 마음 역시 잘 알기에 실망시켜드리지 않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아 드린 편지 한 장에 무척이나 기뻐하시던 시부모님, 나 또한 그 모습에 걱정과 긴장을 내려놓고 시부모님과의 저녁 식사를 편안히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덧 예단의 답례인 함이 들어올 날이 다가왔다. 남들처럼 함지기를 앞세워 “함 사세요~!” 하고 크게 외치는 시끌벅적한 광경은 없었지만 시어머님이 정성스레 준비해주신 함과 시고모님이 준비해주신 큰 과일바구니를 가지고 친정집으로 방문한 남편을 온 가족이 반갑게 맞이했다. 함을 열어 하나하나 물건을 확인하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것들을 신경 써 준비해주신 마음에 한없이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값비싸고 귀한 예물과 언제 다 쓸지 모를 만큼 없는 게 없는 화장품 세트, 광장시장에서 함께 맞춘 고운 한복과 원앙 한 쌍, 오곡 주머니까지. 아들 내외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바라는 두 분의 마음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사실 결혼이라는 것이 당사자들만 좋다고 해서 순탄이 흘러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양가가 모두 얽힌 탓에 한 번 틀어지기 시작하면 어디로 공이 튈지 알 수 없기 마련이다. 실제로 결혼을 준비하며 들락날락하던 인터넷 카페나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심지어는 스쳐 지나가는 뉴스 속에서조차 결혼준비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감정싸움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던지라 긴장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물론 남편과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기도 했고 좌충우돌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많이 생기긴 했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우리 부부와 양가가 서로 조심스레 맞춰나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듯싶다. 결혼을 준비하며 순간순간 찾아오는 많은 갈등을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해나가느냐 하는 것이 낯선 두 사람과 그 가족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문득 자문해보게 된다.
(2018. 9. 15. 제100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