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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애 감수성 살리는 복지가 되어야 (임경억)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08-30 오후 3:36:38

조회수 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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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애 감수성 살리는 복지가 되어야 (임경억)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9-08-30 오후 3:36:38 (조회 : 2519)
장애 감수성 살리는 복지가 되어야
 
임경억
 
  나는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강사 자격으로 많이 다닌다. 장애인복지법 제25조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 2항에 초·중등학생이나 직장 내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1년에 1회 이상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간혹 강의를 시작하면서 장애 감수성과 관련한 재미난 질문을 하나 던지곤 한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 물냉면을 먹는다고 할 경우 시각장애인들은 그릇 안에 담겨 있는 반쪽짜리 삶은 계란을 언제 먹을까요?”라고.
  참석자들은 순진하게도 나름 고민을 한다. ‘처음에 먹을까?’, ‘맨 나중에 먹을 거 같은데.’, ‘아냐, 사람따라 다를 거야.’ 등등의 답들이 여기저기서 소곤거린다.
  사실 여기에 정답이 있겠냐마는, 장애 감수성 문제이기 때문에 나는 하나의 답을 제시해준다. 답은 “계란이 젓가락에 집혔을 때.”라고.
  비시각장애인들이야 자기가 먹고 싶을 때 계란을 집어 먹을 것이다. 면을 먹기 전에 먼저 계란부터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좀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순서 생각 없이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그들과는 조금 다르다. 젓가락으로 면을 집다가 우연히 처음에 잡히면 그때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미꾸라지처럼 한참 요리조리 피해 다니다가 작살에 찍히듯 젓가락에 걸리면 또 그때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냉면을 먹을 때 삶은 계란을 언제 먹을 것이냐 하는 순서는 알다시피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그 ‘순서’라는 것이 삶 속에서 중요할 때도 있다.
  두 청년이 있었다 한다. 한 청년이 신부님을 만나 뵙고 상담을 했는데 청년은 이렇게 물었다.
  “신부님, 기도를 드리다가 마음이 답답해지면 그때 담배를 피워도 될까요?”
  물론 신부는 안 된다고 답을 했다.
  상담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이 젊은이는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룸 메이트가 그 이유를 묻자 “자네는 질문의 순서가 잘못되었네.”라고 말하면서 신부님에게로 달려갔다.
  “신부님, 담배를 피우다가 마음이 답답해지면 기도를 해도 될까요?”
  신부님은 주저 없이 괜찮다고 답을 했다.
  ‘기도하는 일’, ‘담배 피우는 일’ 똑같은 두 가지 일을 하는데도 순서가 달라짐에 따라 신부님의 대답은 정반대로 나온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모 시각장애인 관련 기관에 서비스 하나를 신청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먼저 이러저러한 서류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귀에 낯선 서류를 요구했다. 보험료 납입 확인서와 자격 득실 확인서가 그것이었다. 순간 나는 이 서류를 어떻게 떼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머리를 스쳤다. 그래서 그 서류를 간편히 뗄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물으니 1577-1000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전화를 걸어 요청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에이, 그걸 먼저 말해주지.’ 서비스 이용이 왜 이리 복잡하냐고 말하려던 생각이 쏙 사라졌다.
  일 처리를 끝낸 다음 나는 ‘순서’라는 것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만일 이 담당자가 내가 묻기 전에 “준비할 서류 중 납입 확인서와 자격 득실 확인서는 1577-1000에 요청하면 됩니다.”라고 먼저 말을 해주었더라면 잠깐의 고민도 하지 않았을 터인데 말이다.
  장애인 복지 사업은 단순히 행정 능력으로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 감수성이 덧입혀지면 그 서비스는 한결 더 질 높은 서비스가 된다는 것을 유념해 주길 바란다.
 
(2019. 9. 1. 제10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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