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장원 미스 리의 아침
허상욱(시인)
그의 가위가 검은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자를 때
어둠은 째깍째깍 잘라져
아침도 하얗게 드러나는 것인가
그 잘라진 길이만큼
흰 목덜미 더 희게 드러나는 것인가
어긋난 과거의 흔적이
발치에 우수수 떨어질 때
비로소 뽀얀 미소는 완성되는 것
그의 손가락이 꾸덕꾸덕 야문 이유를 물어보니
아직도 가위로 쳐 낼 칼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수줍게 말한다
거뭇거뭇 물들어버린 세월이 있기에
뭉텅뭉텅 잘라낼 손맛이
제법 쏠쏠하다고
그렇다
일곱시 반에서 아홉시 쪽으로 화살표가 싹둑! 겹쳐지는 순간
어긋났던 경계는 다시 포개지는 것
그런데도 세상에서 제일 긴 것은
가위질된 것과
가위질되어 가는 것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