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도가니를
남몽해
먼동이 튼다. 이슬에 흠뻑 젖은 풀냄새, 흙냄새가 싱그럽게 배어 나온다. 막 터뜨린 꽃망울에는 발그란 햇살이 수줍은 듯 앉는다. 살며시 다가서니 살랑대는 바람이 두 뺨을 부비고 그윽한 향내에 온몸을 파르르 떤다.
오랜만에 벗들이 온단다. 장미들을 자랑해야지. 새아씨처럼 맵시 난 하얀 장미 좀 봐! 새침데기 노랑도. 화사하기도 하지? 연보랏빛 장미가 탐스럽고 향도 그만 아니야? 어떤 색보다도 연보라색은 눈에 잘 띄어 나의 신호등이다.
나는 쾌청한 날도 흐리게 느껴져 실수를 할 때가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강렬한 빛이 내 눈을 찌르는 듯 희뿌옇게 보여 그저 흐린 날이 내게는 약간 낫게 보이는 편이다. 오늘따라 웬일일까? 모든 것이 뿌옇고 너무나 낯설게만 느껴지니 눈을 비벼보고 크게도 떠본다. 조심조심 걷지만 가지에도 가시에도 많이 찔린다. 게다가 겁 없이 다가서니 벌들이 놀라 윙윙거린다. 그러나 한 번도 쏘질 않으니 나를 좋은 친구라고 여기나 보다. 꽃들도 제발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었으면, 밝은색인 하양과 노랑 보랏빛은 어렴풋이 분간을 하나 짙은 빨강색과 검은색은 거의 회색으로 보이며 산뜻한 초록 잎마저도 흐릿하게 보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하얀 게 꽃인 줄 알고 다가섰더니 움직이는 것 아니야! 너무나 놀랍고 신기하여 쫓아가는데 계속 나는 것 아니겠어. 나풀거리는 날갯짓은 또렷이 볼 순 없지만 틀림없는 하얀 나비야!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나비를 본 거야. 아! 이 기쁨 얼마 만인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가슴이 쿵덕거린다. 아! 금빛 햇살아 너무 감사해!
오늘 날씨가 어째 꾸물꾸물 하구나. 우리 사랑 보라 장미가 고개 숙이고 잎사귀마다 말라 있으니 갑자기 웬일일까? 향내에 푹 젖어 코 대고 있노라면 젖을 빠는 아기가 되기 일쑤인데, 싸하게 속살로 파고들 땐 희열에 부들 떨었고, 뽀얀 햇살에 미소 지며 반겨줄 땐 가슴 짠했어. 이상하구나. 눈앞이 더욱 흐릿해지며 침이 바싹바싹 마른다.
야! 파닥파닥 깨어나 툭툭 털고 일어나 주면 안 되겠니? 너! 알잖아. 엊그제인가 몽우리가 유난히 많이 올라와 너만 특별히 퇴비를 주었잖아. 아뿔싸 알고 보니 요소라는 구나! 내 눈이 흰색과 검은색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나 글쎄…. 또 내 눈을 원망하여야 될까? 아니야 내 눈은 훌륭해 나비도 보았는걸!
향긋한 향내 사라지고 쪼그리고 앉아 마른 꽃잎 하나둘 펴 본다. 긴 기다림 뚫고 따사했던 봄날 태양 오르듯 꽃 몽우리 한껏 터뜨리더니 네 모든 슬픔과 기쁨들도 이제 끝자락에 이르렀는가. 코끝에 향내 스칠 땐 하늘 나르고 돋친 가시 하나하나 나의 힘인걸. 저 높은 하늘 고독의 평원에서 잠시 쉬었다 올 순 없겠니?
사랑하는 장미야! 훗날 너와 나 만날 것을 난 확신해.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물거리는 눈으로 내게 물을 주었고 네가 활짝 피기까지는 나도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지 알아? 네 생애의 최고의 순간들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단다. 우아한 네 모습은 끌어안고 또 끌어안고 싶었으며 짙은 향기 뿜을 땐, 아! 난 하얀 나비 되어 날아다녔어. 나! 이제 깔깔 웃으며 저 하늘 높이 날아 보랏빛 네 향에 안겨 슬픔의 도가니를 쏟으리라.
