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 인정조사표, 여러분들은 만족하시나요?
종광희(안마사)
지난 5월 13일, 계단에서 굴러 온 몸이 성한 곳이 없는 가운데서도 내가 속해 있는 센터에서 시행하는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 교육에 참여했다.
교육장 안은 온통 각 유형별 장애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빠 보였다. 거의가 휠체어에 의존하거나 활동보조인에게 의지하여 참석한 이들이었다. 나도 휠체어에 의지한 채 교육장 안에 들어서니 센터 내 관계자들이 아는 척을 해준다.
이날의 교육 내용은 활동보조 이용자들의 실태조사표인 ‘인정조사표’의 바뀐 내용과 추후 이용자 개개인이 부담해야할 자부담금의 인상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인정조사표’의 바뀐 내용을 살펴보자면, 정부는 대․소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자, 호흡줄이나 석션을 해야 하는 자, 손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자 등이 우선 대상자로서 이들을 최우선 기준으로 하여 추후 등급을 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활동보조사업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형평성이나 평등성에 부합할까?
시각장애인인 우리는 누워서 생활해야 하는 그들보다야 조금은 나은 생활을 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신체 중 900냥이라는 두 눈을 잃고 100냥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험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잔혹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아직은 ‘인정조사표’가 확실하게 우리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거리에 있음은 사실이지만 결코 방관할 수 없는 현실이라 하겠다.
또 하나, 이렇게 조사된 기록에 부합하여 등급이 나눠진 상태에서 현재도 자부담금이 부담스러운 장애인들에게 경제적 상황이나 생활경제에 따른 어려움은 생각지 못한 채 정해진 시간에 따라서 많게는 약 20% 정도 자부담금을 인상 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약 2~3만원이 인상된다는 것인데, 현재 자부담금이 부담되어 정작 이용해야할 장애인들은 이용치 못하고 있는 실상에서 정부의 지원이나 그에 적합한 대응책 없이 자부담금을 인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취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복지를 실현하지 않겠다는 의도라 여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에도 꿀 먹은 듯 침묵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기관들의 집행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지난 4월 19일 내가 계단에서 구른 날, 내가 속한 센터 내 장애인들은 이러한 불공정한 정책에 대응하겠다면서 집회에 나가려 했다. 나 또한 그 집회에 참석하려 했으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계단에서 굴러 참석지 못하고 뒤로 이야기만 들어야 했는데, 이 집회에 참석한 시각장애인은 그 수를 헤아릴 정도였다고 하니 난 정말 부끄러웠다.
어찌 생각해보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중증활동보조사업은 지체장애인들이 일궈낸 밭이란 것이다. 그 밭에 우리는 땅을 빌어 농사를 짓는 형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알을 깨고 나오지 않으면 절대 하늘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날 수도 없는 것이다. 때늦은 아우성은 결국 떼쓰는 아이와 같을 뿐이다. 이젠 정부의 칼날에 무참한 희생자가 없기를 바랄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