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의 추억
박종래(안마사)
신록의 계절인 5월, 산과 들에는 온갖 초목이 생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 나는 우리 집 근처 안산에 몇 번 다녀왔습니다. 나처럼 산행에 별 취미가 없는 사람들에게 안산은 운동 삼아 다니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지요. 고향이 시골인 사람은 저처럼 한 번쯤은 고향 뒷동산에 올라 본 일이 있을 텐데요. 그런 경험도 산행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산에 오르니 등산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나의 첫 등산 경험은 남해 보리암을 오른 것입니다. 아시는 대로 남해 보리암은 한국 불교 사찰의 3대 기도처로 유명한 곳이지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보리암의 정면 큰길로 가지 않고 뒤쪽 등산로를 따라 보리암에 올랐습니다. 등산화도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은 채 말이지요. 그 가파른 등산로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보리암 등산로는 다른 등산로와는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오르막에 이어 완만한 경사지도 있고 평지도 만나게 되는데, 보리암 등산로는 제게 쉴 틈을 주지 않는 오르막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끝내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내려오고 말았는데, 내 체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뒤에 등산을 좋아하는 나의 멘토이자 산악회 회장인 친구의 권유로 다시 등산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비회원을 초정해 하는 행사에 초대를 해주어 동행하게 된 것이지요. 이번 등반지는 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이었습니다. 그때도 저는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나의 약한 체력이 염려되어 집에서 운동기구로 체력을 단련을 하게 됐습니다.
체력을 단련하고 있는 중에 산악회 회장님이 등산화를 사주면서 산행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어엿한 산악회 회원이 되어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산악회 회원은 매주 토요일 산행을 했습니다만, 저는 격주로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산악회 회원이 되고 첫 산행 장소는 수락산이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산에 ‘악’자가 붙으면 까다로운 산행길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보리암이나 청태산은 도우미 팔장을 끼고 소풍 가듯 하는 산행이라면 수락산은 산악 봉사자의 배낭에 달린 끈을 붙잡고 따라가는 그야말로 시각장애인 등산의 정석이라고 했습니다. 등산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돌부리와 나무뿌리, 불규칙한 오르막길은 내 인내심을 바닥까지 내려놓게 했습니다. 7시간 남짓의 등반 중 점심시간이 그나마 커다란 위로가 되었는데, 한 잔 막걸리는 온몸에 힘이 솟게 해주었습니다.
동행인들은 힘이 들면 미리 하산하라고도 권했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고 끝까지 함께하기는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음날 아침 발을 보니 발톱 여덟 개가 빠져버렸습니다. 그만 ‘산행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산행에 참가할 때마다 낯선 사람들과 익숙한 인연으로 사귀는 즐거움과 산에서 먹는 꿀맛 같은 점심식사와 하산 후 뒷풀이의 즐거움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매번 산행을 할 때마다 싱그러운 공기를 음미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산행을 할 때마다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도 일어났습니다. 너무 쉬기를 자주하는 탓으로 (물론 내 기우이겠지만) 동행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은 안타까움도 생겼습니다. 운동 자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제게는 봉사자들의 도움을 그저 고마워하지 못하고 미안해하는 생각이 너무 커져서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산악회의 동지들은 격주 토요일만의 산행으로는 산에 익숙해질 수 없으니 매주 토요일마다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정말 저는 등산에 큰 흥미가 없는 편이었나 봅니다. 이를 악물고 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산에서 보내는 힘겨운 시간들보다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이 더 좋았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격주 토요일마다 산행에 따라 다녔습니다. 그런데 2011년 겨울이었습니다. 눈이 제법 내려 산에 눈이 쌓이게 되었는데 자상한 등산 친구가 자일을 건네주며 이것을 착용하면 절대 눈에 미끄러지지 않는다며 겨울 산행을 권유했습니다. 자일 덕분에 등산은 무사히 마쳤습니다만, 다음날 다리가 너무 무거워 도저히 다시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얼마 안 되는 자일의 무게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제 발걸음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나 봅니다. 이를테면 등산을 포기하게 된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지요.
