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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게장을 먹으며(허상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01 오전 9:41:54

조회수 2608

게시물 내용
제목 게장을 먹으며(허상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01 오전 9:41:54 (조회 : 2608)
게장을 먹으며

허상욱(시인)
  뾰족한 다리와 이상하게 버무려진 양념 때문에 사정을 했어요
  물론 내 식성은 빈곤하지 않았는데
  깊이 버무렸던 이념의 말이 밥상머리에서 맴돌고 있어서라고 하시면
  더 할 말은 없지요
  다리 하나를 깨물자 두 가지 이상의 양념은
  와작! 비명을 지르며 입속을 울리고 내 장 속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지요
  창밖 구름은 한가로웠는데 게들의 한때가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 이런 것 때문이 아니고
  연한 게살과 날카로운 집게의 끝으로 버무려진
  기쁨 환희 절정의 순간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찔러 찔린 볼따귀는 마창난 듯 너덜너덜 헤어졌지만
  울긋불긋한 게의 골격이 온통 빨간 양념으로 덮여
  아, 정말 꽃게보다 더 고와진 거예요
  이념이 양립하는 개념이라 하셔도 저는 상관없어요
  게 속살맛인지 양념맛인지 아니면 입속에 피맛인지
  쪽쪽! 빨아봐도
  그 맛이 뭔지 명확히 알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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