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알림공간

제목 만두와 함께(전진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14 오전 9:26:37

조회수 2438

게시물 내용
제목 만두와 함께(전진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14 오전 9:26:37 (조회 : 2438)
만두와 함께
전진희(교사)
  주말 아침, 머리카락을 자르기 위해 이발소에 들렀다. 몇 명의 손님이 차례를 기다리며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나도 그 틈에 자리하고 앉았다. 켜져 있는 TV 소리를 무심하게 흘려들으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분 앉으세요!”
  한 손님의 이발을 끝낸 이발사가 다음 손님을 불렀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일어나 무언가를 내려놓으며 일어섰다. 이윽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어서 차례가 왔으면 했다. 문득 내 손등에 보드랍고 따뜻한 느낌의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들더니 이리저리 움직이는 느낌이 들어 화들짝 놀라 만져 보았다.
  조그만 강아지였다. 조금 전 차례가 된 손님이 이발하러 가면서 두고 간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강아지의 주인은,
  “만두야! 거기 얌전히 있어.”
  하고 이쪽을 보며 말했다.
  어느새 강아지는 내 손길에 안심하였는지 코를 킁킁대며 내 무릎 위로 올라와 꼬리를 흔들며 배를 보이고 뒤집어 누웠다. 주인은 날 보며,
  “어이쿠! 미안합니다. 그냥 땅에 두시면 가만히 있을 거예요”
  라고 말했다. 조그마한 것이 꼬물꼬물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녀석과 놀고 싶었다.
  “괜찮으면 제가 좀 같이 놀려고요”
  주인아저씨는 웃으며 돌보아준다는 내 의사 표시에 고마워했다. 아저씨가 ‘만두’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그것이 이 녀석의 이름인 것 같았다.
  갓 목욕을 시켰는지 향기로운 샴푸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 왔다. 동글동글 자그마한 녀석은 유난히도 사람을 좋아하는지 쉴 새 없이 내 무릎 위에서 또르르 구르고 핥으며 꼬리를 흔든다.
  “걔 이름이 만두예요. 집에 만두 베개가 있는데 그것만 보면 환장을 하고 좋아하거든요. 굉장히 활달한 녀석이랍니다. 우리 아내가 우울증이 있어요. 제가 일하러 나가면 혼자 있어야 하니까 걱정이 돼서 만두를 데려왔어요. 다행히 만두를 많이 좋아해요.”
  아저씨의 말을 들으며 가만히 만두를 쓰다듬었다. 헝겊과 같은 느낌의 털로 덮인 배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살짝 간지럽히자 까르르거리며 네 발을 버둥거린다. 턱수염을 조심스레 쓸자 촉촉한 코가 손에 닿는다. 따듯한 콧바람에서 만두의 생기가 한껏 전해져왔다.
  “끄으응 끄으응”
  만두의 소리에 아저씨가 말한다.
  “한번 안아보세요. 기분이 좋은가 봐요”
  천천히 만두를 들어 품에 안았다. 녀석의 따듯한 체온이 전해져왔다. 매우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목덜미에 닿는 만두의 보드라운 털, 새근새근 숨소리, 살아 숨 쉬는 생명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만두도 형아가 좋은가보구나!”
  주인아저씨와 손님들이 함께 웃었다.
  사랑을 많이 받은 강아지여서인지 만두는 처음부터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가 없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마음껏 표현하고 이 순간 함께 숨 쉬고 있다.
  우리네 관계도 이렇게 수월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출퇴근길, 직장 거래처, 동호회 등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늘 조심스럽다.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온전히 마음을 내보이지 못하고 때로는 오해로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급박한 상황에서의 도움도 쉽게 청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을 맞기도 하니 말이다.
  이윽고 이발이 끝난 주인아저씨가 자리로 돌아와 소지품과 만두를 챙기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아내가 하도 곤히 자고 있기에 만두가 심심할까 봐 같이 데려왔었는데 뜻하지 않게 너무 좋은 분을 만나서 잘 있다 갑니다. 저도 덕분에 편하게 이발 잘 했습니다. 허허”
  나가기 전 아저씨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만두의 앞발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흥겹게 흔들며 나도 웃었다.

서울특별시 강동구 구천면로 645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전화: (02)440-5200 FAX: (02)440-5219

Copyright 2012 All rights reserved to hsb.or.kr

한시복 이용안내

09:00~18:00(토·일 공휴일 제외)

02-440-5200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유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