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점자 개정안에 대한 나의 생각
임경억(시각장애인복지관 종사자)
2016년, 올해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한글 점자를 창안하신 지 90주년을 맞는 해다. 그래서 그런가 연초부터 한글 점자에 대한 시각장애인들의 사랑이 뜨겁다. 2차 개정을 앞둔 현 시점에서 개정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온라인을 달군 탓이다. 필자도 짧은 소견이나마 여기에 몇 자 적어 본다.
첫째, ‘쌍시옷 받침’을 굳이 없앨 필요는 없다. 개정 사유에 보면 ‘예외 규칙이 많다’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사실상은 둘 뿐이다. 그것도 하나는 이미 해결돼 있는 상태다. 즉 모음 글자 뒤에 ‘예’ 자가 이어 나올 경우 붙임표를 사용하여 혼동을 이미 막고 있다. 정작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나, 타’ 등의 글자 뒤에 ‘3, 4점’이 이어 나올 경우 ‘쌍시옷 받침’인지 ‘예’ 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그동안 잘 써오던 ‘쌍시옷 약자’를 폐기하기보다는 규정 17항을 일부 보완하면 해결될 일이다. 즉 “‘나, 다, 마, 바, 자, 카, 타, 파, 하’ 뒤에 모음 글자 또는 쌍시옷 받침이 이어 나올 때에는 ‘ㅏ’를 적어 나타낸다.”라는 문구로 수정하면 혼란의 여지는 아예 없다. 보완책이 없을 때 뜯어 고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영어권에서 그동안 잘 사용해 오던 몇몇 약자들을 폐기했다 한다. 하지만 영어 점자가 국제적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또 영어와 한글의 언어 체계는 전혀 다르다. 왜 우리가 영어권 사람들의 점자 개정 흐름을 따라야 하는지 궁금하다.
둘째, ‘성, 정, 청’ 약자도 굳이 없앨 이유가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언어 구조상 이 약자들이 어긋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던 바이지 생소한 문제가 아니다. 알다시피 쌍시옷 받침 약자와 마찬가지로 간략히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차선책이다. 그리고 이미 보편화돼 있는 상태이고 혼란의 여지도 없다. 만일 그랬다면 이미 손질이 가해졌을 터인데, 이제 와서 표기상의 문제라고 하면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어에 ‘모음조화’라는 게 있다. 양성은 양성끼리, 음성은 음성끼리 모음이 조화를 이루는 문법 체계다. 하지만 모음조화에 어긋나더라도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보편화되어 버린 낱말은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현 국어원의 추세다. 간단한 예로 토끼가 뛰어가는 모습을 표현할 때 모음조화에 따른다면 ‘깡총깡총’이라 해야 옳은데 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 표현은 비표준어다. 오히려 ‘깡충깡충’이 표준어이다. ‘오손도손’도 ‘오순도순’에 밀려 비표준어였다가 겨우 2011 년 말에 와서야 복수 표준어로 간신히 인정받았다. 중요한 것은, 문자란 사회 구성원들의 ‘약속된 기호’라는 사실이다.
셋째는 ‘괄호’ 문제다. 소괄호의 신설은 동의한다. 하지만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중괄호와 대괄호를 굳이 바꿀 이유는 전혀 없다. 단지 소괄호를 ‘236점, 2점, 5점, 356점’로 정하면 기존 사용자들에게 혼란도 주지 않으면서 소기의 목적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세 가지의 같은 점형을 사용하면서 굳이 이름만 바꿀 필요는 없지 않은가.
넷째, 줄임표를 두 가지 형태로 표기하게 했는데 이것은 지나친 의욕으로 보인다. 두 가지 형태의 줄임표 표기가 각각 다른 의미를 갖는다면 달리 표기하는 것도 타당하겠지만, 단지 가운뎃점이냐 마침표냐에 따라 구분하는 일은 불필요한 노력이다. 묵자를 따르고 싶었다면 가운뎃점 줄임표는 ‘^6,6,6^’이 아니라 ‘^5,23,5,23,5,23^’으로 해야 맞지 않은가 묻고 싶다. 묵자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나 점자의 특수성도 무시되어선 안 된다.
다섯째, 개정안 내용을 보면 불필요한 문구들이 너무 많다. 상세히 설명하려다 생긴 일로 보인다.
그러나 너무 친절히 설명하다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1차 개정 당시 가운뎃점 뒤에 나오는 숫자에 수표를 붙이지 않는 것인데, 굳이 그 앞에 ‘특정한 날’이라는 문구를 넣는 바람에 10년간 고생해 오지 않았는가. 문장 부호와 관련된 조항에서 굳이 띄어쓰기 언급은 불필요하다. 기본 원칙은 말하지 않아도 일반 문장 규칙에 따라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또다시 묵자에 따른다고 표기하는 것은 군더더기에 불과할 뿐이다. 점자의 특성상 띄어 써야 할 곳만 지적해도 충분하다.
이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으나 지면 관계상 줄이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