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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늙어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배학진)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12-31 오전 9:40:18

조회수 2178

게시물 내용
제목 늙어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배학진)
작성자 점자새소식 작성일 2018-12-31 오전 9:40:18 (조회 : 2178)
늙어가는 것과 죽어가는 것
배학진
 
  흔히 나이가 드는 것을 늙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누구는 죽어가는 것이라고도 한다.
  모두 나이가 들어가며 일어나는 똑같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인데 왜 표현은 전혀 다를까 모를 일이다.
  늙어가거나 죽어가거나 끝은 모두 허망하다.
  표현이 다른 만큼 내가 모르는 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9년이 되어 어느새 내 나이가 72세가 되었다.
  이제 나도 늙어가는 것인지 죽어가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볼 나이가 된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늙어간다.
  늙는 속도가 남보다 조금 빠르거나 혹은 느리거나 또 늙어가기를 일찍 시작하거나 늦거나 하지만 인간은 태어나면 누구나 늙는다.
  그건 인간만이 아니다.
  생명체라면 무엇이든지 늙어가는 현상을 피할 수는 없다.
  심지어 무생물도 늙어가는 것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대신 변화한다고 한다.
  늙어가는 것이 나이가 들면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면 죽어가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생명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늙어가는 변화와 생명의 길이가 줄어드는 현상은 뜻이 엄연히 다르다.
  그럼 나는 지금 늙어간다고 해야 하나 죽어간다고 해야 하나?
  이제는 확실해졌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늙어간다고 하고 싶지만, 엄연한 현실을 왜곡할 수도 없고 구태여 견강부회하기도 싫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분명히 죽어가고 있다.
  다만 바라기는 조금 천천히 죽어가면 하고 바랄 뿐이다.
  내 사촌 누이동생 계자는 아주 어려서 죽었다.
  내 어릴 적 친구 준희는 뭐가 그리 급한지 국민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죽었다.
  내 혼인식에 참석하고 찍은 사진에 함께 있던 네 명의 친구 중 두 명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내 다섯 남매 중에서도 막내 누나는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벌써 죽고 없다.
  내 맹학교 후배 여학생은 50년도 채 못 살고 죽었다.
  이제 생각하니 10대 20대, 30대까지는 변화하는 것이고 60대, 70대, 80대 이후는 죽어가는 것이라고 말해야 옳은 것 같다.
  결국 인간 ‘생로병사’ 4단계에서 ‘생’과 ‘로’가 변화하는 것이라면 ‘병’과 ‘사’는 죽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보아도 저렇게 보아도 72세인 나는 이제 죽어가는 것이라고 표현해서 결코 틀린 표현은 아니다.
  기왕에 죽어가는 것인데 중뿔나게 혼자만 튀지 말고 남들처럼 조용히 점잖게 죽어가고 싶다.
  85년을 건강하게 사시다 어느 날 밤 잠자다 돌아가신 작은 고모부처럼...
  나에게도 그런 복이나 있었으면...
(2019. 1. 1. 제10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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