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컴퓨터의 변천사: 책상 위에서 내 손 안으로(1)
장용전
처음 컴퓨터라는 것을 조우한 곳은 학교였다. 286 컴퓨터가 나란히 줄지어 모여 있던 곳, 그냥 멋있고 그래서 배우고 싶었다. 정확히 말하면 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그런데 컴퓨터라는 것은 매우 비쌌고 또 어려웠으며, 접할 기회가 매우 적었다. 당시만 해도 ‘1인 1 PC’는 꿈도 못 꾸었으니까!
좀 산다 하던 친구가 당시 286 컴퓨터를 구매했는데 기가바이트(GB)도 아닌 20메가바이트(MB)짜리 하드디스크에 램도 4메가바이트라며 엄청 좋아했다. 가격이 3백만 원쯤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이 1993년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위잉 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고 하드 긁는 소리(철삿줄을 느슨하게 매어놓고 튕기는 듯한 티리리링)와 함께 무엇인가 발진하는 소리가 멋지게도 나던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았던 그 녀석.
그러나 이렇게 몸값 비싼 녀석 배우기는 쉬웠을까? 우리 세대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 영어를 배웠고, 아무래도 한글과 영어 타이핑을 모두 익혀야만 했던 컴퓨터가 못내 친숙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가 어쩌구 하드웨어가 어쩌구 입출력 장치가 불라불라불라! 내 머리 불라! 그리고 컴퓨터 있으면 꼭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무조건 배웠다. 그 어려운 걸 학교공부하기도 바쁜데 완전 뻘짓이 따로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것이지, 그때만 해도 프로그래밍은 컴퓨터의 존재 이유였다.
그러고도 이 비싸고 어렵고 위대한 녀석으로 뭘 했는가 하면 매우 대단한 걸 절대 하지 않았다. 허허 단순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했다.
뭔가 김빠지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정말로 이게 전부다.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 있다. 한 가지 변화, 바로 한 가지 혁신이 이것의 모든 것이라고!
지금껏 변화해온 컴퓨터의 특징을 잠시나마 살펴보면서 미래 시대 컴퓨터의 비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면 좋을 듯싶다. 첫 번째 시간으로 저장 공간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한다.
1. 데이터 저장의 시대에서 데이터 공유의 시대로
컴퓨터의 구성요소에는 하드디스크라는 것이 있는데 음악이든 책이든 내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언제든 듣고 읽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부품이다.
90년대에 우리가 흔히 사서 듣던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생각하면 된다. 30분짜리가 있는가 하면 1시간 나중에는 앞뒷면 토털 120분짜리 테이프도 출시했다.
하드디스크도 다르지 않아서 많이 저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꾸준히 개발하고 또 개발하여 메가바이트(MB) 시대에서 무려 테라바이트(TB) 시대가 되었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슈퍼맨 형님이 싸웠던 컴퓨터가 기가비트(Gb, 기가바이트의 GB와 혼동하면 안 된다) 컴퓨터다. 1메가바이트가 1000개 모여서 만들어지는 컴퓨터인데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다.
그럼 1테라바이트(TB)는 메가바이트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무려 100만 메가바이트다. 3메가바이트가 보통 음악 한 곡이라 쳤을 때 30만 곡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시려나? 개인적으로 4테라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를 갖고 있는데 소장 중인 만 장의 클래식 앨범을 데이터로 작업해서 넣어도 반도 못 채웠다.
물리적인 집적, 즉 구겨 넣고 구겨 넣고 또 구겨 넣을 만큼 모두 구겨 넣은 하드디스크가 바로 현재의 테라바이트급 하드디스크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속도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내 하드에서 불러오는 것만큼이나 인터넷에서 받는 속도가 빠르다. 그렇다면 내 컴퓨터에 굳이 저장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5G 통신망 시대를 불과 1년 앞으로 바라보고 있다. 5G 통신망이 연결되면 초당 전송속도가 기가바이트를 넘는다. 영화 한 편을 1초에 똑딱으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더 이상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박정현 앨범 MP3로 듣겠다고 1.44메가바이트의 디스크 20장을 가져와서 두 시간가량 백업해 가던 친구 녀석의 집념이 문득 생각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짓이지만 이게 흔하던 시절 불과 20년 전이다.
1바이트(B)는 영문 한 글자를 쓸 수 있는 정도의 크기를 말하는데 1바이트 1000개면 1킬로바이트(KB)고 1킬로바이트가 다시 1000개면 1메가바이트(MB)고 불라불라불라. 내 머리 불라! 더 이상 사용자는 이런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용량 신경 안 쓰고 구매해도 저장 공간이 딸릴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하드디스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SSD다.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린 플래시메모리 기반으로 용량은 다소 적지만 부피가 작고 속도가 빠르며 발열이 적다.
결론적으로 하드디스크의 종말이 머지않다. 사용자는 이제 용량보다 속도! 속도를 생각한다면 SSD를 선택하자. 아직도 홈쇼핑에서는 1테라바이트짜리 하드를 보물처럼 광고하는데 이런 데 속지 않았으면 한다.
