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접근성을 말하다: 무엇이든 읽어주마, 광학판독 지금 어디쯤?
장용전
마라톤을 달리며 전리품처럼 모았던 것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메달과 기록증이었다. 메달이야 쇳덩어리니까 가지고만 있어도 만족감이 상당한데 이놈의 종잇조각은 모아놓기는 하는데 도대체 뭔지도 모르겠고 답답하기만 하고.
집안을 살펴보면 의외로 이런 종잇조각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그때쯤 알게 된 하드웨어가 ‘리드 이지 무브’라는 것이었다.
광학판독 문자인식이라는 것인데 쉽게 말해 종이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내가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그런 것이었다.
이전에는 컴퓨터에 프로그램 깔고 스캐너를 연결하고 무엇보다 각을 잡아서 잘 찍는 것까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돈과 시간을 논외로 하더라도 상당히 번거롭고 지루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분노 게이지를 머리 꼭대기까지 올려놓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그렇다.
그러나 리드 이지 무브는 이미 스캐너 장비가 연결되어 있고 문자인식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단순히 촬영버튼을 눌러 문서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심쿵’했겠나? 게다가 시각장애인들은 사진을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어느 각도와 거리에서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는지 알지 못해 애초에 광학판독 문자인식에 가장 중요한 촬영이 불가능했다.
가이드에 한 장 한 장 올려놓을 수도 있고 책 자체를 올려놓고 넘겨가며 한 장씩 찍어서 독서를 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서너 권쯤 읽었던 거 같다. 행복했다.
그런데 이 역시도 몇 번 해보고 알게 된 사실인데 연속 스캔이 불가능하니 엄청난 노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하고 좋은데 책 한 권은 무리였던 것. 뭐 가격도 사백만 원쯤 했으니 개인이 사서 쓸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단순히 파일에 꽂혀 있던 마라톤 기록증을 연도별로 정리했다. 지나고 보니 정말 쓸데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아이폰 앱 스캐너 앤드 번역을 발견하게 된다. 무려 3달러 99센트짜리 앱이다. 꽤 고사양의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문자인식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며 화소 높은 카메라를 달고 나온 쓸 만한 스캐너가 있어야 함은 물론 이를 연결하는 컴퓨터 제어 및 촬영까지 필요했는데 그랬는데? 잘 찍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으나 정말 나이스를 외칠 만큼 인식률이 높다.
단돈 오천 원으로 내가 가진 휴대폰으로 가능해졌다. 어떻게 흥분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리드 이지 무브는 망했다!
물론 이 역시 연속 스캔은 불가능하다. 위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한 권 단위로 작업할 것이라면 복지관에 맡겨서 한 번에 작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뭐 낱장 독서를 짬짬 시간에 하실 분은 괜찮지만 쭉 듣는 것을 좋아하실 분은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휴대폰으로 이게 가능해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지금까지는 거치형으로만 사용했던 것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기기에서 가능해지면서 벽에 붙어있는 안내장, 편의점 판매대에 놓인 과자봉지 등 사용을 넘어 활용의 제한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이스를 외치며 1년쯤 사용했을 때 등장하게 된다. 운명의 서드 아이(third eye)!
스캐너 앤드 번역은 처음 사용하기 위한 메뉴 버튼을 어느 정도 익혀야 했고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다 보니 설정도 복잡했다. 게다가 아이폰용 전용 앱이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분들에겐 추천이 불가능했다. 더 중요한 건 결제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한 비자카드를 등록해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넘사벽’이라고 한다.
서드 아이는 어떠냐구? 일단 무료다. 게다가 아이폰용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모두를 지원한다. 설치하고 실행시키면 메뉴 딱 두 개다. ‘recognize this’ 버튼과 ‘read this’ 버튼. 영어라 힘들다고 생각하실 분이 있겠으나 건드릴 거 없이 단순하게 딱 이거 두 개다. 정말이다.
recognize 알아보다, read 읽다 즉, 이걸 알아봐줘, 이걸 읽어줘 되겠다.
낱장의 종이 문서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read this를 누르면 카메라가 찰칵하며 사진을 찍는다. 5초 정도 기다리면 해당 내용을 읽어준다.
인식률도 좋아졌다. 설마 하고 어제 강제 종료한 노트북 화면을 찍어 보았는데 업데이트 중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는 화면이었다. 정말 놀랬다. 보통 화면을 인지할 수 없으니 이런 경우 엔터를 열댓 번쯤 내려치고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제 그런 삽질 안 하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종합비타민을 아내 것과 내 것을 샀는데 구별이 필요했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어서 비타민 상자를 찍었다. 임산부 종합비타민으로 성분을 읽어준다. 블라블라블라!
