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돈가스
김정미(해운대자립생활센터 소장)
이번 여름 동료상담연수를 하기 위해 2박 3일 동안 일본에 다녀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오후에 개인 시간이 주어져 어머니와 뇌병변장애인인 김 모 씨, 그리고 그의 어머니와 외출하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날 태풍이 일본 도쿄를 지나가고 있었다. 동료상담 과정을 모두 마치고 나오려는데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비옷을 챙겨 입고 거리를 행진해 먼저 ‘다이소’에 갔다. 난 ‘다이소’가 우리나라 말로 ‘다있소’란 말을 발음되는 대로 표기한 것으로 국산브랜드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다이소’는 일본의 이미테이션이었다. 그 뿐만 아니라 ‘10전’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천냥 백화점’ 비스무리 한 것도 있었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을 참 잘 따라하는 것 같다.
4층까지 다 둘러보고 선물을 사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기진맥진한 상태라 얼른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일본에 가게 되면 꼭 돈가스를 먹어보라고 정말 맛있다고 했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돈가스 집을 찾아가기로 했다. 같이 동행 한 지인이 ‘돈가스 집은 하찌오지 옆에 있는 백화점에 있다더라’라고 말해주었다.
비옷을 입고 비오는 거리를 걸어 다니다 길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하찌오지 옆에 있는 백화점까지 도착했다. 일단 들어가 매장 직원에게 ‘돈가스와 도꼬데스까?’라고 했더니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영어로 식당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더니 손을 내 저으며 없다고 했다.
이런 무슨 백화점에 식당도 없노?
우리는 다시 비옷을 둘러쓰고 오던 길에 식당이 여러 곳 줄지어 늘어서 있던 곳으로 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김 모 씨가 몸이 불편한 뇌병변장애다 보니 비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기가 귀찮아 팔을 안 끼고 비옷을 입고 바람이 부는 거리를 뛰어가는데 태풍의 거센 바람에 비옷의 팔 두 개가 파다닥 파다닥 날리는 모습이 너무 우스워 우리는 한참을 배를 잡고 웃어댔다.
행인들을 붙들고 연방 ‘돈가스와 도꼬데스까?’를 물어 댔더니 아저씨, 할머니 할 것 없이 모두 일본어와 손짓, 발짓으로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우리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어서 그냥 웃으며 ‘아리가또 고자이마시타~’라고 말하고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와 버렸다.
결국 우리는 아까 오던 길에 돈가스 비슷한 그림이 있던 가게를 찾아가자고 결론을 내렸다.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돈가스를 먹는 것인가!
우리는 지친 몸과 배고픔으로 메뉴판에 맛있어 보이는 그림 네 가지를 손가락으로 막 찍어 대면서 무조건 ‘돈가스 구다사이’라고 말했고, ‘료슈쇼 구다사이’라고 말하며 영수증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보였던 아주머니가 티켓을 끊어 와서 자꾸 뭐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우리가 말하는 영어는 아예 안 통했고 아주머니가 하시는 일본어는 하나도 못 알아듣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그 티켓이 영수증인가 보다하고 돈을 주려고 하니, 아주머니가 또 간이영수증을 들고 와서 계속 ‘난데…. 난데….’라고 말을 했다. 우리는 뭘 요구하는지 몰라 메뉴판에다 다시 손가락질을 해 대며 연신 물음표를 그렸다.
한참을 진땀을 빼며 실랑이 하던 끝에 어머니가 아주머니가 손짓하는 곳에 적힌 한문을 읽으셨고 수령인 성함을 적어달라는 말을 알아내셨다. 어머니는 일본 거리의 안내판이나 간판에 적힌 모든 한문을 다 읽으셨고 우리의 짧은 일어와 영어는 거기에 대면 새발의 피 밖에 안 되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이 가게는 본인이 원하는 음식을 자판기에서 셀프로 티켓을 뽑아 갖다 주면 음식이 나오는 푸드 코트 방식의 음식점이었던 것이었다.
우리는 진이 다 빠져 지칠 대로 지쳐 있었고 안 통하는 말 때문에 실랑이를 벌인다고 짜증도 나 있는 상태였지만, 기다리던 돈가스가 나오자 다 잊어버리고 돈가스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런데 네 개의 음식 모두가 치킨가스였다… 그 가게는 치킨가스 전문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짜고 느끼한 치킨가스를 배터지게 먹고 우울한 기분으로 숙소로 가기위해 나오려는 순간, 태풍이 우리 머리 위로 지나가는지 비가 퍼부었고 거센 바람이 씽씽 불어댔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봐도 별 진전이 없자 다시 우리는 비옷을 입고 물동이로 퍼붓는 듯한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우리는 그 날 눈물의 돈가스 맛을 보았던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지나고 생각 해 보면 정말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된 것 같아 생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지어지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