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시술권 확보, 한의대 설립으로 가자(2)
이승권(서울맹학교 교사)
3. 침술의 법제화를 위한 노력
시각장애인의 침술이 유권해석을 통해 행정부의 간접 지지를 확보하고 있음은 현시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침술이 한의사의 업무 범위로 법에 명시되어 있는 데 비해, 안마사의 업무 범위에는 명확히 ‘침’에 대해 명시된 조항이 없는 까닭에, 유권해석만으로는 법적 근거가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현재까지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안마사의 침술 행위가 위법으로 판결되었던 만큼, 상급 법원의 판례가 법원 판결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안마사의 침술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위법이다.
이에 정화원 전 의원은 2006년 4월, 의료법에 3호침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입법의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았지만, 사상 초유의 안마사 비맹 제외에 대한 위헌 판결이 겹치면서, 애석하게도 폐안되고 말았다. 이어 2013년 최동익 전 의원 역시 같은 법안을 발의하였지만 입법되지 못하였다.
한편, 시각장애인의 침술 법제화를 위해 2000년대 초반 서울맹학교는, 학력 신장을 통한 자격 부여를 목적으로 이료대학을 추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내부의 이견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동력을 상실하였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법제화를 위한 교육적 대안은 추진된 바가 없다.
이렇듯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침술 법제화를 위한 두 차례의 입법 시도와 한 차례의 교육적 대안 모색이 있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4. 특화된 한의대 설립 방안
오랫동안 3호침 법제화를 위한 교육적 대안은 이료대학이 유일하였다. 그런데 의료 제도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이료대학이 설립된다고 하여 침술의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이료’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만큼 이료대학 졸업자가 침술을 허용받으려면, 의료법 개정을 위해 한의사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보험 진입은 이료대학 졸업자가 의료인으로 인정되어야 가능한데, 1962년 이래 50여 년간 유지되어온 의료인의 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의료법 전반에 파장이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
결국 이료대학은 설립 자체도 어렵지만, 설립되더라도 제도권 진입을 위해 한의사와의 일전을 벌여야 하며, 의료보험 진입의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고 하겠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교육적 대안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특화된 한의대 설립을 제안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침술 관련 고등교육기관이 설립되어 있고, 이를 졸업한 이후 정안인과 동등한 자격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시각장애인만을 위해 특화된 한의대를 설립하여, 정안인과 동등하게 한의사 면허 시험에 응시하는 방안이 이료대학의 설립보다 제도권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 일단 설립만 되면, 다른 절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으므로 한의사와 상생의 터전에서 제도권 진입이 가능하다.
설립을 위한 관계 법령을 살펴보더라도, 이료대학보다 한의대의 설립이 수월함을 알 수 있다. 60년대에는 의료인에 시각장애가 결격사유가 됐지만, 80년대에 사라졌고, 대학의 문호 역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에 의한 교육적 차별 금지 및 특례 입학 제도로 인해 넓어진 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이 일반 한의대로 입학하는 것이 당연한 방안이 될 텐데, 문제는 일반 한의대가 시각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는 침술 교육 노하우 및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 한의대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력 충원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는 것보다 특화된 한의대를 설립한 후, 특례 입학제를 준용하여 학생을 선발하도록 정하는 것이 일반 한의대 입장에서도 효율적일뿐더러 시각장애인 역시 적합한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도 정안인과 동등하게 한의사 면허시험에 응시하여 자격을 취득한다면, 3호침 아닌 10호침의 시술은 물론, 의료인의 지위를 획득하여 의료보험 적용도 가능할 것이다. 똑같이 4년을 다닐 것이면 이료대학보다는 한의대가 훨씬 제도권 진입 장벽이 낮을뿐더러 이미 한의사 그룹이 마련해 놓은 다양한 혜택을 공유할 수도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이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해 특화된 한의대는, 이료대학처럼 설립 이후에도 여러 갈등을 겪을 필요 없이, 설립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동안 우린 침술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의료 제도의 구조에 편승하지 못하여 노력만큼 결실을 거두지 못하였다. 국내에서 침술을 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의사가 되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이를 우회적 방법으로 침술을 인정받으려 하니, 힘은 힘대로 들고 손에 쥐는 것은 적었다.
시각장애인이 침술을 할 수 없게 된 본질적 이유는, 한의대를 입학할 수 없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제 사회적 여건도 많이 변하여 시각장애가 결격사유가 되지 않고, 장차법 및 특례 입학제로 인해 대학의 문호도 넓어진 만큼, 시각장애인의 침술 관련 교육 노하우 및 인프라가 갖춰진 특화된 한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이, 시각장애인은 물론 일반 한의대의 입장에서도 효율적일 것이다.