오랜만에 벗들이 온단다. 장미들을 자랑해야지. 새아씨처럼 맵시 난 하얀 장미 좀 봐! 새침데기 노랑도. 화사하기도 하지? 연보랏빛 장미가 탐스럽고 향도 그만 아니야? 어떤 색보다도 연보라색은 눈에 잘 띄어 나의 신호등이다.
나는 쾌청한 날도 흐리게 느껴져 실수를 할 때가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강렬한 빛이 내 눈을 찌르는 듯 희뿌옇게 보여 그저 흐린 날이 내게는 약간 낫게 보이는 편이다. 오늘따라 웬일일까? 모든 것이 뿌옇고 너무나 낯설게만 느껴지니 눈을 비벼보고 크게도 떠본다. 조심조심 걷지만 가지에도 가시에도 많이 찔린다. 게다가 겁 없이 다가서니 벌들이 놀라 윙윙거린다. 그러나 한 번도 쏘질 않으니 나를 좋은 친구라고 여기나 보다. 꽃들도 제발 나를 친구처럼 대해 주었으면, 밝은색인 하양과 노랑 보랏빛은 어렴풋이 분간을 하나 짙은 빨강색과 검은색은 거의 회색으로 보이며 산뜻한 초록 잎마저도 흐릿하게 보이니 앞으로 얼마나 더 볼 수 있을까?
하얀 게 꽃인 줄 알고 다가섰더니 움직이는 것 아니야! 너무나 놀랍고 신기하여 쫓아가는데 계속 나는 것 아니겠어. 나풀거리는 날갯짓은 또렷이 볼 순 없지만 틀림없는 하얀 나비야!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나비를 본 거야. 아! 이 기쁨 얼마 만인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다. 가슴이 쿵덕거린다. 아! 금빛 햇살아 너무 감사해!
오늘 날씨가 어째 꾸물꾸물 하구나. 우리 사랑 보라 장미가 고개 숙이고 잎사귀마다 말라 있으니 갑자기 웬일일까? 향내에 푹 젖어 코 대고 있노라면 젖을 빠는 아기가 되기 일쑤인데, 싸하게 속살로 파고들 땐 희열에 부들 떨었고, 뽀얀 햇살에 미소 지며 반겨줄 땐 가슴 짠했어. 이상하구나. 눈앞이 더욱 흐릿해지며 침이 바싹바싹 마른다.
야! 파닥파닥 깨어나 툭툭 털고 일어나 주면 안 되겠니? 너! 알잖아. 엊그제인가 몽우리가 유난히 많이 올라와 너만 특별히 퇴비를 주었잖아. 아뿔싸 알고 보니 요소라는 구나! 내 눈이 흰색과 검은색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나 글쎄…. 또 내 눈을 원망하여야 될까? 아니야 내 눈은 훌륭해 나비도 보았는걸!
향긋한 향내 사라지고 쪼그리고 앉아 마른 꽃잎 하나둘 펴 본다. 긴 기다림 뚫고 따사했던 봄날 태양 오르듯 꽃 몽우리 한껏 터뜨리더니 네 모든 슬픔과 기쁨들도 이제 끝자락에 이르렀는가. 코끝에 향내 스칠 땐 하늘 나르고 돋친 가시 하나하나 나의 힘인걸. 저 높은 하늘 고독의 평원에서 잠시 쉬었다 올 순 없겠니?
사랑하는 장미야! 훗날 너와 나 만날 것을 난 확신해. 너무나 사랑했기에 가물거리는 눈으로 내게 물을 주었고 네가 활짝 피기까지는 나도 얼마나 가슴 졸이며 기다렸는지 알아? 네 생애의 최고의 순간들을 나는 똑똑히 기억한단다. 우아한 네 모습은 끌어안고 또 끌어안고 싶었으며 짙은 향기 뿜을 땐, 아! 난 하얀 나비 되어 날아다녔어. 나! 이제 깔깔 웃으며 저 하늘 높이 날아 보랏빛 네 향에 안겨 슬픔의 도가니를 쏟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