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달에 생각해 보는 ‘언행일치’
임경억(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장)
얼마 전 안내견과 함께 아침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있었던 일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신호 대기 중에 불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이라 인적도 드문 데다 차량 통행도 많지 않았다. 그때 건너편에서 어느 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안내견이 두 눈 뜨고 저렇게 보고 있는데 빨간불에 길을 건너면 어떡합니까?”라며 누군가에게 외치고 있었다. 아마도 어르신 두 분이 신호를 기다리다 차도 없고 해서 그중 한 사람이 신호를 무시하고 건넜던 모양인 것 같았다. 그런데 상황은 그게 모두가 아니었다. 신호를 어기고 건넌 사람을 나무랐던 다른 한 어르신 역시, 아직 파란불로 바뀌지도 않았는데 버젓이 길을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말로만 친구를 나무랐을 뿐, 자신도 신호를 무시한 채 건널목을 건넜던 것이었다.
이 상황은 나로 하여금 씁쓸한 미소를 짓게 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말로는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남들에게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법을 탓하며 어기고 있는 사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같은 맥락에서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물 맑고 경치 좋은 어느 산골에 피부에 특효가 있다는 온천수가 개발돼 근사한 온천시설이 들어섰다 한다. 공사가 완료되자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광고를 실었다. 피부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던 사람들이 이 광고를 보고 기뻐서 이 온천장으로 모여들었다. 한데 힘들게 그 산골까지 찾아갔는데, 어이없게도 그 온천장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다.
“피부병 환자는 사절합니다!”
장애인의 달인 4월이 되면 누구나 ‘장애인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고 외친다. 마땅한 주장이다. 길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라도 다가가 방송국 마이크를 갖다 대면 이구동성으로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들을 해 왔던가. 답답한 현실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님비 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 ‘Not in my back yard.’, 앞마당은 물론이고 우리 집 뒷마당도 안 된다’는 가슴 아픈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잘 지적해 주고 있는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어디쯤 와 있는지 한번 짚어볼 일이다.
“아니, 안내견이 두 눈 뜨고 저렇게 보고 있는데 빨간불에 길을 건너면 어떡합니까?”라며 누군가에게 외치고 있었다. 아마도 어르신 두 분이 신호를 기다리다 차도 없고 해서 그중 한 사람이 신호를 무시하고 건넜던 모양인 것 같았다. 그런데 상황은 그게 모두가 아니었다. 신호를 어기고 건넌 사람을 나무랐던 다른 한 어르신 역시, 아직 파란불로 바뀌지도 않았는데 버젓이 길을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말로만 친구를 나무랐을 뿐, 자신도 신호를 무시한 채 건널목을 건넜던 것이었다.
이 상황은 나로 하여금 씁쓸한 미소를 짓게 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말로는 ‘정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남들에게는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목청껏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법을 탓하며 어기고 있는 사례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같은 맥락에서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물 맑고 경치 좋은 어느 산골에 피부에 특효가 있다는 온천수가 개발돼 근사한 온천시설이 들어섰다 한다. 공사가 완료되자 사람들을 끌어 모으려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광고를 실었다. 피부병으로 고생을 많이 하던 사람들이 이 광고를 보고 기뻐서 이 온천장으로 모여들었다. 한데 힘들게 그 산골까지 찾아갔는데, 어이없게도 그 온천장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다.
“피부병 환자는 사절합니다!”
장애인의 달인 4월이 되면 누구나 ‘장애인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고 외친다. 마땅한 주장이다. 길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라도 다가가 방송국 마이크를 갖다 대면 이구동성으로 “장애인을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장애인 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들을 해 왔던가. 답답한 현실이지만, 우리는 이미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님비 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 ‘Not in my back yard.’, 앞마당은 물론이고 우리 집 뒷마당도 안 된다’는 가슴 아픈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잘 지적해 주고 있는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장애인의 날’이 제정된 지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의 의식 수준은 어디쯤 와 있는지 한번 짚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