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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매미(이헌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5-15 오후 5:52:38

조회수 2483

게시물 내용
제목 매미(이헌진)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2-05-15 오후 5:52:38 (조회 : 2483)

매미
이헌진

  꽃샘추위가 마지막 위세를 떨치던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여름의 초입이다. 비가 오다가 구름이 찢어지고 햇살이 비치면 이것을 신호로 맴-맴 매미들이 합주를 시작한다. 여름은 늘 그랬듯 온통 매미 소리로 가득할 것이다.
  어쩌면 매미 울음소리는 사랑의 노래라서 절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짝을 찾는 사랑의 세레나데라서 더욱 지극 정성으로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매미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매미처럼 사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사랑만큼 위대한 것이 또 있을까? 사랑. 사랑은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다.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랑하는 대상을 아끼게 되고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게 되고 지켜주게 되며,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스스로 나서서 돕게 된다. 사랑의 위대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하고 싶어서 한다는 점이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 또한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사람만이 가지는 특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는 모두 다 사랑을 한다.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마저도 사랑을 한다. 그러니 사랑을 어찌 위대하다 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매미의 사랑노래. 여름을 꽉 채우는 매미의 노래 소리도 바로 사랑의 노래이다. 사랑을 실천하기 위하여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사랑의 완성을 위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부르는 노래이다.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게 되면 힘이 들 법도 한데, 전혀 개의치 않는다. 사랑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사랑을 완성하게 되면 세상을 모두 다 얻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실천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매미는 사랑을 위하여 아무 것도 먹지 않는다. 사랑만을 위하여 먹는 것마저 포기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사랑을 위해서 생명을 건 것이다. 사랑의 완성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매미는 땅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딘다. 종류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많은 시간을 어둠 속에서 버티는 것이다. 짧은 것은 2년에서부터 긴 것은 17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을 땅 속에서 굼벵이란 이름으로 수도하듯이 보낸다. 그 오랜 세월을 고난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사랑을 얻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사람은 어떠한가? 매미의 반이라도 따라 갈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사랑이라는 이름을 팔아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랑마저도 버린다. 이는 분명 사랑이 아니라 욕심이다. 사랑이라고 이름을 붙인다고 하여 모두가 사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에 욕심이 배어들게 되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망상이다.
  망상이란 논리적 불합리를 말한다. 망상에 빠진 사랑은 아무리 우겨도 결코 사랑이 될 수 없다. 망상은 사랑이 아니라 세상을 고통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만든다.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도 아프게 만들 뿐이다.
  욕심이 앞서게 되면 감정이 불처럼 치솟는다. 채워지지 않는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감당하기 어려운 화를 분출하게 된다. 악순환이다. 욕심은 다른 욕심을 만들고 성냄은 또 다른 성냄을 만들어 낸다. 해결할 수 없는 모순 속에서 반복되는 것이다.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구원받을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더 큰 아픔을 만들어 낸다.
  매미의 사랑노래는 순수하다. 거기에 욕심이나 망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소유하려는 마음도 없고 불같은 성냄도 없다. 오직 원하고 있을 뿐이다.
  생명을 가진 이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그 다함이 있다. 오늘을 살다가 내일에 죽는 존재이다. 여기에서 예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신만큼은 예외가 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다른 사람은 병을 얻어 죽을 수 있고 사고를 당해 죽을 수 있지만 나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버린다. 인간의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매미의 사랑노래를 들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 욕심이 아닌 순수한 사랑을 생각한다. 나는 얼마나 순수한 사랑을 하였는지 되돌아본다. 쉽게 대답할 수가 없다. 행함에 얻음이 없으면 그 모든 원인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다. 사랑만을 위한 사랑을 하지 못하였으니, 이제부터라도 하고 싶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다. 생명을 다 하여 후회 없는 사랑을 하고 싶다. 단 한번 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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