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르
김창민
‘하마르’란 단어는 아랍어로 당나귀란 뜻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당나귀에 대한 우화가 있고 어느 나라에도 당나귀는 살고 있습니다.
아랍국가에서 당나귀라는 말은 특이합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당나귀란 단어를 사람에게 직접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당나귀란 그들에게는 최악의 모욕적인 욕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흔히 ‘미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씁니다. ‘너 미쳤니’ 하거나 ‘이거 미치겠네’ 하는 등 그 나라 사람들도 보통으로 그런 말을 합니다. 다만 당나귀 앞에는 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나귀라는 단어 앞에 ‘하마카’란 단어가 붙으면 그들은 어느 한쪽이 죽거나 상해야만 싸움이 끝납니다. ‘하마카’란 ‘미쳤다’는 뜻이니 ‘하마카 하마르’는 ‘미친 당나귀’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분 나쁜 일이 있으면 상대방 앞에서 퉤퉤하며 침을 뱉어냅니다. 아랍인들도 기분 나쁜 상대를 만나면 그 상대 앞에서 ‘투~’하고 침을 뱉어냅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투’하는 소리가 크기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모욕이 차이가 나며, 뱉어낸 침의 양에 따라 자기감정을 표현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이 투 할 때 얼굴을 보지 않고 그 상대는 상대가 뱉어내는 침의 양을 보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합니다.
다시 당나귀로 돌아와서 아랍 나라의 당나귀는 참으로 부지런하며 여러 분야에서 요긴하게 활용됩니다. 어느 곳에서도 미쳐 날뛰는 당나귀는 볼 수 없는데 사람들에게 왜 멸시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또한 아랍에서는 당나귀가 약간의 부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잘못 들어가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좁은 길을 사람들은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양손에 잔뜩 들고 쩔쩔매며 잘 못 피해 다니는데, 당나귀는 물건을 잔뜩 싣고도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닙니다. 그 주인들은 그 당나귀의 뒤를 느긋하게 따라갑니다.
우연히 이슬람 종교 지도자와 한 자리에 있게 된 기회가 있어 하마르 하마카에 대하여 질문을 했습니다. 종교적인 문제로 위대한 선지자 예수를 죽인 동물로 저주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설명하자면 이슬람 종교에서 하나님의 아들은 무하마드이고 예수는 최고의 선지자일 뿐이지만, 그 선지자를 죽음의 길로 이끌고 간 당나귀가 예수를 죽인 저주받은 동물이라는 것입니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지만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임을 간접으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인정하지 못하지만 하마르 하마카는 최악의 악인을 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죽인 사람들, 그러나 예수께서는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은 그들을 용서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