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행위
김창민(나눔의 기쁨 모임)
하루가 여삼추(日日如三秋)같다는 우리말이 있습니다. 얼마나 힘든 하루이기에 가을이 세 번이나 지나가 듯 긴 하루겠습니까. 어느 날 갑자기 빛을 잃고 시각장애란 이름표를 가슴에 달고 살아온 지 어언 11년 여삼추 같다는 날 수로 4천 하고도 155일이 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새삼스레 지난날을 더듬어 봅니다. 내 말과 행위가 일치하였는가 아니면 생각과 말과 행위가 제멋대로 살아 왔는가.
북아프리카 모로코 최남단 사하라 사막 인근에는 ‘다클라’라는 어항도시가 있습니다. 그곳 사람들은 ‘사막을 걸을 때는 아들을 앞세우고, 사냥을 할 때는 아들을 뒤따르게 하라’라는 격언에 따라 말과 행위를 가르치며 따르게 합니다.
격언을 풀이하자면, 사막을 걸어 다닌 경험이 없는 자식은 수통의 물을 가고자 하는 목적지의 절반도 못가서 다 마셔버리고 결국 사막에서 죽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아버지는 앞서가는 아들이 물을 마시려고 하면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가늠하여 어디쯤에서 한 모금 두 모금 마셔야 하는지 물의 양까지 훈련에 포함시킨다고 합니다. 사막에서 물은 필수적이요, 생명줄이기 때문입니다.
사나운 짐승을 사냥할 때는 젊은 혈기로 덤벼들다가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기에 경험 많은 아버지가 앞서서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뒤따르는 아들에게 무언의 동작을 통해 생존 법칙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11년 전, 나는 장애로 인한 어려운 시기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점자도 배우고 안마도 배워서 좋은 일에 써보리라 결심하고 바로 실행에 옮겨 먼저 점자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안마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내가 안마를 배우려는 목적은 안마 봉사는 물론 모로코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를 가르치고 싶어서였습니다. 6년 전, 우연한 기회로 모로코로 안마를 수출할 수 있는 창구가 개설되었으나 반대하는 사람 때문에 중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꿈은 지금도 마음속에서 꿈틀대어 꼭 이루고자 합니다.
우리 시각장애인은 생각과 말과 행위 중 말을 앞세우며 생각과 행위는 뒤따르는 경향이 많습니다. 모든 분들이 앞서가던 말이 잘못되면 뒤따르던 생각과 행위는 나는 볼 수 없는 장애인이라 들었을 뿐이라고 핑계로 덮으려 합니다. 그리고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그 다음은 나도 몰라요 그렇게 끝내려합니다. 물론 여기에 준하는 일부분의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연약한 조건 때문에 행위가 앞서 갈 수 없습니다. 먼저 손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잡을 도리가 없기에 잡아 주기를 기다립니다. 기다려도 잡아주지 않으면 말을 앞세우지 말고 침묵하세요.
누군가에게 약속한 앞세운 말 한마디. 모로코에 안마수련원을 세우겠다는 책임으로 지금도 희망의 꿈을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행하는 나눔의 기쁨 모임도 우리 시각장애인들도 베풀 수 있단 것을 보여주는 실천입니다. 사막이나 사냥터에서 말과 행위로 보여주는 아낌없는 아버지의 사랑을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