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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늙은이의 생각(윤윤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1-02 오전 10:19:35

조회수 2591

게시물 내용
제목 늙은이의 생각(윤윤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3-01-02 오전 10:19:35 (조회 : 2591)

늙은이의 생각
윤윤호(알곡시각장애인선교회 대표)

  우리 한국의 인구도 이젠 5천만이 넘어섰고 수명은 갈수록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전 세계 남녀 평균 수명이 67.6세이며, 우리나라는 79.4세라고 한다.
  칠십대로 접어들면서 나의 아내에게 더한층 고마운 생각이 든다. 40년이 지나도록 같이 살아오면서 생활 걱정이나 하고 자립의 길을 뚫는 데만 전력을 다 했을 뿐 한결같이 가사에 충실해온 사랑하는 부인에게 감사한 마음은 요즘보다 훨씬 적었음을 고백한다.
  돌이켜 보건대 어느 누구보다도 식성이 까다로운 나는 결혼 이전에는 남의 손에 얻어 먹다보니 입에 맞으면 먹고 안 맞으면 굶을 때가 많아 여윈 얼굴에 허리도 놀랄 정도로 가늘고 환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가정을 이룬 후로는 반찬 한 가지라도 내 구미에 맞게 잘 해 주는 아내 덕분에 이제는 배가 너무 튀어 나와 걱정이다.
  나 같은 사람은 하루 세끼 밥만 먹어도 족한데 아내는 매일 오전과 오후 두 번씩이나 간식을 챙겨 주려고 애쓴다. 뭐든지 그냥 차려 주면 먹을 것도, 우유 한 잔 드실래요? 참외 깎아 드릴까요? 이렇게 묻고는 하는데,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약간의 부담감이 들어 사양해 버린 적도 있다. 이 글을 대하는 독자 여러분은 어떠한가!
  어쨌든 고아의 몸으로 자란 빈털터리 백수건달이 어진 처를 만나 서로가 알뜰하게 절약하며 한 마음 한 뜻으로 살아왔다. 앞 못 보는 부모지만 딸 둘은 혼례를 치러 주고 두 아들에겐 약간의 분깃도 주어 나의 노후 생활도 별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요즘은 노인들도 자기 몫을 좀 남겨 두어야 하는데, 가산을 자식에게 몽땅 주어버리고 평생토록 고생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젊은이들에게 혹시라도 하찮은 소리를 들을까봐 늘 조심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 함부로 줏대 없는 말을 내뱉거나 실수를 범하거나 하면 ‘나잇값도 못하는 인간’이라는 말을 듣게 되니 이보다 더 서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노인의 신분으로 살아가노라면 젊은이들에게 서러움을 당할 때도 없잖아 있다. 일전에 전동차 내에서 노인과 젊은 여성 간에 자리다툼을 하면서 노인에게 ‘쥐뿔도 없는 것 들’이란 말을 내뱉은 기사를 점자 간행물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 같은 노인들은 젊은이들에게 업신여김을 당치 않기 위해서 여간 속이 상해도 꾹 참고 다투지 않는 것이 지혜로운 생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할 수만 있으면 나이 든 사람은 자부나 손자 손녀들에게 부질없는 간섭이나 잔소리를 피하고 만사에 어른답게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나는 늘 잊지 않는다.
  달이 가고, 날이 갈수록 나도 모르게 점점 더 수심에 잠긴다. 그것은 한마디로 내가 임종의 복을 타고 난 사람인지 아닌지 모르는 까닭이다. 사람은 날 때도 잘 나야 하고, 떠날 때도 심한 고통 없이 가기를 원하지만 바라는 대로 되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은 죽음의 복을 타고 난 송정윤 여사를 알고 있다. 경북 청도 출신으로 1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40년간 살다가 6.25 전쟁 후 모국에 수많은 고아들이 정처 없이 거리를 떠돈다는 소문을 듣고 그 당시 캘리포니아 주 국회의원으로 계시는 훌륭한 아드님이 못 가게 만류하는데도 그 손을 뿌리치고 고국 땅에 고아 사업을 목적으로 귀국하신 분이다. 이모저모 은밀하게 선한 일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아무데도 아픈 데 없이 차츰 힘만 빠지더니 평안히 잠자는 모습으로 88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본인은 그 분이 경영하는 고아원에 잠시 머물러 있었기에 그 분의 내용을 잘 알고 있다.
  나도 장차 그분같이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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