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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미는 백점, 친절은 쫌 그래∼(한상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4-02 오후 5:32:41

조회수 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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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미는 백점, 친절은 쫌 그래∼(한상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4-02 오후 5:32:41 (조회 : 2513)

재미는 백점, 친절은 쫌 그래∼
한상희(주부)

  작년 여름은 유난히 무덥고 게릴라성 폭우로 비가 많이 왔다. 하지만 나는 폭염과 폭우를 느낄 겨를도 없이 컴퓨터 교육에 푹 빠져 있었다.
  우연히 모임에서 만난 후배가 컴퓨터를 배워서 시각장애인 통신망에 접속해 시도 쓰고 활동을 해 보라고 권유해, ‘나라고 못할 것 없지’라는 생각으로 컴퓨터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컴퓨터 교육을 한다는 한 복지관에 신청을 했더니, 교육을 할 수 있는 인원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빠졌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길게는 2∼3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컴퓨터 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새 학기를 맞이한 초등학생처럼 설레고 흥분됐다. 얼마 만에 맞이하는 새로운 생활인지, 낯선 사람들과의 하루 3시간 교육은 두려움보다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었다. 만원 전철의 복잡함과 20∼30분씩 기다려서 타야 하는 마을버스도 즐거웠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지쳐 갔다. 정작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버스도, 만원 전철도, 어려운 컴퓨터도 아니었다.
  교육을 시작하고 알게 된 사실은 컴퓨터 ‘초보반’임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이미 한두 번씩 초보 강좌를 수강했던 학생들이었다.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나는 당연히 그들보다 배우는 것이 늦되고 우물쭈물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아서 타자 연습 시간이면 곤혹을 치르곤 했다. 자판의 철자를 외우는 건 또 왜 그리 안 되는지…. 하지만 컴퓨터 강사는 답답하다는 듯 짜증을 내며 투덜거렸다. 무료로 배우는 것이기에 뭐라 투정부릴 처지는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친절해서 손해 볼 건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2∼3달간 이루어지는 짧은 교육 기간이었다. 초급을 한번 들었던 사람들이 반복해서 초급 강좌를 듣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 같다. 짧게 배워서 혼자 컴퓨터를 사용하기에는 어렵고 중급반으로 가기도 애매하니까 초급을 몇 번에 걸쳐 듣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마쳤지만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한다면, 애써 배운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아닐까?
  내가 교육을 받았던 복지관에서는 컴퓨터를 더 배우고 싶으면 차후 추가 모집 때까지 기다리거나 주위 사람에게 배우라고 하는데, 이 두 가지 제안 모두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컴퓨터를 배우는 동안 나는 참 즐거웠다. 같이 배우는 친구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탕과 커피를 나눠 먹으며 친분을 쌓았고,
아직 서툴지만 인터넷에 접속하고 이메일까지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매우 편리하고 재미있는 컴퓨터를 왜 이제야 배웠을까 후회가 될 정도였다. 배움에는 때가 없고, 대가 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다고 하듯이 처음 배울 때의 어려운 시기를 넘기자 보람도 있고 자부심까지 생겼다.
  오늘날 컴퓨터는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노인들의 경우 치매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도 한다. 연일 TV에서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인터넷에 관해 강조하니 컴퓨터 교육이야말로 시각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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