라면 종류가 대여섯 가지쯤 있는데 오늘은 왠지 비빔면이 먹고 싶었다. 어디 문자가 있는지 모르니 한번에는 되지 않았고 두세 번쯤 찍으니 반딱반딱한 라면봉지의 글자도 읽어주신다.
물론 실패도 했다. 요즘 잘 안 쓰이는 블루투스 핀 코드를 입력해야 했는데 277300으로 읽어줘서 아무리 입력해도 안 되더라. 지인과 화상통화를 연결해서 해당 내용을 물어보니 277306이라고? 한 자리 틀린 것이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지만 노력하면 가능한 일인데 또 누군가에게는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넘사벽 영역,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서드아이를 보면서 접근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가능했다. 배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게 설령 배우더라도 한 번이면 충분하게 광학판독 문자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물론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지나온 16년을 생각하면 충분한 위로가 된다.
2002년 처음 스캐너와 아르미를 끌어안고 씨름했던 그러다가도 열 받아서 컴퓨터 본체에 당수를 꽂고 걷어차며 분개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동감할 것이다.
단연 현재까지의 광학판독 문자인식 스캔 앱 중 최강자라 볼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
10년 전쯤이었나? 아는 형에게 물은 적이 있다. 형은 왜 컴퓨터 안 배워 하자 그 형이 그랬다. 음 10년 후면 말로 하는 거 나올 거야. 난 그때 배우려고.
세월은 흘렀으나 아직 말로 하는 컴퓨터는 나오지 않았고 설령 말로 하는 컴퓨터가 나왔다고 해도 사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결과적으로 그 오랜 세월 동안 아직껏 그 형은 컴퓨터의 컴자도 모른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역시 노력은 해보나 전혀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2주쯤 고민하더니 피처폰으로 돌아갔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모르겠으나 하나만은 분명하다.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 되어도 만족할 수 없다. 사람은 늘 불평하고 만족하지 못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이 회고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할 수 있는 일,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받아들임에 게으르지 않으련다. 그리고 16년 전의 그때를 생각하며 다시 펼쳐질 16년 후를 다시 꿈꿔 본다.
집안을 살펴보면 의외로 이런 종잇조각들이 상당히 많이 있는데 그때쯤 알게 된 하드웨어가 ‘리드 이지 무브’라는 것이었다.
광학판독 문자인식이라는 것인데 쉽게 말해 종이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프로그램으로 돌리면 내가 읽을 수 있는 텍스트로 변환해 주는 그런 것이었다.
이전에는 컴퓨터에 프로그램 깔고 스캐너를 연결하고 무엇보다 각을 잡아서 잘 찍는 것까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돈과 시간을 논외로 하더라도 상당히 번거롭고 지루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분노 게이지를 머리 꼭대기까지 올려놓기도 했을 것이다. 물론 내가 그렇다.
그러나 리드 이지 무브는 이미 스캐너 장비가 연결되어 있고 문자인식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단순히 촬영버튼을 눌러 문서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심쿵’했겠나? 게다가 시각장애인들은 사진을 한 번도 찍어보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이라 어느 각도와 거리에서 찍어야 제대로 된 사진이 나오는지 알지 못해 애초에 광학판독 문자인식에 가장 중요한 촬영이 불가능했다.
가이드에 한 장 한 장 올려놓을 수도 있고 책 자체를 올려놓고 넘겨가며 한 장씩 찍어서 독서를 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서너 권쯤 읽었던 거 같다. 행복했다.
그런데 이 역시도 몇 번 해보고 알게 된 사실인데 연속 스캔이 불가능하니 엄청난 노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편하고 좋은데 책 한 권은 무리였던 것. 뭐 가격도 사백만 원쯤 했으니 개인이 사서 쓸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여하튼 단순히 파일에 꽂혀 있던 마라톤 기록증을 연도별로 정리했다. 지나고 보니 정말 쓸데없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아이폰 앱 스캐너 앤드 번역을 발견하게 된다. 무려 3달러 99센트짜리 앱이다. 꽤 고사양의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문자인식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하며 화소 높은 카메라를 달고 나온 쓸 만한 스캐너가 있어야 함은 물론 이를 연결하는 컴퓨터 제어 및 촬영까지 필요했는데 그랬는데? 잘 찍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으나 정말 나이스를 외칠 만큼 인식률이 높다.
단돈 오천 원으로 내가 가진 휴대폰으로 가능해졌다. 어떻게 흥분하지 않겠나?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리드 이지 무브는 망했다!
