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에 나도 한마디!
배정숙(안마사)
요즈음 교사나 교수 등 중고등학교나 대학에서 재직 중인 시각장애인 이야기며, 어린 시각장애인 학생이 훌륭한 성적으로 일류 대학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일도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고는 합니다.
그들의 뼈를 깎는 노력과 재능, 가족의 협조와 길운이 없다면 그러한 성취를 얻기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어느 곳이든 우수한 사람은 소수이듯 이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누구나 훌륭하지만 장애를 극복한 경우에는 더 큰 박수를 받습니다. 그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대개 자신의 장애를 다른 사람이 특별한 경우로 보지 않기를 원하며, 노고의 감사를 가족에게 돌리곤 합니다. 그러한 그들의 말 속에서 따스한 마음과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극소수의 사람들 뒤에는 일반적인 다수의 사람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의 대부분이 종사하는 직업은 바로 안마사입니다. 공공연히 안마는 우리나라에서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인식되어 있습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에서는 정안인들의 안마가 더 성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몫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한줄기 돌파구이자 발판이 있는 것에 감사합니다. 그러나 결코 현재에 만족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이제는 나 하나만의 배를 채우고 내 주머니만 채우면 된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우리 모두가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안인들로부터 안마사 자격건의 위협을 느낄 때마다 목소리를 합하여 외치는 소리가 '나는 괜찮지만 후배들을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진정 후배들을 위한 외침이고 시위라면 그에 앞서 각자의 언행을 돌아보고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반성하고 고쳐나가야 합니다.
큰 문제들 중 단연 그 첫 번째는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자격'에 관한 부분입니다. 시각장애인만 안마사 자격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앞으로도 그 자격을 당당하게 지키려면 취약한 부분을 스스로 던져버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바로 '명예 원장'에 관한 일입니다. 정안인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월급을 타는 '명예 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사람은 그 직함부터 과감하게 던져 버려야 합니다. 대신 서로 마음 맞는 시각장애인 동료들과 동업을 한다든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각장애인이 일터를 제공하고 여유가 없는 동료가 일을 맡아 한다든지 하는 등 같은 시각장애인들끼리 뭉쳐야만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에게도 더욱 떳떳할 뿐만 아니라 수없이 쏟아져 나올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당장의 닥친 일을 넘어서서 넓게 보는 안목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스스로의 그러한 결정이 더 크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을 버린다면 그 만큼의 희망이 움트는 것이니까요.
단골손님 중에 시력이 매우 약한 5급 시각 장애인인 일본인이 있습니다. 일 년에 서너 번 한국을 다녀 갈 때마다 내게 안마를 받는 사람입니다. 그럴 때면 그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늘 되풀이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시각장애인으로 안마업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인 제가 부럽다는 것입니다. 일본 정부에서 생활비 전부가 제공되는 당신이 오히려 부럽다는 나의 말에 그는 스스로 일해서 떳떳하게 버는 우리네 시각장애인들이 훨씬 더 낫다고 감사할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입니다.
힘들지만 땀 흘려서 얻는 성취감과 자긍심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이란 사실을 우리는 힘든 현실 속에 묻혀 잊고 있지는 않은가요? 물론 국가적 차원의 복지가 더욱 발전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편한 시선이 없어져서 더욱 더 바르고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에 시각장애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웃나라 시각장애인들의 부러움을 받는 우리들이 오래도록 우리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러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일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각장애인들이 똘똘 뭉쳐서 힘을 합하여 한 마음 한 뜻으로 우리들의 유일한 터전인 안마업을 결사적으로 지켜야 할 것입니다. 안마업이 위협받는 아슬아슬한 지금이 바로 우리들 스스로 반성하고 일신하여 내려놓을 것과 쟁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신중히 생각하고 행동하여야 할 때입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타인의 도움을 당연시 여기고 의지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혼자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은 내 손으로 쟁취하여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의의 친절이나 도움을 편협한 자존심으로 무찌르는 일은 삼가야 겠지요. 거절이 거부와 반감으로 비추이지 않도록 용기 내어 다가온 사람의 호의가 오해로 바뀌지 않도록 오해가 편견을 부르지 않도록 하는 데엔 사회의 구성원인 우리의 태도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 한 사람 한사람의 작은 행동들이 한데 모여 소중한 꿈을 키우는 밑바탕이 되고, 행복이 자라나게 할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믿음의 씨앗이 한 데 어울려 풍성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거울을 보듯 마음의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봅시다. 따스한 봄볕을 느끼며 뜨거운 여름이 성큼 다가오지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