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동의
최창우(충남시각장애인연합회장)
저는 중도 실명한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실명한 지 불과 15년밖에 안 되는 햇병아리에 불과합니다. 제가 점자를 배우게 된 동기는 충남지부장 선거에 입후보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느 유권자께서 점자는 아시느냐고 묻기에 점자가 뭐냐고 하니까 “아니 시각장애인 대표자가 되겠다는 분이 점자도 모르느냐”라는 핀잔을 듣게 되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곧 충남 아산시지회에서 점자를 배우게 되었고, 점자페이퍼 한 장을 쓰고 읽기 전에는 잠도 안 잤고 밥도 안 먹으면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불과 한 달 만에 점자를 익혔고, 한소네도 보급 받아 책도 여러 권 발간하였습니다.
내 인생을 바꾸어 놓은 점자! 나는 그 누구보다도 점자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감히 외람되게 시각장애인 여러분들께 긴급 동의를 요청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앞으로 11년 후인 2026년 11월 4일은 한글점자 반포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현행 한글점자는 1921년 제생원 맹아부 교사이셨던 박두성 선생님이 6점식 한글점자를 만드신 후 수정보완을 거쳐 1926년 11월 4일에 ‘훈맹정음’을 반포하심으로서 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의 문자로 자리 잡게 된, 빛나는 문화유산이자 나아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입니다. 송암 박두성 선생님이야말로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이십니다.
그런데 제가 한시련 충남 지부장, 충시연 회장이 되어 지난 2015년 5월 28일에 한시련 인천시지부에서 개최된 전국 지부장단 회의에 참석하였을 때 인천광역시 남동구 수산동에 있는 송암 박두성 선생님 묘소를 참배한 적이 있었습니다.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가시나무 떨기와 억새풀을 헤치고 높낮이도 일정치 않은 가파른 언덕 계단 길을 헐떡거리며 어렵사리 당도한 곳은 공동묘지였습니다. 송암 박두성 선생님 묘소 앞에 당도하고 보니 초라한 나머지 민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곳이 시각장애인들의 점맹 퇴치를 위해 훈맹정음을 반포하신 우리들의 세종대왕으로 추앙받으시는 위대한 족적을 남기신 어르신의 묘소라고 생각하니 좀처럼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난 2015년 7월 24일에 열린 한시련 제13기 제9차 이사회 석상에서 송암 박두성 선생의 애맹 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송암 박두성 선생 묘역을 국가 유공자 묘역에 이장할 것을 추진하라”고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한시련 자산으로 송암 박두성 선생 묘소를 성역화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또한, 이것조차 어려우면 점이 모아지면 선이 되고 글자가 되듯이 우리가 각자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서라도 “훈맹정음 반포 백주년 기념사업회”를 구성하여, 오는 한글 점자 반포 100주년이 되는 2026년 11월 4일까지 송암 박두성 선생 묘소를 성역화 하는 것에 대한 긴급 동의를 구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시각장애인 여러분들의 고견과 동참을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