친구와 함께 하는 산악회 산행을 단념한 뒤에는 아내와 함께 강화도 마니산, 석모도에 있는 보문사에 갔습니다. 역시나 저는 산행에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산행 경험은 우리 집 근처의 안산이나 마니산 정도의 산을 오르는 발걸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나의 첫 등산 경험은 남해 보리암을 오른 것입니다. 아시는 대로 남해 보리암은 한국 불교 사찰의 3대 기도처로 유명한 곳이지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보리암의 정면 큰길로 가지 않고 뒤쪽 등산로를 따라 보리암에 올랐습니다. 등산화도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은 채 말이지요. 그 가파른 등산로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보리암 등산로는 다른 등산로와는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오르막에 이어 완만한 경사지도 있고 평지도 만나게 되는데, 보리암 등산로는 제게 쉴 틈을 주지 않는 오르막길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끝내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내려오고 말았는데, 내 체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하는 걱정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그 뒤에 등산을 좋아하는 나의 멘토이자 산악회 회장인 친구의 권유로 다시 등산 경험을 하게 됩니다. 비회원을 초정해 하는 행사에 초대를 해주어 동행하게 된 것이지요. 이번 등반지는 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이었습니다. 그때도 저는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나의 약한 체력이 염려되어 집에서 운동기구로 체력을 단련을 하게 됐습니다.
체력을 단련하고 있는 중에 산악회 회장님이 등산화를 사주면서 산행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에는 어엿한 산악회 회원이 되어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산악회 회원은 매주 토요일 산행을 했습니다만, 저는 격주로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산악회 회원이 되고 첫 산행 장소는 수락산이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산에 ‘악’자가 붙으면 까다로운 산행길이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보리암이나 청태산은 도우미 팔장을 끼고 소풍 가듯 하는 산행이라면 수락산은 산악 봉사자의 배낭에 달린 끈을 붙잡고 따라가는 그야말로 시각장애인 등산의 정석이라고 했습니다. 등산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너무 힘이 들었습니다. 돌부리와 나무뿌리, 불규칙한 오르막길은 내 인내심을 바닥까지 내려놓게 했습니다. 7시간 남짓의 등반 중 점심시간이 그나마 커다란 위로가 되었는데, 한 잔 막걸리는 온몸에 힘이 솟게 해주었습니다.
동행인들은 힘이 들면 미리 하산하라고도 권했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고 끝까지 함께하기는 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다음날 아침 발을 보니 발톱 여덟 개가 빠져버렸습니다. 그만 ‘산행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산행에 참가할 때마다 낯선 사람들과 익숙한 인연으로 사귀는 즐거움과 산에서 먹는 꿀맛 같은 점심식사와 하산 후 뒷풀이의 즐거움을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매번 산행을 할 때마다 싱그러운 공기를 음미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산행을 할 때마다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도 일어났습니다. 너무 쉬기를 자주하는 탓으로 (물론 내 기우이겠지만) 동행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것 같은 안타까움도 생겼습니다. 운동 자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제게는 봉사자들의 도움을 그저 고마워하지 못하고 미안해하는 생각이 너무 커져서 신경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산을 사랑하는 산악회의 동지들은 격주 토요일만의 산행으로는 산에 익숙해질 수 없으니 매주 토요일마다 나와야 한다고 했지만, 정말 저는 등산에 큰 흥미가 없는 편이었나 봅니다. 이를 악물고 하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산에서 보내는 힘겨운 시간들보다 집에서 책 읽는 시간이 더 좋았으니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동안은 격주 토요일마다 산행에 따라 다녔습니다. 그런데 2011년 겨울이었습니다. 눈이 제법 내려 산에 눈이 쌓이게 되었는데 자상한 등산 친구가 자일을 건네주며 이것을 착용하면 절대 눈에 미끄러지지 않는다며 겨울 산행을 권유했습니다. 자일 덕분에 등산은 무사히 마쳤습니다만, 다음날 다리가 너무 무거워 도저히 다시 산에 가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얼마 안 되는 자일의 무게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제 발걸음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나 봅니다. 이를테면 등산을 포기하게 된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셈이지요.
친구와 함께 하는 산악회 산행을 단념한 뒤에는 아내와 함께 강화도 마니산, 석모도에 있는 보문사에 갔습니다. 역시나 저는 산행에 소질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산행 경험은 우리 집 근처의 안산이나 마니산 정도의 산을 오르는 발걸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주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