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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로 이사한 집에서 부딪힌 문제들(김종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1-28 오후 5:51:22

조회수 3113

게시물 내용
제목 새로 이사한 집에서 부딪힌 문제들(김종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4-11-28 오후 5:51:22 (조회 : 3113)

새로 이사한 집에서 부딪힌 문제들
김종산

  얼마 전 20여 년간 살던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동안 살던 집이 넓기도 하고 지하철역이 가까워서 전맹인 내가 혼자서 다니기에 편했을 뿐만 아니라 정이 들어 팔기 싫었다. 그렇지만 집이 노후되어 여기 저기 자주 고장이 나 수리하는데 돈이 많이 들거니와 귀찮기도 하여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큰 문제가 2가지 발생했다.
  첫째는 이사한 집이 공동주택이었는데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와 우리 집 현관문을 여는 곳이 터치로 되어 있어 전맹인 나 혼자서는 도저히 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골목에 모양이 비슷한 공동주택이 많이 들어서 있어 우리 집을 정확히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새 집이라 약간 설렘도 있었는데 그러한 심각한 문제가 있다 보니 실망스러웠다. 직장에 다니는 관계로 시간이 없어 정안인인 아내 혼자서 집을 보러 다니게 한 것이 나의 불찰인 것 같다. 30여년 넘게 같이 살았음에도 전맹인 남편이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런 집을 고른 아내가 조금은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요즘 지은 집들은 모두가 안전을 위해 문을 열 때 터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니 아내를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가야 되지 않을까?
  아내의 도움을 받아 문 여는 법을 열심히 연습했으나 잘 되지 않아 한심스런 마음과 함께 약간 짜증이 났다. 할 수 없이 분양 사무실을 찾아가 사정을 이야기하니 카드로도 열 수 있다고 하면서 카드를 한개 주었다.
  설명서대로 비밀번호를 등록하고 문 옆에 있는 터치판에 카드를 대니 문이 스르르 열렸다. 매우 반갑기는 했으나 맨질맨질한 터치판 어디에 카드라고 쓰여 있는지 몰라 집에 있던 모텍스 테이프를 꺼내어 카드라고 쓰여 있는 곳에 붙이고 그 곳을 만져가며 카드를 대니 문이 잘 열렸다. 이제 정안인의 도움 없이도 나 스스로 문을 열 수 있게 되어 문제 하나는 해결했다.
  다음 문제는 우리 집을 정확하게 찾는 일이었는데 눈 뜨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매번 교회 목사로 바쁘게 활동하는 아내나 회사에 다니는 아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우리 집은 큰 도로에서 골목으로 약 200m 정도 걸어서 들어와야 되는데 골목 양쪽에는 비슷한 공동 주택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어 내 보행 실력으로는 우리 집을 찾기가 도저히 불가능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열심히 집 찾기 연습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시각장애인들은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직장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전화해서 내 사정을 이야기하니 대부분은 활동도우미를 쓴다고 했고 더러는 복지콜을 이용한다고 했으며 식구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한 친구에게서 이 난관을 해결할 수 있는 매우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생활용구실에서 무선 차임벨을 판다는 것이었는데, 어떤 기능을 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찾아갈 건물 벽에 차임벨을 붙여놓고 근처 약 20m 쯤 되는 곳에서부터 리모컨을 누르면 음악이 나와 전맹들도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타들어 가던 내 속을 시원하게 식혀주는 한줄기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 아니겠는가?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즉시 복지관에 전화를 걸어 무선 차임벨을 주문했고, 다음날 택배로 받아 우리 집 건물 벽의 비와 눈을 맞지 않는 장소에 붙여놓고 골목입구에서부터 걸어와 집 근처에 이르러 리모컨을 누르니 반가운 차임벨 소리가 들렸다. 이러한 노력 끝에 두 번째 문제도 무사히 해결되었다.
  이제부터는 정안인의 도움 없이도 내 마음대로 집을 드나들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들어올 때 식구들을 깨우지 않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글을 맺으면서 ‘언제쯤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불편이 없는 세상이 만들어질까?’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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