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김두회(안마수련원생)
인생은 아름답다. 절망 뒤에 찾아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한 가운데서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시간은 과거일 뿐이고, 그 삶이 비록 고단했다하여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재포장해야 할 것이다. 그 삶은 내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희망과 좌절, 성공과 실패의 연속이고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극복해나가야 한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희망 가운데 우뚝 선 나의 모습을 바라다본다.
나는 대학 4학년 재학 중 아버지께서 골수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1985년 졸업과 동시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듬해 결혼해서 딸, 아들을 두었고, 직장생활 5년을 끝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식품수입판매업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IMF와 함께 사업 환경이 악화되어 갖고 있던 어음들이 부도나고, 환율 급등으로 더 이상 수입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으로 어떤 물건이고 수출해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고도 없는 낯선 곳 파리로 홀로 떠났다.
한국식당에서 민박하며 우선 한국에서 원단을 수출하는 친구로부터 샘플을 받아 여기저기 업체들을 기웃거렸다. 한 3개월 지났을까 상담을 마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전철 계단을 내려오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영국에서 의류관련업을 한다며 가방 속에 무엇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원단샘플들이라고하자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하자고 하여 둘은 커피숍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 친구는 프랑스에서 방문한 업체들이 어디냐고 물었다. 나는 선뜻 업체리스트를 건네주었고 그 친구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더니 업체 하나하나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본격적으로 자기소개를 하며 바이어들이 유럽 도처에 많으니 함께 일해보자고 제의해왔다. 원단 외에도 옷도 하자고 하였다.
우린 첫 해 300만 불의 매출을 올렸다. 이 친구와의 만남은 절망 속에 있던 나에게 큰 행운이었고 프랑스 외에도 영국, 스페인, 스위스 등 여러 바이어들을 만나 상담하느라 바쁜 시간의 연속이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후에도 5시간 정도 자면서 옷 스타일, 사이즈별 주문과 공장상황을 체크하느라 너무도 많은 일들이 나를 5년 간 정신없게 하였다. 프랑스에서 3개월, 중국 현지공장에서 2개월, 한국에서 1개월, 그 외 시간은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다. 특급호텔, 일품요리, 관광, 아이들도 프랑스로 유학 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어두워지면 안보이기 시작했고, 낮에 테니스 치는데 공을 맞추기 힘들어졌다. 서서히 절망 속에 빠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2002년 나는 모든 일을 정리하고 귀국하였다. 어머니와 함께 마음을 다스리며 살았다. 병원에서 망막색소변성이라며 계속 서서히 진행 중이니 기도 열심히 하라고 하였다. 나는 좌절감에 빠져 술을 벗 삼아 지냈다. 친구들도 멀리하고 가족과도 별거한 지 오래되어 급기야 2010년 집사람이 이혼을 요구해와 협의이혼에 이르렀다. 이렇게 모든 것들이 떠나갔다.
어느 날 지압원을 운영하는 한 지인으로부터 안마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제2의 인생을 시작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내 나이 53세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금년 3월 대한안마사협회 수련원 본원 39기로 입학하였다.
입학 후 1주일 정도 학과소개와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생소함이 나를 의기소침하게 하였다. 모두 중도실명자로 뇌종양 수술로, 시신경장애로, 그 원인도 나이도 다양했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로 동지애가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랐다.
나는 반장으로 선출되었고 “웃으며 지냅시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고 칭찬합시다, 함께 나아갑시다.”라는 반훈을 만들어 활기찬 학교생활을 만들어 나갔다.
시각장애로 얼굴 표정들이 밝지 못했다. 웃음으로 환한 표정을 상대방에게 전하는 사람들이 되길 원했고, 서로 배려하고 칭찬하는 마음자세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길 바랐다.
나와 함께 하는 친구들이 생겨서 너무 좋았다. 우리는 이심전심 서로 기쁨을 전하고 힘들 때 서로 격려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수업시간은 진지하고 쉬는 시간은 매일 무슨 이야기꺼리가 많은지 시끄럽기만 하다. 매일 요구르트를 사와 돌리는 친구, 떡을 싸가지고 오는 친구, 목캔디를 주는 친구, 아이스크림을 돌리는 친구, 참으로 정겹기 그지없다.
나는 이젠 더 이상 외롭지 않고 절망하지 않는다.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우리 친구들과 함께 나아갈 것이다. 과거에 맛보았던 그 어떤 맛있는 음식보다 우리 친구들과 함께 먹는 수련원 점심식사가 더욱 맛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