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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학창시절 배고팠던 봄 방학(김종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3-02 오후 3:57:16

조회수 2298

게시물 내용
제목 학창시절 배고팠던 봄 방학(김종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3-02 오후 3:57:16 (조회 : 2298)

학창시절 배고팠던 봄 방학
김종산(안마사)

  2월은 대부분의 학교가 졸업식을 거행하며 하순에서 3월 1일까지는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 위하여 봄 방학에 들어간다. 1976년 그해 2월, 내가 다니던 서울 맹학교에도 어김없이 봄 방학이 찾아왔다.
  고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서울에 집이 있는 친구들은 부모님의 품으로 가 버렸고, 지방에 집을 둔 나를 포함한 친구들은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가슴에 묻은 채 기숙사에서 봄 방학을 별 의미없이 보냈다.
  세끼 밥은 주었지만 수업도 없고 취침이나 기상 시간도 없을 뿐 아니라 외출도 자유로워서 어떻게 보면 내 생에 있어 가장 편한 시간을 보낸 것 같기도 하다. 단 한 가지 흠이라면 식당 아주머니들이 일찍 퇴근하기 위하여 저녁밥을 5시 30분도 안 되어 주었기 때문에 식욕이 왕성했던 우리들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배고픔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우리들은 너무 가난하였기에 간식을 사 먹는다는 것이 쉽지 않아 차디찬 수돗물 한 그릇으로 배고픔을 달랬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 날도 우리는 저녁 식사 후 내 방에 모여 이런저런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김없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이 고통을 잠재울 수 있는 묘책이 없나 의논하기 시작했고,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식당에 있는 주방을 털기로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행동대원으로 약시자 1명을 포함하여 3명을 뽑았다. 그 중에 나도 끼워져 있었다.
  자정이 지나 모두가 잠들어 있을 때 식당으로 잠입했다. 살금살금 주방 쪽으로 접근하는데 가슴은 두근두근 방망이질하고 두 다리는 후들거려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지질 않았다. 만약 사감 선생님한테 걸리면 혼이 나는 건 물론이거니와 심하면 퇴사감이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주방에 이르러 문을 열어보니 문은 안으로 굳게 잠겨 있어 우리들의 앞길을 막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을 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2차 행동에 돌입했다. 약시자를 밖으로 내 보내 지붕으로 올라가 기왓장을 들어내고 주방 안으로 들어가 잠긴 문을 여는 작전이다.
  잠시 기다리니 주방문이 열렸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냉장고를 포함한 이곳저곳을 뒤졌다. 거기에는 김치 멸치 두부 삶은 계란 등이 있었다. 우리는 배가 터지도록 먹고 나서 갖고 나가기 쉬운 계란 몇 판만 들고 방에 있는 친구들에게로 돌아 왔고, 약시자는 뒤에 남아 원래대로 주방문을 잠그고 지붕의 기왓장도 복구해 놓아 최대한의 흔적을 지웠다.
  우리 모두는 포만감을 만끽하며 행복에 젖어 아름다운 꿈속으로 빠져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시끌벅적한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방문은 활짝 열려 있고, 문 앞에 서신 사감 선생님이 노기 띤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화들짝 놀란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선생님을 따라 사감실로 들어서서 무릎을 꿇었다.
  “이 놈아! 아침에 학생들에게 나눠 주려던 계란을 다 먹어 치우면 어떻게 하냐? 너희들 기분도 조금은 이해하니까 다른 것은 일체 묻지 않을테니 점심때까지 변상하고 후생부장인 네가 대표로 3일간 반성문을 써 내라. 만약 그렇지 않을 시엔 학생과로 넘길 것이며 기숙사에서 무조건 퇴사시킬 것이다.”
  준엄한 선생님의 꾸지람에 머리 숙여 “알겠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사감실을 나오는데 온 몸에서는 식은땀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어떻게 아셨을까? 참 궁금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생님은 내 방 앞에 떨어져 있는 조그만 계란 껍질 한 개를 발견하시고 우리의 소행임을 아셨던 것이다.
  우리들은 서둘러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변상했고 나는 3일 동안 반성문을 제출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들과 함께 아무 부담없이 지냈던 그 시절이 몹시 그립고, 졸업 후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다.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서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이 이 글을 읽으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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