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ME BEFORE YOU)를 읽고...
김경미(경상대학교 사회복지행정과 재학)
이 소설은 윌 트레이너라는 사지 마비 장애인과 루이자 클라크라는 평범한 아가씨가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유능한 기업 합병가였던 윌 트레이너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지마비 장애자가 되어 자신을 안락사 시켜 줄 것을 가족들에게 부탁하고 가족들은 그에게 6개월 뒤에도 결심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전문 간병사가 아닌 밝고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20대의 평범한 루이자 클라크를 간병인으로 고용한다. 루이자 클라크는 그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온갖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윌과 함께하면서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윌은 그녀의 고백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택하며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글의 전반적인 흐름과 스토리가 언뜻 하이틴 로맨스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장애인으로 살아가며 느끼는 윌의 감정과 대사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너무 많아 이 소설의 작가가 장애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장애인이라 그런 걸까? 두 사람의 사랑 스토리보다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윌의 애환에 공감했고 루이자 클라크라는 비장애인이 윌과 함께 하면서 장애인에게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모습을 보며 현실에서의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과 행동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루이자가 윌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경마장으로 첫 나들이를 다녀온 후 루이자와 윌의 대화 내용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루이자: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아쉽네요.
윌: 당신도 다른 사람과 똑같군요. 최소한 나와 상의라도 해봤다면 내가 말을 무지 싫어한다고 말해 줬을 텐데요.
대부분의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불필요하게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많다. 그런 친절은 오히려 장애인의 자존감에 상처를 줄 뿐이다. 어떤 음식인지도 모른 채 입에 넣어준 음식을 먹거나 팔이 붙잡힌 채 끌려간 경험은 시각장애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다는 비장애인의 배려라는 것을 이성으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좋지 않다. 앞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분명 도움은 필요하지만 나 자신의 의지와 선택이 결여된 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친절은 장애를 가진 나 자신을 더 비참하게 만든다.
가령 두 팔이 마비된 장애인이 책을 읽고 싶다고 할 경우 그에게 필요한 도움은 그가 원할 때 책장을 넘겨주는 것 뿐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불필요한 친절이다.
윌의 말도 이런 의미일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부분까지 배제시켜 버리는 비장애인들의 배려 아닌 배려에 대한 지적일 것이고 그 부분에 나 역시 백프로 공감한다.
다음은 이 소설의 핵심 주제인 안락사에 대해 말해 볼까 한다.
실제 안락사는 범죄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염려와 함께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러므로 안락사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인간에게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면 죽음 역시 그럴 권리가 있지 않을까?
안락사를 반대하는 혹자 중에는 인간의 생사는 오직 하늘만이 결정하신다는 종교적 이유를 드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의학기계에 의존하여 살아 숨쉬는 것은 하늘의 뜻일까?
고통없는 편안한 죽음은 모든 인간의 바람일진데 안락사의 기준을 같은 인간이 무슨 잣대로 결정한단 말인가?
나 자신조차 안락사에 대한 찬반을 단정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안락사의 찬반론은 이쯤에서 끝내고 다시 소설 속으로 돌아가는 게 나을 듯하다.
윌이 루이자의 사랑 고백을 듣고도 죽음을 택했을 때 조금은 충격이었고 조금은 공감했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행복하게도 고통스럽게 하기도 한다는 것을 나 역시 겪었으니까.
딸아이가 5개월일 때 갑자기 실명한 나에게 딸아이는 축복이기도 했지만 볼 수 없음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존재이기도 했었다. 아마 윌은 그걸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의지와 선택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얼마 전 미디어에서 파킨슨병으로 혀까지 마비된 어느 작가가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작가나 스티븐 호킹 박사는 점점 악화되어가는 병세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 그 이상을 이루지 않았는가. 이들에게 강한 의지와 신념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장애를 갖고 살아가기 위해선 비장애인보다 몇 갑절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윌은 삶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기에 죽음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작가는 윌이 안락사하는 것으로 결말을 지음으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단순히 “그래서 왕자님과 공주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보다 극적인 결말을 위해서라면 성공적인 것 같다. 그리고 윌이라는 장애인을 통해 루이자가 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비장애인들에게 힐링이 되길 바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소설은 내가 읽은 그 어떤 소설보다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더불어 잔잔한 재미까지 있어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