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층에서 떨어진 휴대폰
김창민
유난히도 얼굴에 검은 반점이나 검버섯이 심하여 혹여나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게 될까봐 항상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런 생각이 문득 들 때마다 수술을 했으면 하고 딸에게 간청해 봅니다. 그러나 한결같이 “안돼요!”란 거절로 끝납니다. 이유인즉, 딸의 아는 사람이 잘못된 수술 후유증으로 얼굴이 엉망이 됐다는 것입니다.
작년 가을경 국립도서관 내에 장애인도서관이 설립되어 현판식이 있었습니다. 전국 각 시도에서 장애인 단체를 대표하여 장애인도서관 현판식 축하 기념 자작시 낭송이 있었는데, 나에게 행운이 있어 서울대표로 참가하는 영예를 갖게 되었습니다. 각 시도 대표의 자작시를 시화전으로 한 달 동안 전시회를 가진 다음, 본인에게 그 액자를 돌려주기로 약속했습니다.
한 달 후, 어느 토요일 오후 딸이 이불 홑청을 벗겨 빤다고 들고 나가 베란다에서 훌훌 털어 세탁기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도서관에서 액자를 가지고 왔습니다. 기념사진과 함께…. 그러면서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아뿔사! 내 휴대폰이 이불 홑청에 쌓여 15층에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딸은 당황해 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습니다. 떨어진 휴대폰은 박살이 났을 테니 새로 장만해야하지 않겠냐며 인터넷에서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온 손님들이 떠나고 난 후, 딸은 크게 확대된 내 사진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아빠 얼굴에 정말 검은 점이 많네요’ 하더군요.
난 떨어져 박살이 났더라도 내가 버릴 테니 휴대폰을 주워 오라고 딸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뒤 현관문을 열며 딸이 큰소리로 기뻐하며 소리쳤습니다.
“아빠! 휴대폰이 살아있어!”
배터리만 분리된 채로 화단 위 잔디밭에 떨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잠시 내 손을 잡고 있던 딸이,
“아빠, 새로 휴대폰을 장만하려던 것으로 얼굴 수술하세요.”
그렇게 해서 피부과 수술대 위에 눕게 되었습니다. 멀리 김포시에 유명하다는 병원을 소개받아 행여 잘못되면 어쩌나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누워있는 나에게 의사 선생님 말씀이,
“얼굴에 검은 점이 너무 많아 원래 두 세 번 나눠 수술을 해야 하지만 멀리서 오시고 눈도 안 보이시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늘 깨끗하게 한번으로 끝내시죠.”
수술이 시작되고 의사선생님은 아픔을 잊게 하려는 듯 이런저런 이야기하던 중 “나는 돈을 벌어서 좋지만 정말 어르신께선 연세도 많으시고 눈도 안 보이시는데 왜 수술을 하세요?”라고 물었다.
“세 가지 이유 때문이죠. 하나는 오래 전에 먼저 가서 기다리는 아내가 얼마 후에 찾아가 옆에 누울 나를 몰라볼까 두렵고, 또 하나는 15층에서 떨어진 고마운 휴대폰 때문이며, 마지막 하나는 수술을 반대하던 딸의 마음이 변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는 이해가 가는데 두 번째는 무슨 뜻입니까?”
나는 15층에서 떨어지고도 살아난 휴대폰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람들이 깨끗하고 맑아진 나의 얼굴을 보면서 부러워할 때마다 나는 가만히 휴대폰을 어루만지며 ‘고맙다, 정말 고맙구나!’ 그렇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