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대
배학진(전 은광학교 교사)
요즘 청소년은 먹을거리에 관한 한 매우 행복하다. 하지만 내가 청소년이던 시절에는 먹을거리가 너무나도 허술했다. 농촌에서 나고 자란 나는 더욱 그러했다.
지금이야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 먹고 싶은 것을 전화로 신청만 하면 금방 배달을 받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지만 내 어릴 때를 돌이켜 생각하면 그저 그때는 왜 그랬을까 싶다.
봄이 오고 논과 들에는 농사일로 바빠서 ‘부지깽이도 급하면 써먹는다’ 하는 말이 돌 무렵, 천수답 논을 갈 때 쟁기가 흙을 갈고 지나간 골을 따라 가며 눈을 밝혀 찾으면 쟁기밥에 싹뚝 잘려 하얀 피(?)를 흘리는 놈이 있는가 하면 쟁기밥에 콕 박혀 원래 모양 그대로 있는 놈도 있다.
콩처럼 동그랗고 까만 올망대가 바로 그들이다. 맛은 담백하고 달짝지근하며 수분이 적당해서 입에 넣고 씹기만 하면 된다. 피를 흘리는 올망대도 쟁기밥에서 빼내 잘리고 남은 것이 반을 넘으면 논물에 닦아 입안에 집어넣고 반도 안 되는 올망대만 버린다. 봄철 농촌에 사는 소년들에게 올망대 같은 먹을거리가 또 있을까 싶다.
올망대 다음에는 개구리가 우리를 기다린다. 늘씬한 싸릿대로 개구리를 겨냥해 휙 때리면 사지를 쭉 펴고 바르르 떨며 죽는 개구리를 다리만 뽑아 구워먹으면 육고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물고기도 아닌 것이 정말 희한하게 맛이 좋다.
어쩌다가 산에서 갓버섯이라도 하나 눈에 띄면 활짝 펼친 우산같은 갓버섯을 원두밭에 있는 호박잎으로 싸서 굵은 소금을 휙 뿌려 둘둘 말아서 구워먹으면 시쳇말로 죽여준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무섭게 감나무 밑으로 가서 감꽃을 주워 풀 이삭에 꿰어 방문고리에 실로 걸어놓고 마르기를 기다려 하나 둘 빼먹는 맛이란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요즘 청소년들의 먹을거리로 피자, 치킨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듯한데, 내 어릴 적 자연에서 채취한 먹을거리 올망대, 개구리, 갓버섯, 감꽃과는 맛과 멋이 너무 다르다.
오늘 아들네가 집에 와서 금방 놓고 간 피자와 콜라를 먹으면서도 마음은 50여년 전 올망대와 개구리, 갓버섯과 감꽃의 맛과 향을 찾아 추억을 더듬어본다.
올망대, 개구리, 갓버섯, 감꽃…. 모두 내 소년기의 잊지 못할 추억의 먹을거리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