모쪼록 시각장애인과 한의사가 상생하는 교육적 통로가 확보됨으로써, 그토록 염원하던 침 시술권의 법적 지위가 확보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시각장애인의 침술이 유권해석을 통해 행정부의 간접 지지를 확보하고 있음은 현시점에서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침술이 한의사의 업무 범위로 법에 명시되어 있는 데 비해, 안마사의 업무 범위에는 명확히 ‘침’에 대해 명시된 조항이 없는 까닭에, 유권해석만으로는 법적 근거가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현재까지 대법원의 판례를 통해 안마사의 침술 행위가 위법으로 판결되었던 만큼, 상급 법원의 판례가 법원 판결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안마사의 침술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위법이다.
이에 정화원 전 의원은 2006년 4월, 의료법에 3호침을 명문화하는 법안을 발의하여 입법의 가능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았지만, 사상 초유의 안마사 비맹 제외에 대한 위헌 판결이 겹치면서, 애석하게도 폐안되고 말았다. 이어 2013년 최동익 전 의원 역시 같은 법안을 발의하였지만 입법되지 못하였다.
한편, 시각장애인의 침술 법제화를 위해 2000년대 초반 서울맹학교는, 학력 신장을 통한 자격 부여를 목적으로 이료대학을 추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내부의 이견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동력을 상실하였다.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법제화를 위한 교육적 대안은 추진된 바가 없다.
이렇듯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침술 법제화를 위한 두 차례의 입법 시도와 한 차례의 교육적 대안 모색이 있었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4. 특화된 한의대 설립 방안
오랫동안 3호침 법제화를 위한 교육적 대안은 이료대학이 유일하였다. 그런데 의료 제도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이료대학이 설립된다고 하여 침술의 법제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이료’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만큼 이료대학 졸업자가 침술을 허용받으려면, 의료법 개정을 위해 한의사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료보험 진입은 이료대학 졸업자가 의료인으로 인정되어야 가능한데, 1962년 이래 50여 년간 유지되어온 의료인의 체계를 바꾼다는 것은, 의료법 전반에 파장이 적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
결국 이료대학은 설립 자체도 어렵지만, 설립되더라도 제도권 진입을 위해 한의사와의 일전을 벌여야 하며, 의료보험 진입의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고 하겠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교육적 대안의 일환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특화된 한의대 설립을 제안한다. 일본이나 중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침술 관련 고등교육기관이 설립되어 있고, 이를 졸업한 이후 정안인과 동등한 자격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시각장애인만을 위해 특화된 한의대를 설립하여, 정안인과 동등하게 한의사 면허 시험에 응시하는 방안이 이료대학의 설립보다 제도권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 일단 설립만 되면, 다른 절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으므로 한의사와 상생의 터전에서 제도권 진입이 가능하다.
설립을 위한 관계 법령을 살펴보더라도, 이료대학보다 한의대의 설립이 수월함을 알 수 있다. 60년대에는 의료인에 시각장애가 결격사유가 됐지만, 80년대에 사라졌고, 대학의 문호 역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에 의한 교육적 차별 금지 및 특례 입학 제도로 인해 넓어진 지 오래이다.
그렇다면 시각장애인이 일반 한의대로 입학하는 것이 당연한 방안이 될 텐데, 문제는 일반 한의대가 시각장애인을 가르칠 수 있는 침술 교육 노하우 및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 한의대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력 충원 및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는 것보다 특화된 한의대를 설립한 후, 특례 입학제를 준용하여 학생을 선발하도록 정하는 것이 일반 한의대 입장에서도 효율적일뿐더러 시각장애인 역시 적합한 교육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이를 통해 우리도 정안인과 동등하게 한의사 면허시험에 응시하여 자격을 취득한다면, 3호침 아닌 10호침의 시술은 물론, 의료인의 지위를 획득하여 의료보험 적용도 가능할 것이다. 똑같이 4년을 다닐 것이면 이료대학보다는 한의대가 훨씬 제도권 진입 장벽이 낮을뿐더러 이미 한의사 그룹이 마련해 놓은 다양한 혜택을 공유할 수도 있어 훨씬 효율적이다. 이 모든 혜택을 누리기 위해 특화된 한의대는, 이료대학처럼 설립 이후에도 여러 갈등을 겪을 필요 없이, 설립만 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동안 우린 침술의 제도권 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의료 제도의 구조에 편승하지 못하여 노력만큼 결실을 거두지 못하였다. 국내에서 침술을 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한의사가 되는 방법뿐이다. 그런데 이를 우회적 방법으로 침술을 인정받으려 하니, 힘은 힘대로 들고 손에 쥐는 것은 적었다.
시각장애인이 침술을 할 수 없게 된 본질적 이유는, 한의대를 입학할 수 없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제 사회적 여건도 많이 변하여 시각장애가 결격사유가 되지 않고, 장차법 및 특례 입학제로 인해 대학의 문호도 넓어진 만큼, 시각장애인의 침술 관련 교육 노하우 및 인프라가 갖춰진 특화된 한의대를 설립하는 방안이, 시각장애인은 물론 일반 한의대의 입장에서도 효율적일 것이다.
모쪼록 시각장애인과 한의사가 상생하는 교육적 통로가 확보됨으로써, 그토록 염원하던 침 시술권의 법적 지위가 확보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2018. 10. 1. 제101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