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덕정역 추락사고 피해자에 일부승소 판결
지하철 선로 추락 사고의 책임을 놓고 한국철도공사와 법정 다툼을 벌였던 시각장애인 김 모(남, 24세) 씨가 항소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민사부(부장판사 박관근)는 지난 4월 29일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한다”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6,089,541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모 씨는 2012년 9월 경기도 양주 덕정역에서 선로로 추락해 골반 및 비구골절 등으로 인해 전치 6주, 다발성 늑골 골절로 추가로 2주 진단을 받았으며 정신적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같은 해 12월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법률위원단의 소송 대리로 한국철도공사에 치료비와 위자료 명목으로 15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15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했지만 김 모 씨가 불복하자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고, 김 모 씨는 연구소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이하 희망법)’의 도움을 받아 항소했다.
이 날 재판부는 ▶승강장에 안전요원이 전혀 없었던 점, ▶행선지와 출입문이 열린 사실에 관하여 안내방송이나 열차의 운전원 등에 의한 안내가 없었던 점,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한국철도공사 측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관계법령이 전철 역사의 승강장에 안전펜스와 스크린도어 중 어느 하나를 선택적으로 설치하면 족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상, 이 사건 승강장에 안전펜스가 설치되고 스크린도어는 설치되지 않은 것만으로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원고와 피고의 책임비율을 각각 70%, 30%로 제한하였다. 이에 따라 위자료 6백만 원과 치료비의 30%에 해당하는 89,541원이 산정된 것이다.
김 모 씨는 “한국철도공사 측의 책임이 인정되는 사례를 만들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에서 이정도면 나름 선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미국에서 소송을 했다면 100% 이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또 그는 “한국에서 장애인들이 권리를 찾기 위해서는 비용에서부터 여러 가지 걸림돌이 많다”고 지적했다.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는 “우리나라 법원은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해주는데 인색한데, 사실 이번에는 비교적 위자료가 인정된 편”이라고 말하면서도 재판부가 스크린도어가 없는 것에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것과 철도공사 측의 과실비율이 30%밖에 인정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2014.05.15 제90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