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워리의 슬픈 유머
이진규(임대업)
해는 벌써 중천인데 아무도 밥 줄 기미가 없다. 주인들은 저희끼리만 뚝딱 하고 몽땅 들로 나간 모양이다. 무릇 산다는 게 뭔가? 다 먹고 짖고 살자는 게 아닌가. 주인한테 제대로 밥상 받아본 지가 까마득하다. 대체 내가 이집 식구야, 객이야? 정말 헷갈린다. 먹는 거 가지고 너무 치사하게 군다.
물론 주인집 처지가 찢어지게 가난한 빈농인 것도 나는 안다. 혹시 ‘도선생’이 들더라도 손댈 거라곤 싸리비 한 자루가 다인 것도 사실이다. 고러이 째지게 가난한 형편에 나 같은 경비견은 왜 채용했는지 아무래도 미심쩍다.
결국 저네만의 꿍꿍이가 따로 있다는 건데, 그 속내를 짐작해 보면 대략 알만하다. 어디든 나가서 나대로 도적질이든, 강도질이든, 동냥질이든 닥치는 대로 해 먹고 버티다가, 몸에 근수 대충 오르면 보신탕집에 넘기거나, 아니면 직접 된장 바를 속셈이겠지. 그래서 한여름 삼복중에는 무조건 납작 엎드려 죽은 듯 지낸다. 혹 이웃 중에 어느 놈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걸 보더라도 절대로 아는 체하지 말아야 한다는 수칙을 고수하고 산다. 턱없이 멍멍대다가는 덩달아 한 솥에 들어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급한 식변 신분이라고 머리까지 곰인 줄 알면 오산이다. 저네들이 개밥 취급인데 나라고 개걸레처럼 당하고 살 수는 없잖은가? 두고 보라지, 엊그제 쥐 먹이려고 사놓은 쥐약 그거 내가 물어다 쇠죽가마에 슬쩍 넣을 터인즉 누가 먼저 결딴나는지 보자구.
가뭄에 콩 나듯 주는 메뉴만 해도 그렇지 된장국물에 보리꽁댕이 한 덩어리 띄워 놓고 먹든지 말든지 뱃속 형편대로 개개라는 식인데, 이건 거지도 상거지 취급이 아닌가. 그럼에도 허겁지겁 대들어 바닥까지 박박 핥고 있는 내 몰골이 참으로 서글프다.
그나저나 내가 지금 이거이거 개꼴에 개타령하고 있잖여? 그렇지 흥분하다 죽은 개는 고기도 갯값이라는데…
거지도 배고픈 놈이 먼저 깡통 든다던가? 뱃속 밥통이 진작에 바닥났다고 아우성이니, 나는 우선 조반 구걸이 급선무였다. 깡통만 안 들었지 유기견 꼬락서니가 따로 없다. 남의 문전을 기웃거리는 것도 이젠 이골이 나서 창피한 것도 거의 모르겠다. 우리 집 앞 골목은 내가 오줌 갈겨 표시해 놓은 내 관할 영역이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나눔의 도량만은 살아있는 듯, 마침 개살굿댁 개똥이가 쪼르르 달려나와 그대로 쪼그리고 앉는다. 또 그 예의 따끈한 황금알 메뉴를 적선할 모양이다. 개똥이는 내가 확보한 거래처 가운데 최고의 우량 스폰서이자 눈물겹도록 고마운 은인이시다.
아무튼 늦은 조반을 거하게 들고나니 식곤증 탓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오뉴월 그늘에 늘어진 내 팔자를 즐길 베드타임인 것 같다. 서낭당 그늘에서 한잠 때리는데, 꿈자리가 영판 뒤숭숭하다. 낮 꿈은 개꿈이라지만, 개가 개꿈을 꾸었으니 어찌 되는 해몽인지 내 꼴통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아무래도 아이큐가 30이나 되는 내 사랑 멍순이의 두뇌를 활용해야 할 듯싶다.
