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제조기
배학진(전 은광학교 교사)
나는 요즘 방귀제조기 때문에 매우 난처하다. 내놓고 말하기조차 쑥스럽지만 밥을 먹고 나면 언제부터인지 방귀가 나온다. 보리밥을 먹지도 않는데 방귀가 잦다.
내 방귀는 대개 러닝머신에서 러닝을 할 때에 집중적으로 나온다. 러닝머신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세 번을 한다. 이상한 것은 방귀가 다른 때에는 나오지 않다가도 러닝을 할 때면 영락없이 나온다는 거다. 그것도 뿌웅 하고 경쾌한 것과 피익하고 가스가 새는 것과 소리가 나지 않는 것… 꼭 가만히 있다가도 러닝머신에 올라가 러닝을 하면 틀림없이 나온다. 아무래도 우리집 러닝머신은 방귀제조기가 아닐까 싶다.
생전 처음 마련하는 러닝머신이니 비싸도 쓸 만한 것으로 마련해야 한다며 아내가 백화점으로 몇 차례 발품을 팔아서 마련한 핀란드산 러닝머신이다.
좋은 러닝머신이라고 흐뭇했던 마음이 사라지기도 전에 지금 나는 러닝을 하지 말아야 하나 어쩌나 고민이다. 러닝을 그만두자니 내가 하는 운동은 겨우 이것뿐인데 이제 와서 그럴 수도 없고… 러닝을 계속하자니 러닝 때마다 나오는 방귀가 신경 쓰인다.
허구 많은 시간 중에 하필이면 러닝시간에 방귀가 나올 게 뭐란 말인가? 아무래도 러닝머신이 아니라 방귀제조기가 맞을 성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꼭 러닝을 할 때면 방귀가 나올까.
그것도 식전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러닝 시간에 주로 나타난다. 점심과 저녁 식사 후에 러닝을 할 때는 방귀가 나오지 않다가 유독 아침 러닝을 할 때면 세 가지 종류의 방귀가 모두 나타난다.
이 형편없는 머리로 짐작하건대, 밤새 가만히 잠을 자다가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니 몸속의 창자도 따라 움직여서 생성된 가스가 배출구를 찾아 나오는 것인가 싶다. 그러니 내 방귀는 아무래도 식사와는 관계없는 듯하고, 마침 거실에 지켜보는 사람이 없기 망정이지 누가 봤더라면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이 아닌가?
방귀가 나와야지 만일에 방귀가 나와야 할 때 나오지 않으면 그것도 역시 큰 문제란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대부분 위장과 소장을 지나는 동안에 소화, 흡수되며 나머지가 대장에서 흡수되고 그 나머지는 요도와 항문을 통해 인체 밖으로 배출된다. 그 과정에서 방귀가 자연스럽게 생성 배출된다고 한다. 그러니 만일에 방귀가 배출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자칫 가스중독이 될 염려도 있다는 거다.
내 방귀는 가지가지다. 섭취한 음식물의 내용에 따라서 냄새도 다를 것은 불문가지다. 방귀는 냄새뿐 아니라 소리도 여러 가지다.
첫째, 경쾌하며 뿌웅 커다란 소리(이런 방귀가 냄새는 적다.)
둘째, 피익하고 뭔가 새는 소리와 함께 물이 섞인 것 같은 방귀(이런 방귀가 내가 가장 난처해하는 방귀로 냄새가 지독한 것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나쁘게 한다.)
셋째, 슬그머니 소리없이 나오는 며느리 방귀(이런 방귀라면 참을 만하지만 의외로 냄새가 고약하다.)
그런데 내 방귀는 이런 모든 것이 빠지지 않고 순차적으로 나타난다는 게 문제다. 언제는 경쾌하고 시원하게 나오고, 어느 때는 피익하고 나오고 또 언제는 소리없이 슬며시 나오기까지 한다. 그러니 누가 들으면 어떨까 하고 걱정을 하는 수밖에…
경우에 따라서는 기분 좋게 껄껄 웃을 때도 있을 테고, 또 나는 물론이고 듣는 사람도 기분이 상하고, 냄새로 코를 킁킁 댈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혹시 누가 우리 집에 와서 거실 소파에 머물까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이 정도라면 러닝머신이라고 해야 하나 방귀제조기라고해야 하나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아무튼 나는 요즘 난데없는 핀란드산 방귀제조기 때문에 이만저만 난처한 일이 아니다.
What shall I do?(어떻게 해야 하죠?)
Please help me.(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