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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딸에게 쓰는 편지(김창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3-02 오후 5:24:19

조회수 2658

게시물 내용
제목 딸에게 쓰는 편지(김창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3-02 오후 5:24:19 (조회 : 2658)

딸에게 쓰는 편지
김창민

  “아빠, 다녀올게요.” 하며 출근한 네가 서너 시간도 못 되어 전화를 걸어 “아빠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잘 우시죠. 우시지 마세요. 그리고 축하해 주세요.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신대요.”
  얼마나 수화기를 든 채 있었다가 갑자기 기쁨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서러움인지 기쁨인지 한참을 소리 내어 울다가 지난날의 너를 회상해보며 이 편지를 쓴다.
  세상에 모든 아가들은 엄마 품안에서 열 달을 보내고도 아쉬워하는데 내 딸 현아 너는 무엇이 그리도 급하기에 안전한 엄마 품을 일곱 달 만에 떠나 답답한 인큐베이터 안에서 갇혀 버렸느냐.
  허약한 엄마가 각고의 노력 끝에 11년 만에 가진 첫 아기…. 비록 900그램의 미숙아로 태어났지만 우리 딸의 탄생을 축하하며 들어온 수백 통의 분유, 그 분유를 그런데 내 딸 현아 너는 한 통 먹어보지도 못하고 보리차로 쑨 멀건 미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 참으로 아빠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구나!
  사흘이 멀다 하고 실려 가는 병원, 그럴 때마다 흘린 엄마의 눈물은 바다를 이루고도 남았을 것이다. 엄마의 지극한 정성은 네가 세 살 때 나타나기 시작했지. 웃고 울고 종알종알 종알대고 혼자서 일어나 걷고 뛰고 우리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
  네 살 때인가? 누가 가르쳐 준 것이 아닌데 길가 건물에 붙어 있는 간판들을 줄줄 읽어내어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그 후에도 아빠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구나.
  초등학교 5학년 때 크리스마스이브 오랜 투병 끝에 엄마는 너와 아빠의 손을 감싸 안고 저 세상으로 떠났지. 내 딸 현아! 초등학교 마지막 운동회 날 정문 옆에 멍하니 서 있던 나에게 달려와 아빠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가요. 다른 아이들은 부모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그늘을 찾아 점심 먹는 모습에 미안해하는 아빠의 마음을 위로하듯 “아빠 우리 반에 엄마가 없는 아이가 넷이나 있어. 아마 그 애들도 나처럼 아빠 손잡고 점심 먹으러 갈 거야.”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 자랑스런 내 딸 현아.
  초등학교 졸업식 날 전교의 1등이라는 영예로 교육감 상장을 받아들고 돌아서서 환하게 인사하던 네가 갑자기 아빠에게로 달려와 소리치며 우는 모습에 졸업식장이 온통 눈물바다를 만들어 버렸지. 엄마 없는 빈자리 슬픔을 한 번도 아빠에게 내 보이지 않던 어른스런 현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아빠는 사업을 시작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두 달, 석 달에 한번 집에 들려 넉넉한 생활비만 주면 아빠의 책임은 다한 양 바쁘게 살아온 나는 아주 늦은 후 깨달아 알고 진심으로 너에게 용서를 빌던 대학병원 정신과 병실…. 어린 너에게 외롭게 혼자서 지탱하기 벅찬 때도 아빠의 자랑스런 딸이 되고자 열심히 공부만 하다 보니 영양실조에 정신적 스트레스로 쓰러진 뒤에야 알았다니 무관심했던 아빠는 참으로 많은 반성과 후회를 했단다.
  네가 대학 3학년 때, 아빠는 아프리카 모로코로 공장 건설을 하려고 떠난 것이 우리의 현실을 바꾸어 버리고 말았구나. 사랑하는 내 딸 현아. 파산과 더불어 실명까지 해버린 아빠의 손을 잡고 서울로 온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구나. 너의 모든 꿈을 버리고 아빠를 위해서 희생하고 있는 너를 생각할 때마다 아빠는 몹시도 마음이 아프단다. ‘아빠도 나 때문에 혼자 사셨으니 나도 아빠를 위해 혼자 살겠다’는 너를 설득하는 데 무려 6년이 걸렸구나. 두 번의 암 수술. 아기를 가질 수 없을 거라는 의사들의 추측을 무시한 채 다섯 번 인공수정을 한 후에야 성공하였다는 말에 아빠는 옛날에 엄마를 보는 것 같구나.
  그런데, 자랑스런 내 딸 현아. ‘아빠 나 아기 가졌어요. 아빠가 할아버지가 되신데요.’ 그런 전화를 받은 것이 어제 같은 데 오늘 너는 진짜 엄마가 되었고, 나 또한 진짜 할아버지가 되었구나! 정말 장하다. 감사하고 축하한다. 2012년 1월 3일 오전 10시 40분 3.5kg에 건강한 내 손자를 기념하며 내 딸 현아에게 이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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