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어디다 시키지?
문성준(대전맹학교 교사)
뒷정리를 하고 느긋하게 혼자 현관을 나서는데 비가 뿌린다. 전혀 생각지 않은 빗방울, 그냥 걸어가기엔 무리라 멀지도 않은 집을 놔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미 금요일 저녁, 학교는 텅 빈 것 같고, 결국 호출택시를 불러 보기로 했다. 예전에 제법 집이 멀 때는 미련없이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기본요금 거리에 택시를 불렀다가 투덜거리는 기사를 몇 차례 경험하고는 쉽게 용기를 내기가 어려웠다.
‘모르는 척하고 얼마 더 줘야지 뭐 어쩌겠어∼’
뜻밖에 전화를 끊자마자 금방 답문자가 왔다. 학교 옆 홈플러스 앞에 있다가 연락받고 왔다나….
차에 오르면서 가까운 거리에 불러서 죄송하다는 말부터 했다. 기사님이 그런 게 어디 있냐며 당연하다는 말로 나를 안심시킨다. 모든 게 다 복불복이라며 이런저런 말도 걸고, 내리는 집 앞에서도 비오는 길임에도 같이 내려 안내를 해주겠단다. 괜찮다며 그냥 내리며 결국 요금보다 천원을 더 드리는 것으로 내 감사함을 표하며 내릴 수 있었다.
오래 전 지금과 다른 아파트에서 살 때였다. 아이도 없던 신혼시절 아내는 직장일로 자주 늦게 퇴근하곤 했는데, 별반 혼자서 저녁을 해결할 능력이 없었던 탓에 동네 배달음식점을 애용했다.
하루는 집 문에 새로이 붙은 중국음식 전화번호 전단을 보고 짜장면 한 그릇을 주문했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사람 왈, 한숨부터 쉬더니 한 그릇 갖고 주문은 어렵단다.
사실 외식음식을 시키는 경우라는 게 가족이 있거나 여럿이 있을 때보다 혼자서 갑작스레 식사를 해결하기 어려울 때 생각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고 혼자 먹는데 이것저것 더 시킬 수도 없고, 꼭 짜장면이 먹고 싶은데 값비싼 다른 음식을 시킬 도리도 없는 게 아니겠는가!
어이없어하며 전화를 끊고 114를 통해 진땀을 빼며 결국 낯선 다른 중국음식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나도 기가 죽어 “짜장면 한 그릇 배달되나요?”라고 물었다. 뜻밖에 당연하다는 듯 물론이라고 하더니, 오래 걸리지도 않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배달을 나온 사람은 숫기 없이 착해 보이는 30대 주인 남자로, 개업한 지 얼마 안되었다고 했다. ○○○중국음식점과의 인연은 그렇게 해서 시작되었다.
그날부터 나는 집에서 찾아온 손님 식사를 대접하거나 가족끼리 밥해 먹기 싫을 때면 무조건 중국음식을 배달시켰다. 물론 그땐 짜장면이 아니라 평소 먹어보고 싶었던 여러 비싼 음식을 고루 시키려 애썼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나 근처에 이사 온 동료들에게도 모두 그 음식점을 추천했던 것 같다.
“그 집하고 무슨 아는 사이인거야?” 사람들은 내게 그렇게 묻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음식솜씨가 딱히 대단한 것도 아니었고, 장사도 그리 잘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던 그 집을 나는 더 안타까워하며 시키고 싶었다. 아내도 성실해 보이는 아저씨 얼굴을 보고 난 후부터는 나보다도 더 열심히 애용을 했다. 음식점 주인은 우리 부부의 그러한 배려에 너무 감사해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사는 지역으로 이사를 한 뒤에야 그분과의 만남은 끝이 났다. 어쩌다 시키는 나 같은 사람 하나의 노력이 무슨 매상에 도움이 되었을까? 하지만 첫 날 내게 베풀어 준 작은 친절이 아니었다면 나와의 만남도, 그 분의 성실함을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 같다.
비오는 오늘 같은 밤이면 왠지 야식이 생각난다. 그나저나 어디다 시킨다지?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