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강춘석
“말도 안 돼. 한치 앞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이 무슨 스쿠버다이빙을 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1998년, PC통신 천리안에 개설된 동아리 ‘모두하나’에는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이 더 많았다. 그해 여름 전국 모임은 경남에 거주하는 회원들의 주선으로 남해의 금포에서 가진 오프모임이었다. 비장애인과 뇌성마비,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 틈에 나도 끼었다. 스쿠버 다이버들로 구성된 경남 회원들은 스킨 다이빙 장비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기다렸다.
수경에 달린 스노클을 자그시 물고 짝을 이룬 강사와 일렁이는 파도를 헤쳐 나간다.
‘바위마다 굴, 소라가 달라붙었고, 미역밭을 뒤지면 전복이 있을 텐데….’
물속을 볼 수가 없어서 가슴은 답답하지만, 흰지팡이를 내던진 손끝에서 물보라가 인다. 다음 사람에게 장비를 넘겨줘야 하지만, 조금만 더하자고 어린이처럼 떼를 썼다.
아쉬움을 남긴 채 해변으로 돌아오니, 박수 소리가 요란하다. 휠체어에 의지하는 척추장애 친구들이 내년에는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하잔다. 누구, 약을 올리느냐고 버럭 고함을 질렀더니, 손발이 부자연한 자기들보다 우리들이 더 잘 할 것이란다.
스쿠버 다이빙은 주로 수신호를 하는데, ‘바늘 끝만 한 빛도 못 보는 시각장애인에게 어떻게 가르치겠냐?’며, 손사래를 치던 마스터 최강사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반인들도 둘 중 하나는 포기하고 마는데, 새로운 경험하는 셈치고 해봅시다.”
본격적인 강습은 잠실의 롯데 풀에서 했다. 깊이 6미터의 풀에서 3일간 기본적인 기술을 익혔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에서의 실전훈련! 설렘 반 두려움 반으로 찾아간 삼포 교암 앞바다는 파도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첫 번째는 얕은 바다에 미리 설치해 놓은 오십 미터의 밧줄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훈련. 차츰차츰 깊어지는 물에 가슴이 잠기자 납벨트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더 이상 내려가지 못하게 엉덩이를 뒤로 빼고 되돌아 나와서 납벨트를 바짝 조여 맸다. 비시재킷의 공기를 빼고 밧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니 수경 안으로 물이 들어온다. 머리카락 한 올 사이로도 홍수가 난다는 말을 잊었던 것이다.
옆을 따르던 보조 강사가 다가와서 수경을 톡톡 쳐주며 물 빼기를 하란다. 여러 번 연습했던 방법을 다 하여도 나가는 물보다 들어오는 물이 더 많다. 고춧물을 들이킨 듯 코가 맵고 머리가 띵하다. 이러다가 죽는구나 싶었다.
도리질을 하고, 엄지손가락을 꼿꼿하게 세워서 올라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던 보조강사가 납벨트를 풀어 주었는지 발사된 로켓처럼 솟구친다. 버튼을 눌러 비시재킷에 공기를 채우고 스노클을 입에 물으니 조금 진정이 된다. 먼저 코스를 돌아 나온 은아, 지영이와 현묵이가 난파선이라며 약을 올린다.
“많이 쉬셨지요? 배 들어오면 곧바로 포인트로 나갑니다.”
해변 다이빙에 실패하여 불안한 마음이 채 가라앉지도 않았는데, 출발 명령을 내리는 마스터 최 강사가 밉다.
엔진 소리 요란하게 파도를 갈라 나가던 모터보트가 서서히 멈춘다. 난간에 걸터앉은 채로 오른 손바닥을 쫘악 펴서 수경과 레귤레이터를 지탱하고 뒤로 홀랑 까뒤집는 백다이빙을 했다. 파문에 이리저리 휩쓸리던 몸통은 안정되었는데, 가슴이 금세라도 터질 듯이 쿵쾅댄다.
“최 강사님 잠깐 저 조금만 아주… 잠깐만요.”
“물속에 들어가시면 편안해 집니다. 시간 끌수록 힘들어요.”
물었던 레귤레이터를 뱉으면서 도저히 못 하겠다고 보트를 태워 달라 졸랐다.
“배 벌써 갔어요. 30분 후에나 오는데… 혼자 떠 있을 겁니까?”
‘이런 빌어먹을 내가 뭘 보겠다고 이 짓을 하는 거야. 미쳤지, 미쳤어. 그래, 까무러치나 죽으나.’
어금니를 꽉 물고 부력조절기를 위로 추켜올려 비시재킷의 출기 버튼을 눌렀다.
머리가 텅 비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라, 이게 뭐야? 다 어디로 갔지?’
그렇게도 두려웠던 물속이 기억 저편에서 되살아난 엄마 품처럼 편안하다. 칭얼대다가 젖꼭지를 찾아 문 젖먹이처럼 레귤레이터를 힘차게 빨았다. 어스름 달빛, 새로 내비치던 별처럼 드문드문 불가사리가 떴다. 다듬다듬 그러모아 쥔 모래알이 입술에 닿은 솜사탕처럼 스름스름 녹는다. 백운대를 거꾸로 처박아놓은 듯한 침니 코스를 기어 내렸다. 바위틈을 삐져나왔다가 진저리를 치는 애고동. 한 뼘이라도 더 파들겠다고 악착같이 매달리는 해초를 놓아주었다. 하나 둘 따 모은 것이 재킷 주머니 두 개를 가득 채웠다.
마스터 최 강사가 내 엄지손가락을 일으켜 세워서 꼬옥 쥐어준다. 마지막으로 벗은 오리발 한 짝이 뱃전을 넘어갔다.
“자, 날아라! 너도, 별이다!”
양손 가득 끄집어낸 불가사리를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