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힘이 된 책
윤윤호(알곡시각장애인 선교회 대표)
이 책은 2010년 두란노 출판사에서 펴낸 ‘세계가 놀란 사랑’이며, 주인공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 서울 영락교회 개척자 한경직 목사다.
그는 1902년 12월 29일(음) 평안남도 평원군 공덕면 간리에서 출생했다. 평양 숭실대학을 졸업한 후 1926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엠포리아대학과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학업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신의주 제2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시면서 신의주 보린원이란 고아원도 설립하셨고, 해방 직후 1945년에 이남으로 내려와 현 서울영락교회를 창립하신 것이다.
여기저기 사방에서 많은 피난민들이 모여들자 교회는 급성장으로 부흥되어 우리 대한민국에서 으뜸가는 장로교회로 성장하였다. 뿐만 아니라, 애국심과 교육심이 어느 누구보다도 투철하여 목회 사역만으로는 자신의 사명을 다 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여기어, 대광중·고등학교, 보성여자중·고등학교, 영락중·고등학교, 영락여자신학교를 설립하였고, 숭실대학교 재건 후 총장으로 역임하시면서 교육 분야에 크게 기여하셨다.
또한 그는 월드비전을 설립하여 이사장직에 올라 국제적인 구호 활동을 벌이기도 하셨다. 퇴임 후에도 남을 위한 일에 바쁜 나날을 보내셨으며, 노년에는 사회적인 큰 운동으로 ‘사랑의 쌀 나누기 운동’을 펼쳐 북한으로 백미 일만 가마니를 보내기도 하셨다. 그리고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몽골, 베트남,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등 여러 가난한 나라에도 사랑의 쌀을 보냈다.
진심으로 좋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그 소원이 계획대로 만사가 형통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체험한 자 외에는 모르는 비밀이다. 본인도 젊은 시절엔 여러 시각장애인을 상대로 대사에 도움을 주고, 도서를 분배하고, 구제 활동을 하는 등 여러 방면으로 선교 사역을 해 왔으나, 그 분에 비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졌다.
물욕에 탐심을 낸다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었던 그였지만, 가진 것을 모두 나누고 향년 98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사후에 성도들이 그의 침실을 정리하면서 둘러 보니 본인 명의로 된 통장도 하나 없고 그가 남겨둔 재산이라고는 휠체어와 지팡이, 다 낡은 모자뿐이었다. 이러한 그 분의 희생 정신을 확인한 영락교회 신자들은 듣는 이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과연 존경받을 만한 이 나라에 둘도 없는 목자였으며 사회적으로도 크게 공헌하신 위대한 인물로, 그분의 기념관도 있는데 마음 같아서는 한번 가 보고싶기도 하다. 실은 본인도 청년 시절에 목사님을 뵌 적이 있다. 목적은 신학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함이었다. 같이 간 안내자는 밖에 기다리라고 하며 나만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가 잠시 기도하시고는 찾아온 용건만 간단히 이야기하라고 하셨다. 보통사람으로서는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왜 함께 온 시각장애인 안내자는 못 들어오게 하는가 싶었지만, 나는 그런 생각보다도 훌륭한 인격자는 만사가 다르구나 싶었다. 비록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으나 장차 나의 인격을 길러가는데 말 없는 교훈으로 삼았다.
비록 이 책이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평생 우리가 살아가는데 밝은 등불을 비추어주는, 즉 어두운 세상에 빛이 되고 부패한 세상에 소금의 역할을 하는 교훈을 주고 있다. 우리 시각장애인들도 작은 힘이나마 기회 있는 대로 선한 일에 앞장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 분의 책을 읽는 순간 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나는 여태까지 무엇을 하고 살았는가 생각하니 눈물이 핑 돈다. 무수한 잡초 속에 먹을 만한 채소가 혹 섞여 있듯이 지금까지 읽은 수백 권의 책들 가운데 이 책만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내게 가장 큰 힘과 도움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