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를 다해야만
종광희(인천남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어제는 비가 왔습니다. 아마도 가을을 재촉하려는 계절의 잰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나른한 피곤함에 뜨거운 커피 한잔 마시며 창밖으로 내려지는 빗방울의 선율에 콧노래를 흥얼거려 봅니다. 그간에 뜨겁게 달궈져 있던 대지며 모든 푸르름이 시원한 샤워를 끝낸 듯, 내 마음 속도 저 빗물에 씻긴 듯 시원합니다.
그런 풍경에 취한듯 고운 생각에 젖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어느새 답답한 현실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회는 정치적 세력 다툼으로 혼란스럽고, 비장애인이니 장애인이니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이권에 아웅다웅 하는 모습들은 마치 지옥도를 보는듯 합니다.
세상에는 분명 옳고 그름으로 나눠지기 마련이겠습니다. 그러나 곰곰이 자신을 되돌아보면 옛 속담처럼 주머니 털어 먼지 안 나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망각한 채 세상을 살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권리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표적인 명언들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현대국가는 권리밖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다. 그것은 의무를 조금도 인식하지 않는다. -G.베르나노스
권리의 진정한 연원은 의무이다. - 간디
너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의무를 행하라. - 킹슬레
물론 이에 반하는 명언이나 철학적 근거자료도 분명 있을터지만, 우선 이러한 명언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의무를 다하지 않고 권리를 내세운다는 건 잘못된 절차가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장애인인 우리의 모습은 어떨까요? 가끔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보면 별의별 소리가 들려옵니다. 또 관공서를 다니다 보면 똑같은 말들도 듣곤 합니다.
정작 자신이 무언가를 요구할 때는 장애인이 무슨 특혜라도 되는냥 장애를 앞세워 기물을 파손시키고 주먹다짐을 일삼고 욕하고 거친 쌍소리도 해가며 어떤 절차도 무시한 채 사회적 제도의 혜택을 보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초래되면 장애인이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느니 장애가 있어 그런 것이니 이해해 달라느니 오죽하면 장애를 지닌 채 이렇게 살아가겠느니 하는 식으로 얼버무린다거나 애절하게 연기를 하는 등 그 추태스러움이 극을 다하고 있습니다.
장애는 우리가 흔히들 주장하듯 불편할 따름이지 아무것도 못하는 그런 사회적 낙오자의 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또 자신의 의지나 열정에 따라서는 그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십시오! 최초 시각장애인 판사가 우리에게 알려졌고 시청각장애인도 미국에서 초청받을 정도로 유명해졌으며 얼마 전 타계하신 강영우 박사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곁에는 더없는 지원자와 그만한 환경적 요소도 그 몫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이 좋은들 지원자가 넘쳐난들 자신의 의지와 열정 그리고 노력이 가미되지 않았다면 가능했을까요? 그들은 모두가 자신의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난뒤 그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찾았고 그 권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 지금 자신이 주장하는 말이나 행동 그리고 삶이 정당한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사회에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또 자신에게 얼마나 의무를 다했는지도 한번 살펴보십시오. 그리고 난 뒤 내가 주장하는 이 권리가 가장 타당하고 올바른 것인지를 생각해 봅시다.
필자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내가 하는 주장을 모두가 공감하고 함께 할 때 비로소 세상적 옳음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세상적 가치가 있는 주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이 옳고 자신이 주장하는 것밖에 모른다면 그것이 독재며 독단이지 않겠습니까? 그 주장으로 인하여 다른 누군가가 피해를 보고 있다면 그 상대가 단 한 사람일지라도 분명 그 주장은 잘못된 것일 겁니다.
물론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으나 이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모두가 함께 옳다고 동감하고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단지 지금 불편하다고 당장 무언가가 바뀌길 원한다면 당신은 절대 바뀔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명언 중에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환경을 바꾸려면 먼저 사고를 바꿔라-노만 빈센트 필
이는 세상을 바꾸려면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이처럼 내가 의무를 다했을 때 내가 주장하는 그 권리가 정당한 옳음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