다음 호에는 운영체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좀 산다 하던 친구가 당시 286 컴퓨터를 구매했는데 기가바이트(GB)도 아닌 20메가바이트(MB)짜리 하드디스크에 램도 4메가바이트라며 엄청 좋아했다. 가격이 3백만 원쯤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것이 1993년 중학교 1학년 때이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위잉 소리와 함께 불이 켜지고 하드 긁는 소리(철삿줄을 느슨하게 매어놓고 튕기는 듯한 티리리링)와 함께 무엇인가 발진하는 소리가 멋지게도 나던 그냥 보기만 해도 좋았던 그 녀석.
그러나 이렇게 몸값 비싼 녀석 배우기는 쉬웠을까? 우리 세대는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처음 영어를 배웠고, 아무래도 한글과 영어 타이핑을 모두 익혀야만 했던 컴퓨터가 못내 친숙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가 어쩌구 하드웨어가 어쩌구 입출력 장치가 불라불라불라! 내 머리 불라! 그리고 컴퓨터 있으면 꼭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무조건 배웠다. 그 어려운 걸 학교공부하기도 바쁜데 완전 뻘짓이 따로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것이지, 그때만 해도 프로그래밍은 컴퓨터의 존재 이유였다.
그러고도 이 비싸고 어렵고 위대한 녀석으로 뭘 했는가 하면 매우 대단한 걸 절대 하지 않았다. 허허 단순히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했다.
뭔가 김빠지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정말로 이게 전부다.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이 있다. 한 가지 변화, 바로 한 가지 혁신이 이것의 모든 것이라고!
지금껏 변화해온 컴퓨터의 특징을 잠시나마 살펴보면서 미래 시대 컴퓨터의 비전을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면 좋을 듯싶다. 첫 번째 시간으로 저장 공간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한다.
1. 데이터 저장의 시대에서 데이터 공유의 시대로
컴퓨터의 구성요소에는 하드디스크라는 것이 있는데 음악이든 책이든 내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언제든 듣고 읽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부품이다.
90년대에 우리가 흔히 사서 듣던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생각하면 된다. 30분짜리가 있는가 하면 1시간 나중에는 앞뒷면 토털 120분짜리 테이프도 출시했다.
하드디스크도 다르지 않아서 많이 저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를 꾸준히 개발하고 또 개발하여 메가바이트(MB) 시대에서 무려 테라바이트(TB) 시대가 되었다.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슈퍼맨 형님이 싸웠던 컴퓨터가 기가비트(Gb, 기가바이트의 GB와 혼동하면 안 된다) 컴퓨터다. 1메가바이트가 1000개 모여서 만들어지는 컴퓨터인데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 짝이 없다.
그럼 1테라바이트(TB)는 메가바이트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무려 100만 메가바이트다. 3메가바이트가 보통 음악 한 곡이라 쳤을 때 30만 곡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시려나? 개인적으로 4테라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를 갖고 있는데 소장 중인 만 장의 클래식 앨범을 데이터로 작업해서 넣어도 반도 못 채웠다.
물리적인 집적, 즉 구겨 넣고 구겨 넣고 또 구겨 넣을 만큼 모두 구겨 넣은 하드디스크가 바로 현재의 테라바이트급 하드디스크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속도가 비약적으로 늘었다. 내 하드에서 불러오는 것만큼이나 인터넷에서 받는 속도가 빠르다. 그렇다면 내 컴퓨터에 굳이 저장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5G 통신망 시대를 불과 1년 앞으로 바라보고 있다. 5G 통신망이 연결되면 초당 전송속도가 기가바이트를 넘는다. 영화 한 편을 1초에 똑딱으로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더 이상 하드디스크의 용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박정현 앨범 MP3로 듣겠다고 1.44메가바이트의 디스크 20장을 가져와서 두 시간가량 백업해 가던 친구 녀석의 집념이 문득 생각난다.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짓이지만 이게 흔하던 시절 불과 20년 전이다.
1바이트(B)는 영문 한 글자를 쓸 수 있는 정도의 크기를 말하는데 1바이트 1000개면 1킬로바이트(KB)고 1킬로바이트가 다시 1000개면 1메가바이트(MB)고 불라불라불라. 내 머리 불라! 더 이상 사용자는 이런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용량 신경 안 쓰고 구매해도 저장 공간이 딸릴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하드디스크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SSD다. 속도를 비약적으로 올린 플래시메모리 기반으로 용량은 다소 적지만 부피가 작고 속도가 빠르며 발열이 적다.
결론적으로 하드디스크의 종말이 머지않다. 사용자는 이제 용량보다 속도! 속도를 생각한다면 SSD를 선택하자. 아직도 홈쇼핑에서는 1테라바이트짜리 하드를 보물처럼 광고하는데 이런 데 속지 않았으면 한다.
다음 호에는 운영체제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2018. 10. 1. 제101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