물론 이 역시 연속 스캔은 불가능하다. 위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한 권 단위로 작업할 것이라면 복지관에 맡겨서 한 번에 작업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뭐 낱장 독서를 짬짬 시간에 하실 분은 괜찮지만 쭉 듣는 것을 좋아하실 분은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휴대폰으로 이게 가능해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지금까지는 거치형으로만 사용했던 것이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기기에서 가능해지면서 벽에 붙어있는 안내장, 편의점 판매대에 놓인 과자봉지 등 사용을 넘어 활용의 제한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렇게 나이스를 외치며 1년쯤 사용했을 때 등장하게 된다. 운명의 서드 아이(third eye)!
스캐너 앤드 번역은 처음 사용하기 위한 메뉴 버튼을 어느 정도 익혀야 했고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다 보니 설정도 복잡했다. 게다가 아이폰용 전용 앱이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분들에겐 추천이 불가능했다. 더 중요한 건 결제가 필요하다.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한 비자카드를 등록해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걸 ‘넘사벽’이라고 한다.
서드 아이는 어떠냐구? 일단 무료다. 게다가 아이폰용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모두를 지원한다. 설치하고 실행시키면 메뉴 딱 두 개다. ‘recognize this’ 버튼과 ‘read this’ 버튼. 영어라 힘들다고 생각하실 분이 있겠으나 건드릴 거 없이 단순하게 딱 이거 두 개다. 정말이다.
recognize 알아보다, read 읽다 즉, 이걸 알아봐줘, 이걸 읽어줘 되겠다.
낱장의 종이 문서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read this를 누르면 카메라가 찰칵하며 사진을 찍는다. 5초 정도 기다리면 해당 내용을 읽어준다.
인식률도 좋아졌다. 설마 하고 어제 강제 종료한 노트북 화면을 찍어 보았는데 업데이트 중이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는 화면이었다. 정말 놀랬다. 보통 화면을 인지할 수 없으니 이런 경우 엔터를 열댓 번쯤 내려치고 껐다 켰다를 반복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제 그런 삽질 안 하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종합비타민을 아내 것과 내 것을 샀는데 구별이 필요했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어서 비타민 상자를 찍었다. 임산부 종합비타민으로 성분을 읽어준다. 블라블라블라!
라면 종류가 대여섯 가지쯤 있는데 오늘은 왠지 비빔면이 먹고 싶었다. 어디 문자가 있는지 모르니 한번에는 되지 않았고 두세 번쯤 찍으니 반딱반딱한 라면봉지의 글자도 읽어주신다.
물론 실패도 했다. 요즘 잘 안 쓰이는 블루투스 핀 코드를 입력해야 했는데 277300으로 읽어줘서 아무리 입력해도 안 되더라. 지인과 화상통화를 연결해서 해당 내용을 물어보니 277306이라고? 한 자리 틀린 것이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지만 노력하면 가능한 일인데 또 누군가에게는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넘사벽 영역,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서드아이를 보면서 접근성에 대한 새로운 고찰이 가능했다. 배우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게 설령 배우더라도 한 번이면 충분하게 광학판독 문자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놀라운 발전을 이루었다. 물론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남아 있지만 지나온 16년을 생각하면 충분한 위로가 된다.
2002년 처음 스캐너와 아르미를 끌어안고 씨름했던 그러다가도 열 받아서 컴퓨터 본체에 당수를 꽂고 걷어차며 분개했던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동감할 것이다.
단연 현재까지의 광학판독 문자인식 스캔 앱 중 최강자라 볼 수 있으니 한번 시도해 보면 좋겠다.
10년 전쯤이었나? 아는 형에게 물은 적이 있다. 형은 왜 컴퓨터 안 배워 하자 그 형이 그랬다. 음 10년 후면 말로 하는 거 나올 거야. 난 그때 배우려고.
세월은 흘렀으나 아직 말로 하는 컴퓨터는 나오지 않았고 설령 말로 하는 컴퓨터가 나왔다고 해도 사용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결과적으로 그 오랜 세월 동안 아직껏 그 형은 컴퓨터의 컴자도 모른다. 그것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역시 노력은 해보나 전혀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2주쯤 고민하더니 피처폰으로 돌아갔다.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은 모르겠으나 하나만은 분명하다.
변화에 동참하지 않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가 현실이 되어도 만족할 수 없다. 사람은 늘 불평하고 만족하지 못하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이 회고할 줄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할 수 있는 일, 변화에 적극 동참하고 받아들임에 게으르지 않으련다. 그리고 16년 전의 그때를 생각하며 다시 펼쳐질 16년 후를 다시 꿈꿔 본다.
(2018. 9. 15. 제1009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