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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인의 마음(최남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10-02 오전 10:08:39

조회수 2333

게시물 내용
제목 시인의 마음(최남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10-02 오전 10:08:39 (조회 : 2333)

시인의 마음
최남진(전 한국일보 편집위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 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가끔씩 나지막하게 서정주 시인의 푸르른 날을 읊어 봅니다.
  이렇게 두런두런 시를 외우고 있으면 마음이 더 즐거워지고 사는 일이 새삼 고마워집니다. 가을 날 외우는 시는 마음을 더없이 그윽하게 합니다.
  시는 언어의 결정체입니다. 그 안에 우리말의 넋이 살아 있습니다. 나지막하게 시를 읽고 있으면 우리말의 아름다운 속마음이 투명하게 드러납니다. 가끔은 바쁜 일상을 훌훌 털고 시와 친해 봅시다.
  모두들 지난 날 학창시절에 시를 더러 외우지 않았습니까? 각박하고 바쁜 세상을 살다 보면 문학에서 멀어져 시가 무엇이고 수필이나 산문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시를 읽으며 자기 삶을 새롭게 가꿀 필요가 있습니다. 시를 읽으면 피가 맑아집니다. 영혼이 맑고 깨끗해 집니다. 피폐하고 삭막한 무뎌진 우리 감정의 녹이 절로 벗겨집니다.
  사실 요즘처럼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우리의 감정인들 늘 아름답게 가꾸어 나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달이 뜨는지 해가 솟는지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지 그러한 순수한 마음을 지니기가 참으로 어려운 생활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네 들입니다. 메마른 도시의 환경이 우리의 감성을 더욱 무디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주는 시가 필요한 것입니다. 시는 딱딱한 마음을 부드럽게 차가운 마음을 뜨겁게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숨결입니다. 요즘의 우리의 주변생활이 우리의 고운 감정을 얼음처럼 차갑게 그리고 돌처럼 딱딱하게 무감각하게 만듭니다. 눈뜨기 무섭게 들려오는 온갖 비인간적이고 반인륜적인 뉴스들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크게 위축되어 있습니다. 들리는 모든 소리마다 우리를 몹시 절망하게 만듭니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경제를 살리겠다고 말만 하는데 과연 우리는 가진 것만큼 행복한가? 이런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이 가진 사람은 그 만큼 더 행복한가? 그렇다고 해서 많이 가지지 못한 사람은 다 불행한가? 외부적인 조건과 그 소유의 양만으로 행복과 불행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인간답게 살 줄 모르면 불행하고, 적게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람답게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바로 삶의 자세에 달려있습니다.
  외부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모든 것이 다 부정적이고 우리의 마음에 맞지 않는 것들뿐이겠지만 그것들이 삶의 전부는 아닙니다. 눈을 안으로 돌리면 향기롭고 긍정적인 아름다운 영역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뉴스에 매몰되면 자칫 사는 일 자체가 무기력해집니다.
  시는 바로 내면에 숨어 있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을 표출하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각박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일수록 우리는 더욱 더 시와 가까이 하면서 메마른 감정을 스스로 추스르고 맑은 샘물이 솟아나듯 우리가 지닌 아름답고 향기로운 심성을 가꾸는 일에 마음을 써야 합니다.
  시는 바로 이를 대신해 줍니다. 시를 읽다 보면 세상의 잡다한 일들은 다 사라져버리고 우리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가슴은 벅찬 환희를 느끼게 됩니다. 시를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 시인의 마음을 지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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