어정어정 처가댁 멍순네 마당에 들어서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또 나를 슬프게 한다. 내 각시 멍순이가 어떤 수캐들한테 둘러싸여 가진 아양을 떨며 뭔가를 맛있게 처먹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느 고매하신 견공께서 한 마디 짖으셨다지. ‘사랑은 꿀 같은 개떡이다’라고. 어쨌거나 개끼리 만나면 인사가 싸움이라지만, 나는 그 수캐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실상 그들은 혈통과 지체에서 나와는 눈길조차 섞을 수 없는 귀족견들이었다. 그들의 오줌 냄새만 맡아도 사지가 떨리는 게 사실이다. 가난한 여염집 경비견 신분에 불과한 내가 감히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그들과 한자리에 어울린다는 것부터 불손이자 무례일 것이었다. 그러나 기왕지사 벌어진 사태인 걸 어쩌랴. 나는 겨우 입을 열어 뜬금없이
“머 멍순아, 어제 꿔준 그 황금알 안 갚아도 돼.”
라면서 버벅거리자 멍순이가 곰살맞게 야실거렸다.
“누렁아, 너 물귀신 샤워하는 소리 그만하고 이 고등어통조림 맛 좀 봐. 맛 진짜 죽인다니깐. 이 오빠들이 드시다가 배가 부르신지 내가 예뻐서인지 한 깡통 먹어 보라잖아. 너도 맛이나 좀 봐라 이 불쌍한 낭군아.”
나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황홀한 그 냄새에 살짝 현기증마저 느꼈다.
아아, 하늘 아래 어찌 이런 미향이 존재한단 말인가! 원 세상에 누가 내지른 배설물이기에 이런 고품질의 요리도 내놓는다냐! 나는 덥석 대들어 한입에 처넣고 잠시나마 행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잔뜩 주눅이 들어서 군침만 꿀꺽꿀꺽 삼키고 있는 집개 한 마리가 엉거주춤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 북한산 풍산이가 흘깃 째려보며 불쑥 이러는 거였다.
“니래, 똥개 맞디?”
그 순간 나는 좀 창피하고 겁도 났지만, 겨우 용기를 내어 제법 점잖게 한 수 읊었다.
“너희가 그 깊고 오묘한 똥의 향기를 아느냐?”
물론 주인집 처지가 찢어지게 가난한 빈농인 것도 나는 안다. 혹시 ‘도선생’이 들더라도 손댈 거라곤 싸리비 한 자루가 다인 것도 사실이다. 고러이 째지게 가난한 형편에 나 같은 경비견은 왜 채용했는지 아무래도 미심쩍다.
결국 저네만의 꿍꿍이가 따로 있다는 건데, 그 속내를 짐작해 보면 대략 알만하다. 어디든 나가서 나대로 도적질이든, 강도질이든, 동냥질이든 닥치는 대로 해 먹고 버티다가, 몸에 근수 대충 오르면 보신탕집에 넘기거나, 아니면 직접 된장 바를 속셈이겠지. 그래서 한여름 삼복중에는 무조건 납작 엎드려 죽은 듯 지낸다. 혹 이웃 중에 어느 놈이 형장으로 끌려가는 걸 보더라도 절대로 아는 체하지 말아야 한다는 수칙을 고수하고 산다. 턱없이 멍멍대다가는 덩달아 한 솥에 들어가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급한 식변 신분이라고 머리까지 곰인 줄 알면 오산이다. 저네들이 개밥 취급인데 나라고 개걸레처럼 당하고 살 수는 없잖은가? 두고 보라지, 엊그제 쥐 먹이려고 사놓은 쥐약 그거 내가 물어다 쇠죽가마에 슬쩍 넣을 터인즉 누가 먼저 결딴나는지 보자구.
가뭄에 콩 나듯 주는 메뉴만 해도 그렇지 된장국물에 보리꽁댕이 한 덩어리 띄워 놓고 먹든지 말든지 뱃속 형편대로 개개라는 식인데, 이건 거지도 상거지 취급이 아닌가. 그럼에도 허겁지겁 대들어 바닥까지 박박 핥고 있는 내 몰골이 참으로 서글프다.
