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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병상위에서(종광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12-01 오후 4:43:00

조회수 2505

게시물 내용
제목 병상위에서(종광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12-01 오후 4:43:00 (조회 : 2505)

병상위에서
종광희(안마사)

  비 피해가 많았던 올 여름은 짧으면서도 지루했다. 한 달째 병원 침상에서 맞는 초가을의 아침 바람은 어쩐지 더욱 쓸쓸하다. 새벽 4시쯤이면 어김없이 하얀 가운을 걸쳤을 간호사가 다가와 ‘피 좀 뽑을께요’라며 속삭인다.
  달아나려는 곤했던 잠을 붙잡기도 전에 말똥해지는 정신은 보이지도 않는 병실 천장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라디오로 손을 가져간다. 같은 병실 환자들도 어느 정도는 깨었어도 다시 잠을 이루려는 듯 고요해지는 분위기는 이어폰을 귀에 꽂게하며 조용히 혼자 라디오를 청취하게 한다.
  동이 트기 전부터 들려오는 뉴스 앵커의 심란한 목소리는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자 증가라는 안타까움만을 남긴다. 현재 장애인 고용률은 37.7%로 국민 평균(58.4%)에 비해 낮고, 실업률은 8.3%로 전체 국민 평균치의 2배가 넘는다. 더구나 장애인 실업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고,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그 보다 더 심각하단다.
  이러한 현 사회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취업은 고사하고 적절한 직업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으니…! 이는 장애인의 능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시혜적 시선이 팽배해서가 아닌가 싶다. 이런 편견이 장애인 취업의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시각장애인 당사자들도 질적인 취업보다는 양적인 직업을 더 선호했기 때문에 현재의 안마업에 목을 매는 게 아닌가 싶다. 땀 흘려 노력한 만큼의 대가에 만족치 못하고 이왕 육체가 고생하는 만큼 그만한 대가를 얻어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가 내려져 있는 것이다.
  요즘 학생들이나 주부들이 나서서 일한다 해도 고작 시간당 3~5천원 정도다. 물론 어떤 전문적인 일이냐에 따라 시간 급여가 달라지겠지만 평균적으로 그 정도라는 얘기다.
  그에 비하여 시각장애인은 시간급이 보통 1만5천원~2만원 가량인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이왕 고생하는데 좀 더 많은 대가를 원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과연 우리는 ‘안마’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남다른 촉각과 후각, 미각을 살려 직업을 개발할 수는 없는 것일까?
  아주 오래 전 떠들썩했던 1975년 8월 경향신문 사회면에 소개되었던 서독 노르텐 슈타트거주의 시각장애인 병아리감별사 이야기가 있었다. 이후에도 와인감별사의 얘기도 있었던 것 같고, ‘오감프레임’이라는 훈련을 통해 장애인의 감각을 훈련시켜 직업을 얻게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은 ‘공단직업훈련원’과 같은 곳에서 기술을 연마하고 신체적 장애에 따른 적절한 재활훈련을 통하여 훈련원에서 소개하고 추천해준 기업체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또한 출퇴근이 너무 부자연스러운 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재테크를 통하여 일하는 보람을 얻기도 한다고…
  물론 우리 시각장애인들에게도 협회나 복지관을 통해 재활훈련과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 사회적 제도나 의식, 시혜적 시선의 팽배가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건 아닐까?
  재활훈련과 같은 교육의 연장선인 사회는 시각장애인인 우리에게 일자리 창출에 대하여 너무 관망적이지 않는가? 또한 우리의 대변이 되어주고 함께 고민하며 직업 창출에 대한 연구 및 개발에 더한 박차를 가져야할 협회나 복지관마저 안일한 소극적 자세로만 일관하는 듯하여 안타깝다.
  ‘안마’는 분명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직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든 비장애인들에게 뺏기지 않으려 몸부림 치고 있는 것이리라. 그럼 우리도 그들에게 맞설만한 직업을 연구하고 개발시켜 그들에게 보여져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회에 정당하게 요구하고 촉구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 속담에 ‘울어야 젖준다’란 말이 있다. 하지만 징징거리며 운다고 요즘 시대에 알아줄까?
  난 생각한다.
  운다는 건? 정당하게 요구하라는 것이고 정당하게 요구하려면 우리부터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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