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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행복으로 가는 길(주호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9-30 오후 2:57:49

조회수 2608

게시물 내용
제목 행복으로 가는 길(주호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09-30 오후 2:57:49 (조회 : 2608)

행복으로 가는 길
주호돈(안마사)

  개나 소나 다 쓴다는 스마트폰. 심지어 5살짜리 아이도 가지고 논다고 하나. 몇 년 전부터 휴대전화 시장이 바뀌면서 스마트폰이 굉장한 속도로 확산되었다.
  이제는 스마트폰증후군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목과 어깨가 아픈 증상, 연인끼리 마주 앉아도 말이 없는 증상, 걸어가다 전봇대에 부딪히는 것은 어떻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을 눈에서 떼지 않고 있다.
  나도 사람들과 발맞추어 스마트폰으로 바꿀까 말까 참고 참으며 버티고 버티다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손에 익숙한 컴퓨터와 달리 스마트폰 조작은 만만치 않았다. 옛날 컴퓨터 도스 시절에 명령어를 배우면서 ‘del *.*’를 입력하는 바람에 컴퓨터 부팅파일까지 날아가는 등 A/S를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던 것처럼 스마트폰을 안고 두 번씩이나 서비스센터 찾아가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명절연휴. 스마트폰 사용방법을 알기 위해 침대에 누워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그때 오래도록 연락이 뜸한 동료에게 전화가 왔다. 오후 5시까지 봉천동으로 오란다. 작업을 하고 있던 나로서는 오랜만에 만나볼까 하였으나 거절하기로 했다. 그러자 다시는 너만 빼고 우리만 만난다고 아쉬워하지 말라고 말을 한다. 모처럼 끼워주려고 하는데 웃기지도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너 무슨 말을 하고 자빠졌냐! 만나려면 1주일이나 2주일 전에 미리 약속을 잡고 만나야지!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만나자고 하면 가정이 있는 내가 쉽게 나갈 마음이 생기겠냐?" 하는 말을 못한 채 일방적인 동료의 독선만 느끼며 전화를 끊었다. 내가 자기한테 무슨 잘못을 했다고 독설을 뿌리냐. 분노가 일어났다. 파문이 일듯 마음이 일렁이고 있었다.
  “컴퓨터가 지금 이런 상황인데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돼?”하고 물어보는 아내에게 “그것도 못하냐! 몇 번이나 해 본 것도 못해!”하며 고함을 내지른다. “왜 큰소리치는 거야! 왜 화를 내는 건데. 조용히 말을 해도 될 걸!”하고 아내의 말도 높아진다. 집안 분위기는 엉망이 된다.
  나의 분노는 악순환이 되어 가정 속 행복은 깨져버리고 당연히 나의 행복도 없어진다.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가면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고 행복은커녕 모처럼의 연휴는 불행 속에 있게 될 게 자명한 일이다. 이런 짓을 절대로 하지 않고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 상황을 보려고 아내 쪽으로 다가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컴퓨터에 몰두하지만 분노는 사그라질 줄 모른다. 내가 왜 열 받았지? 그다지 열 받을 일도 아닌데 말이야. 분노가 일어날 이유를 알아야겠다.
  그는 왜 감정 섞인 말을 내뱉었을까. 자기가 나오라는데 내가 거절했다고 떫은 소리를 했는가. 그가 독설을 내뱉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내가 분노하게 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며 ‘그래, 이게 행복이야. 아무 걱정 없는 이게 행복이 아니겠어?’하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행복은 여지없이 깨져버렸다.
  계속 분노가 사라지지 않는 건 어떡하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집중이 안 된다. 책을 읽었다. 집중이 안 된다. TV를 보았다. 집중이 안 된다. 시간이 가면 화가 풀어지기를 바랐다. 분노가 사라지는 속도는 느리기만 했다.
  다시 스마트폰을 잡았다. 키보드 입력방식을 숙달시키기 위하여 메모장 아이콘을 건드렸다. 메모장이 열리더니 어제 작성하다 만 메모가 보였다. 순간 이틀 전 그와 통화한 내용이 생각났다. 명절을 앞두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몇 년을 연락하지도 않은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은 보냈었다.
  그가 즉시 전화를 했다. 문자를 본다는 것이 통화 버튼을 건드려 본의 아니게 통화를 하였던 것이다. 그도 나도 걸쩍지근한 반가움으로 안부를 물으며 다른 동료들과 자주 만나냐고 물어보았다. “너희들만 만나는구나” 하며 아쉽다는 말투로 말했었다. 그것이 분노의 씨앗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아쉬운 생각은 전혀 없다. 주색잡기에 능한 그들과는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입으로는 “나만 쏙 빼고 너희들만 만나냐”고 말을 했었다. 나의 이런 모습은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는 습성이다.
  참 어리석기는. 나의 잘못이었다. 나의 모순이었다. 아쉽지도 않은데 아쉽다고 은근히 비유 맞추는 나의 착한 본성이 나의 행복을 깨트리게 한 것이다. 분노는 내가 만들었다. 아쉬운 뉘앙스를 주지 않았다면 그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을 것이다.
  분노는 완전히 사라졌다. 일상의 행복이 돌아온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되새기고 되새기는 훈련이 행복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결론지었다.
  이 글을 쓰는 작업을 잠시 접어두고 취미생활을 하기 위해 어느 복지관을 방문하였다.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걸어가다 사람과 부딪쳤다. 미안하다고 인사를 하곤 몇 마디 대화를 했다.
  그는 기초 수급 대상자였다. 젊은 그는 그 덕분에 일도 하지 않는다며 힘들게 일을 뭐하러 하냐고 말을 했다. 계약만료로 퇴직하여 취업의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던 나로서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그것도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국민들의 혈세를 빨아먹다니. 내가 어떻게 번 돈인데…. 화가 치밀었다. 뻔뻔한 그에게 “양심도 없냐, 양심을 가져라!” 하고 언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나 당당했다.
  어이없는 시간 속에서 벌컥 화를 낸 내가 미워졌다. 화를 내는 그 순간에 나의 즐거운 행복은 또 다시 깨졌다. 이처럼 부서진 행복은 내가 잘못 건드려 엉뚱한 데로 연결된 스마트폰과 같다. 원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된다. 사람들이 설령 비양심적이더라도 ‘절대 화내지 말자’를 수없이 되뇌기로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하여,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일순간에 깨진 행복. 자칫하면 내 행복, 가정의 행복이 사라진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일과를 되풀이하면서 행복의 소중함을 느끼리라.
  나로 인해 잠시 깨진 행복에게 미안한 마음을 들킬세라 딴청을 피우듯 스마트폰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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