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알림공간

제목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김미경)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9-30 오후 4:31:36

조회수 2383

게시물 내용
제목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김미경)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6-09-30 오후 4:31:36 (조회 : 2383)
그리움은 눈물이 되고
김미경(안마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의미가 없거나 추억이 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 찻잔은 결혼할 때 친구가 주었다거나 이 옷은 여행갈 때 누구랑 쇼핑을 가서 샀다거나...
  그런데 무심코 사용하다가도 이사를 가려고 버려야 한다거나 잃어버렸다거나 하면 그제야 그 물건에 대한 추억이나 고마움이 되살아나 새삼 아까운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장롱 정리를 하는데 제법 두꺼웠으나 어느새 얇아지고 천이 미어져 찢어진 이불 하나를 버렸다. 그 이불은 내가 경주로 이사 왔을 때 가족들과 백화점 쇼핑을 가서 아버지가 사주신 것이었는데 그 이불이 낡았을 만큼 시간이 흘렀고 이제 아버지는 우리 곁에 계시지 않는다. 다음 주면 돌아가신지 6주년 추도를 드리게 되는데 느낌은 2, 3년 밖에 되지 않은 것 같다. 작년에 추도 기도를 드리면서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온 가족을 울리고 말았다.
  초등학교 때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아버지 자전거에 텐트를 싣고 엄마와 할머니 동생들과 먹을 것을 나누어 들고 바다로 가서 조개를 잡아 그날 저녁엔 해물국수를 만들어 먹곤 했다. 어느 여름, 아버지는 폐기종으로 수술을 하셨고 그 이후 천식이 있어 여름이면 더 숨차 하시더니 결국 어느 무더운 날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두 분이 함께 맞아줄 것 같고 아버지 이야기만 해도 그립고 안타까워서 눈물이 난다. 이렇게 추억도 많은데...
  어릴 때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짓은 꼭 해보고 싶지 않은가? 우리 집에 미국산 선풍기가 있었는데 날개가 크고 철로 되어 있어 소리도 요란하고 망 사이도 넓어서 아버지가 우리들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여름날 내가 얼마나 위험한지 물었더니 손가락이 잘릴 수도 있다고 해서 겁도 났지만 궁금하기도 해서 필통에서 연필깎이 칼을 꺼내 망 안으로 집어넣었다. 칼은 산산조각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온 방에 흩어지고 놀란 아버지는 선풍기를 끄고 하시는 말씀이 “거봐 무섭지?”. 나는 혼이 날 줄 알았는데 아버지 반응에 오히려 멍해 버렸다. 또 한 번은 엄마가 스테인리스 믹서기를 사 오던 날 당근을 갈았는데 뚜껑을 덮으면 갈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서 나는 아버지께 졸랐었다.
  “뚜껑을 열어 놓고 갈아 보면 안 돼요?”
  아버지가 당근을 넣고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당근은 사방으로 튀었고 엄마는 소리를 지르고 나는 신기해 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버지는 자녀들을 훈육하는 방법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어느 날 동생 친구가 우리 집으로 달려와서는 동생이 마트에서 초콜릿을 훔치다가 주인한테 들켜서 혼이 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 쏜살 같이 뛰어 나가시기에 난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동생은 초콜릿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아버지 손을 잡고 돌아와 맛있게 먹고 아버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아빠한테 말해. 남의 것을 훔치는 건 나쁜 거야.”
  그 때 난 우리 아버지는 내 친구들의 아버지와 어딘가 다르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그 느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동생이 작년에는 카톡에 아버지 사진을 올려 놓았다. 동생도 아버지가 보고 싶겠지?
  100세 시대라고들 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생명선도 왜 그렇게 짧았을까...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객지 생활을 하는 바람에 맏이로서 형제들을 책임져야 했고 가난한 살림에 가장 노릇을 해야 했었다. 마음고생, 몸고생이 심해 그렇게 빨리 가셨나 보다.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으면 겪을수록 엄마가 보고 싶고 아버지가 그립다. 물론 내 나이가 몇이냐고 물어올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부모님 마음을 이제야 헤아려 철이 들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금년 추도 때는 울지 말아야지!
  “아버지, 열심히 살게요.”
 

서울특별시 강동구 구천면로 645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

전화: (02)440-5200 FAX: (02)440-5219

Copyright 2012 All rights reserved to hsb.or.kr

한시복 이용안내

09:00~18:00(토·일 공휴일 제외)

02-440-5200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유투브