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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시작이다(최승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8-14 오후 4:56:24

조회수 2798

게시물 내용
제목 다시 시작이다(최승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8-14 오후 4:56:24 (조회 : 2798)

다시 시작이다
최승리

  시력을 잃고, 나는 고장난 배처럼 절망 속을 표류했습니다.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렀고 나에게는 살아가기 위한 의지도 의욕도 없었습니다. 나는 조금씩 침몰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도쿄타워라는 등대를 발견했습니다. 도쿄타워 앞에 서면 인생의 어떤 방향성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시력을 잃고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도쿄타워까지의 항해는 순탄치 못했습니다. 여행사는 시각장애인을 안내해 본 경험이 없다며 예약을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또 가족들조차 무모하다며 내 도전을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백방으로 도움을 청하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함이 통한 탓일까요? 나는 아라이 부부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들은 무료로 나를 도쿄타워까지 데려가 주겠다고 했습니다. 기쁘고 감사한 일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생면부지 외국인에게 왜 이런 친절을 베풀겠다는 거지?’
  의문은 의심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혹시 이분들이 공항에 나오지 않는 건 아니겠지?, 나쁜 일에 휘말리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아라이 부부를 만나는 순간 나의 이 망상은 모두 기우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와! 승리 씨 정말 키가 크네요. 나는 아직 이만큼 밖에 자라지 않았는데.”
  아저씨는 내 손을 자신의 어깨에 가져다 댔고, 아주머니는 내 팔짱을 끼며 어색한 한국말로 나를 다독였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도쿄 타워에 함께 가자!”
  두 분이 내 긴장된 마음을 풀어 주려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도쿄 타워로 이동하며 나는 두 분께 궁금했던 의문을 묻기로 했습니다.
  “왜 제게 이런 친절을 베푸시는 거죠?”
  아저씨는 후후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호해야 해요. 또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야 하고요. 두 눈이 보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보이지 않는 이들을 돕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해요.”
  이번에는 아저씨가 내게 물으셨습니다.
  “승리 씨는 왜 도쿄타워를 보고 싶은 거죠?”
  “모르겠어요. 막연히 첫 여행에 목적지는 도쿄타워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 사람의 걸음이 도쿄 타워 앞에 멈춰 섰습니다. 아저씨는 도쿄 타워를 설명하셨습니다.
  “승리 씨 앞에 도쿄 타워가 있습니다. 꼿꼿이 등을 세우고 텅 빈 도시를 화려하게 채색하고 있네요.”
  나는 눈을 비비고 도쿄타워를 올려다보았습니다. 하지만 내 시력으로는 도쿄타워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캄캄한 밤하늘을 수놓는 한 줄기 불빛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분명 도쿄타워였고 내가 찾던 등대였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세상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구나!”
  그때 누군가 내 등을 쓸어 주었습니다. 아라이 아주머니였습니다. 아주머니는 내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등을 쓸어 주셨습니다. 아라이 아저씨는 내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승리 씨 어떤 상황에서든지 손을 내밀 용기만 있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당신의 손을 잡을 거예요. 힘을 내요.”
  나는 아저씨와 마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그럴게요.”
  내게 도쿄 타워는 목적지가 아닌 새로운 항해의 출발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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