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유석영(경기도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 대표)
환한 빛이 슬픔이 되어 두 손에 만져지는 아침입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따라
우리 모두가 존경했던 고 백리전 회장님께서 천국으로 그 걸음을 옮기셨습니다.
벌써부터 진한 그리움과 아쉬움들이 서러운 눈물이 되어 가슴을 적십니다.
실명으로 힘겨워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어둠이라는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국가를 설득하여 참신한 제도를 만드셨고, 뜻을 함께 하는 여러 사람들을 불러 모아 돌짝밭을 일구어 새로운 빛을 찾아주셨습니다.
절망으로 머뭇거리던 시각장애인들에게 자립이라는 선물을 주시려고 밤과 낮을 다 쓰셨으며, 배울 수 있고 일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길을 열어서 많은 기회를 부여해 주셨습니다.
오롯이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하고 우선 귀에 들리는 달콤한 소리에 이기적으로 마음을 쏟았던 저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하나님이 주신 사랑의 마음으로 우매한 저희들을 격려하고 북돋아주셨기에 오늘 저희들은 사회 성원으로 이렇게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감사와 존경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이 태산과도 같습니다.
또한 이렇게 회장님을 보내드려야 하는 이 자리가 마냥 슬프기만 합니다. 그 어떠한 예고도 없이 급하게 길을 재촉하셨기에 저희들의 서운함이 더욱 커져만 갑니다. 생전에 문안을 게을리 했던 철부지의 마음이 회장님과 작별하는 이즈음에 무척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92년의 여정을 하나님의 심부름꾼으로 성실하게 그 책무를 다하신 회장님이시기에 오늘 저희들은 기꺼이 회장님을 하나님 품으로 돌려보내드리렵니다. 이제는 하늘에 별이 되시어 시각장애인들이 그 별을 어루만지며 옳게 길을 찾고 기쁘게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더 따뜻하게 가슴을 열어 모두를 보듬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지금까지 어깨에 지셨던 무거운 짐들을 다 내려놓으시고 하나님 품에서 평안을 누리시기를 기원 드립니다. 저희들은 더욱 부지런히 노력하고 정진하여 회장님께서 뜻하시던 무한대한 가능성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제 더욱 기쁘게 하늘나라에서 회장님을 만나 뵐 날을 소망하오며 비록 아쉽지만 회장님을 놓아드리렵니다. 아름다운 천국에서 편히 쉬소서.
2016년 8월 12일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제3기 기초재활반 훈련생
유석영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