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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떤 날 출근길의 단상들(전진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7-15 오후 1:50:24

조회수 2567

게시물 내용
제목 어떤 날 출근길의 단상들(전진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7-15 오후 1:50:24 (조회 : 2567)
어떤 날 출근길의 단상들
전진희(공무원)
 
  알람이 울리기 전 1분을 남겨두고 눈이 떠졌다. 희한하게도 습관이 되어버린 내 기상 시간을 몸이 기억하는지 꼭 알람 소리를 듣지 않아도 정확히 그 시간 즈음에 깨어나는 게 신기하다. 엊저녁 더 볼록해진 뱃살을 만져보며 과하게 스쿼트를 해서인지 유난히 몸이 뻐근하니 오늘은 꼭 센터 차가 잡혔으면 좋겠는데...
  방바닥을 더듬어 이불 옆에 놓여 있는 휴대폰을 찾아 평평하고 매끄러운 화면을 좌우로 쓸고 찍어 전화를 건다. 평소 상냥하고 미소를 머금은 듯한 음성을 가진 여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접수를 끝내고 서둘러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끝내고 되는대로 꺼내 식사를 한다. 휴대폰에선 연이어 차량이 연결되지 않았다는 문자만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결국, 편하게 가겠다는 나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흰지팡이를 챙겨 현관을 나선다. 아파트 복도에 세워져 있는 옆집 아이 자전거가 유난히도 거슬린다. 모르는 척 지팡이로 몇 번 휘둘러 홈런성 타격음을 내어본다. 건널목을 건너 지하철역으로 가는 골목길,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싱그러운 향기를 풍기며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이름 모를 여인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어떤 마음씨를 가졌을까. 도착한 역에서는 곧 열차가 진입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부지런히 지팡이를 짚어 열차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맞추어 플랫폼에 올라선다. 출입문이 열리고 천천히 빈자리를 찾아 앉는다. 1시간 걸리는 긴 출근길. 이어폰을 꽂고 음악에 빠져든다.
  손이 간지러워 살짝 만져보니 어떤 이가 나오라는지 부드러운 털 같은 무엇으로 간지럽히고 있었다. 노약자석에선 가끔 있는 일이라 가볍게 무시한다. 누가 더 노약자인지, 앉아도 되는 사람은 누구이며 양보해야 하는 사람은 왜 양보해야 하는 걸까. 나오라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이 노인은 무슨 기준으로 나를 나오라는 건가.
  곧, 환승역 안내방송을 듣고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내린다. 늘 가던 환승역은 내가 출근하는 코스 중 가장 자신 있게 보행할 수 있어 좋아하는 구간이다. 아무 부담 없이 출근하는 사람들 틈에 함께 섞여 걷고 있다는 것. 이 순간만큼은 내가 그야말로 ‘보통의 존재’가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평범하기를 거부하고 더욱 세련되거나 잘 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내가 정작 갈망하는 것은 그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보통의 존재’ 그것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진입하는 지하철을 향해 전력 질주하기도 하고, 멀리서 아는 이를 부르며 반가워하고, 빈자리가 나면 가서 앉을 수 있는 아무렇지 않은 것. 그것을 누리는 존재.
  갈아탄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천천히 내린다. 출구 에스컬레이터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앞사람을 따라 진행속도를 맞춰보지만 자꾸 이름 모를 이의 다리 사이에 지팡이를 넣게 되고, 왼쪽 다리도 치고, 오른쪽 다리도 치게 된다. 본의가 아님을 알아달라는 뜻에서 무의식 중에 나온 소리는 “에고... 아이쿠...”
  손을 뻗어 어깨를 잡고 가고 싶다고 말해볼까? 성질은 나겠지만 이제 줄이 조금 남았으니 계속 치더라도 잠시만 참아주었으면...
  출구를 나와 편하게 걸을 수 있는 평지로 진입했다. 이제 산책하듯 즐기며 걷기만 하면 목적지다. 문득,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하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본다. 운동하는 시간에 비례해 수명이 늘어난다는 말이 있다. 차라리 안 하고 원래의 시간만큼만 편하게 사는 게 더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새 목적지인 건물 정문 앞에 도착했다. 출근 지문을 찍고 사무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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