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축하객으로
한상희(주부)
지난 여름, 어느 결혼식에 간적이 있다. 나는 정말 결혼식 같은 곳에 가고 싶은 생각는 없었다. 내겐 너무도 아픈 상처들이 한스럽기까지 했던 가족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부득이 참석할 결혼식도 있게 마련이다.
우리 형제 결혼식과 조카들의 결혼식엔 전혀 갈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안 계시다 보니 오빠들의 결혼식은 언제 했는지도 모르고 서로 자주 왕래를 하지 않아 조카들의 결혼조차 날짜를 알려주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시각장애인을 불치병 취급하는 나이 터울 많은 고지식한 그들과 별로 말싸움하기 싫고, 어릴 때부터 맹학교 생활하는 나와는 다른 �О殆� 살고 있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은 20여년 전 쯤이었나 직장에서 먹고 자면서 안마할 때였다. 그 집 자녀 혼담이 오고 갈 때였는데 상대방 사람이 오면 문밖에 나오지 말라고 한 적도 있었다.
때때로 결혼식 축하객으로 가면 별 의미 없이 참석하고 축의금만 전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런데 지난 여름 부디 초대하리라 생각지 않으신 분께서 ‘청첩장을 보내도 괜찮겠어요?’ 하시며 정중하게 우리 주소를 물어보셨다. 그분은 나 아니더라도 축하 손님이 넘칠텐데 나까지 초대하여 주심이 정말 감사로만 표현이 힘들 정도였다.
그 결혼식은 참으로 성대했다. 식당이 손님으로 넘쳐나고도 감명 깊은 것은 어떤 축하객께선 휠체어를 타고 오신 분도 있었다. 장애 차별하지 않고 지체장애인까지 초대함에 나는 정말 감동받았다. 그리고 아주 친절하게 내 이름을 부르며 와주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다.
얼마 전 수강하던 컴퓨터 교육이 종강을 하게 되었고, 나는 함께 공부했던 수강생들에게 선생님과 같이 식사나 같이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실명한지 얼마 안 된 저시력 수강생들이 “전혀 못 보는 사람이 어떻게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요?”라며 전맹인 나를 걱정하며 반대했다.
이에 나는 씨익 웃으며 “집에서 살림도 하는데, 왜 밥을 못 먹겠어요.”라고 대답하고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같은 시각장애인이지만 이들은 전맹인 내가 혼자 화장실 다니는 것도 너무 신기하게 여겼다. 오랜 시간 수업을 함께 하면서도, 그리고 같은 유형의 시각장애인이면서도, 전맹인 나를 이해하지 못하다니... 오히려 내가 이해할 수 없었다.
장애인을 보는 눈이 많이 달라진 세상이 되었지만, 아직도 마치 외계인을 처음 대면하듯 낯설어 하거나 자신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각장애인들끼리도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많은데 모든 사람들에게 바란다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 아닌 듯 싶기도 하다.
장애인 기관이나 단체들이 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