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신호기 음성체계 변경,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근 국민신문고에 음향신호기 관련 민원이 제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각장애인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는 시각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도록, 횡단보도의 위치와 보행 신호의 상태를 음향으로 안내하는 교통시설이다. 1995년 국내에 도입된 이래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도로교통법 규정에 따라 복지관 등 장애인 이용시설, 밀집지역, 역사, 공공건물 주변을 중심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음향신호기를 누르면, 상황에 따라 다음과 같은 음성 메시지가 나온다. 빨간불이 켜지면 “○○ 방면 신호등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녹색불이 켜지면 “○○ 방면 신호에 녹색불이 켜졌으니 건너가셔도 좋습니다.”, 녹색불에서 점멸 신호로 바뀌었을 때는 “점멸 신호로 바뀌었습니다.”라고 안내한다.
그런데, 녹색불 보행신호 음성메시지로는 보행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시간 경과를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즉, 녹색불이 들어오고 1초가 지나 음향신호기를 누르든지, 녹색 신호가 1초 남은 상황에서 누르든지 “시간이 부족하오니 다음 신호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음성 안내만 나올 뿐이다. 정안인은 녹색불이 켜진 상태에서 몇 초가 남았는지 표시가 되어 알 수 있는 반면에, 시각장애인은 녹색 신호가 얼마 후에 빨간색 신호로 바뀔지 알 수 없다. 보행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 조치라 할 수도 있으나, 극단적인 과잉보호이자 보행의 자유를 해하는 차별이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A(남, 57세, 1급) 씨는 녹색 신호 상태에서 남은 시간을 “10초, 9초 … 1초” 식으로 음성 안내해 줄 것을 요청했다.
A 씨는 매일 출퇴근을 위해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불편하기도 하고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안인과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에게도 녹색 신호가 몇 초 남았는지 똑같은 정보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독립보행을 하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꼭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시각장애인들이 의견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A 씨가 민원을 넣은 부처는 국토교통부이지만 신호 체계 변경은 경찰청 소관이라, 제출한 민원은 현재(3월 19일 기준) 경찰청에 접수되어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라 한다.
이번 민원에 대해 시각장애인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꼭 필요한 일”이라며 동감을 표하는 의견들이 많다. 반면, “신호 소리와 겹치면 상당히 어지러울 수 있다”, “카운트 다운되는 음성 소리에 조급하게 건너다가 오히려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의 한 연구원은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음성안내가 시행되면 당연히 좋겠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단일로는 상관없지만, 교차로의 경우는 아직 음향신호기 소리 분리가 잘 되지 않아 신호기 소리와 음성 멘트가 동시에 나오면 시각장애인들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음향신호기에 기능을 추가하기보다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각자 스마트폰에서 직접 신호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거나, 건너고자 하는 방향 신호등만 동작할 수 있도록 신호 간섭을 없애는 노력들이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시각장애인의 횡단보도 보행에 있어 안전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안은 단순히 취사선택할 성격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시각장애인들 모두가 보다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2019. 4. 1. 제102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