그나저나 내가 지금 이거이거 개꼴에 개타령하고 있잖여? 그렇지 흥분하다 죽은 개는 고기도 갯값이라는데…
거지도 배고픈 놈이 먼저 깡통 든다던가? 뱃속 밥통이 진작에 바닥났다고 아우성이니, 나는 우선 조반 구걸이 급선무였다. 깡통만 안 들었지 유기견 꼬락서니가 따로 없다. 남의 문전을 기웃거리는 것도 이젠 이골이 나서 창피한 것도 거의 모르겠다. 우리 집 앞 골목은 내가 오줌 갈겨 표시해 놓은 내 관할 영역이다. 그래도 세상은 아직 나눔의 도량만은 살아있는 듯, 마침 개살굿댁 개똥이가 쪼르르 달려나와 그대로 쪼그리고 앉는다. 또 그 예의 따끈한 황금알 메뉴를 적선할 모양이다. 개똥이는 내가 확보한 거래처 가운데 최고의 우량 스폰서이자 눈물겹도록 고마운 은인이시다.
아무튼 늦은 조반을 거하게 들고나니 식곤증 탓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아무래도 오뉴월 그늘에 늘어진 내 팔자를 즐길 베드타임인 것 같다. 서낭당 그늘에서 한잠 때리는데, 꿈자리가 영판 뒤숭숭하다. 낮 꿈은 개꿈이라지만, 개가 개꿈을 꾸었으니 어찌 되는 해몽인지 내 꼴통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아무래도 아이큐가 30이나 되는 내 사랑 멍순이의 두뇌를 활용해야 할 듯싶다.
어정어정 처가댁 멍순네 마당에 들어서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은 또 나를 슬프게 한다. 내 각시 멍순이가 어떤 수캐들한테 둘러싸여 가진 아양을 떨며 뭔가를 맛있게 처먹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어느 고매하신 견공께서 한 마디 짖으셨다지. ‘사랑은 꿀 같은 개떡이다’라고. 어쨌거나 개끼리 만나면 인사가 싸움이라지만, 나는 그 수캐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실상 그들은 혈통과 지체에서 나와는 눈길조차 섞을 수 없는 귀족견들이었다. 그들의 오줌 냄새만 맡아도 사지가 떨리는 게 사실이다. 가난한 여염집 경비견 신분에 불과한 내가 감히 천연기념물로 등록된 그들과 한자리에 어울린다는 것부터 불손이자 무례일 것이었다. 그러나 기왕지사 벌어진 사태인 걸 어쩌랴. 나는 겨우 입을 열어 뜬금없이
“머 멍순아, 어제 꿔준 그 황금알 안 갚아도 돼.”
라면서 버벅거리자 멍순이가 곰살맞게 야실거렸다.
“누렁아, 너 물귀신 샤워하는 소리 그만하고 이 고등어통조림 맛 좀 봐. 맛 진짜 죽인다니깐. 이 오빠들이 드시다가 배가 부르신지 내가 예뻐서인지 한 깡통 먹어 보라잖아. 너도 맛이나 좀 봐라 이 불쌍한 낭군아.”
나는 생전 처음 맡아보는 황홀한 그 냄새에 살짝 현기증마저 느꼈다.
아아, 하늘 아래 어찌 이런 미향이 존재한단 말인가! 원 세상에 누가 내지른 배설물이기에 이런 고품질의 요리도 내놓는다냐! 나는 덥석 대들어 한입에 처넣고 잠시나마 행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잔뜩 주눅이 들어서 군침만 꿀꺽꿀꺽 삼키고 있는 집개 한 마리가 엉거주춤 서 있을 뿐이었다. 그때 북한산 풍산이가 흘깃 째려보며 불쑥 이러는 거였다.
“니래, 똥개 맞디?”
그 순간 나는 좀 창피하고 겁도 났지만, 겨우 용기를 내어 제법 점잖게 한 수 읊었다.
“너희가 그 깊고 오묘한 똥의 향기를 아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