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기억에 남을 공무원 연수
김상훈(공무원)
몇 년 전까지 별 문제 없이 회사를 잘 다니다가, 갑자기 시각장애가 생겨서 퇴사를 하고 조금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아서 작년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올 해 1월부터 출근을 했다. 출근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되어서 연수를 하러 갔는데 2주간의 연수에서 만난 동기들과의 시간들이 나에게 좋은 추억이 되었다.
연수 가서 만난 조원들은 다들 오픈마인드의 사람들이었고, 나를 잘 도와주었다. 하나님께서 좋은 조원들을 만나게 해 주신 것 같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다들 친해져서 서로 형, 동생으로 부르게 되었다. 조원들의 연령이 다양했는데 내가 큰 형님이었고, 막내와는 20년 차이가 났다.
연수 2일차에 지방에 있는 연수원으로 엠티(MT)를 갔다. 연수원에 도착해서 처음 한 활동은 도미노 쌓기였다. 도미노 쌓기에선 내가 별로 조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내일부터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적극적으로 조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자!'고 다짐했다.
엠티 둘째 날에는 합창, 댄스, 마리오네트, 난타 중에서 하나를 전문강사에게 하루 동안 배우고 그날 저녁에 공연을 하는 미션이 있었다. 나는 합창을 하게 되었는데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면 되는 것이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합창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중에 예상치 못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합창을 하면서 율동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율동이 생각보다 많았다. 같이 공연하는 옆 사람들이 하는 동작과 틀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내 동료 도우미 준형이가 불안했는지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러나 나는 하겠다고 대답했다. 강사의 동작이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든 따라하려고 노력했다. 준형이가 옆에서 내 손을 잡고 가르쳐 주느라고 고생을 많이 했다. 끝까지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 올라가서 결국 무사히 공연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우리 조장 형준이가 내가 합창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연수 2주차 커뮤니케이션 스킬 수업에서 A4 용지 15장과 테이프로 1미터 이상 되는 탑을 쌓으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종이로 1미터 이상 되는 탑을 쌓으라고? 주어진 시간은 15분. 내가 제일 먼저 의견을 내었다. A4 용지를 세로로 동그랗게 말아서 기둥을 만들자고 했다. 그러나 높이를 높게 하는 것이 문제였다. 주은이가 내 생각을 수정하여 A4 용지 3장씩 세로로 붙여서 동그랗게 말아서 기둥을 만들고 같은 방법으로 2개의 기둥을 더 만들어 탑을 쌓았다. 우리 조는 주어진 시간 내에 1미터 이상 되는 탑 쌓기에 성공했다.
이 수업 받으면서 주어진 미션 중에 강사가 내준 주제에 대해 조원들이 토의를 하고 그 결과를 큰 종이에 써서 다른 조에 가서 발표를 하는 것이 있었다. 그 임무에서 내가 발표를 했는데 우리 조원들이 내가 조리 있게 말을 잘 한다고 했다. 그 다음날에는 화요일에 갔다 온 행정탐방 결과를 조별로 발표를 해야 했다. 누가 발표를 맡을지 정해야 하는데 다들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데 덕만이가 형님 발표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라고 말했다. 나도 어려움이 예상되었지만 맡기로 했다. 무엇을 하든 조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10분 정도 발표를 해야 하는데 내가 발표를 하려면 PT 자료를 볼 수가 없으니 그 내용을 다 머리 속에 넣어 가지고 해야 했다. 조원들과 함께, 나는 한소네를 사용해서 발표 시나리오를 밤 늦게까지 준비했다.
다음날 발표를 했는데, 우리 조가 1조라서 내가 제일 먼저 발표를 했다. 처음에는 긴장해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마음을 가다듬고 오히려 편안하게 발표를 했다. 끝나고 조원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칭찬해 주었다.
"형님, 수고하셨어요!"
그 날 저녁에 저녁식사 자리로 걸어가는 길에서 재용이가 나와 함께 걸어가면서 말했다.
"형님, 오늘 발표 보면서 감동했습니다. 나와 문기는 묻어가는 사람들이었는데 형님을 보면서 마음이 바뀌게 되었어요. 형님의 발표에서 진실함이 느껴졌어요..."
15년 전에 이전 회사에서 연수 갔을 때를 회상해 보았다. 그 때는 이번 연수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조원들 사이의 친밀감도 적었고, 팀워크도 이번 연수보다 잘 되지 않았다. 나도 그때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었다. 본래 성격이 내성적이지만 이번 연수에서는 나의 장애 때문에 조에 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더 적극적으로 행동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한 결과 우리 조원들 그리고 다른 조원들에게 감동을 주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경험을 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